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2687

마음의 파수꾼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43) 마음의 파수꾼 영성의 대가는 영혼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들뜬 바깥일을 멀리하여라. 내적 상념의 격랑을 피해 숨어라. 내적 상념은 평안을 갉아먹을 따름이니.” 그러므로 영혼은 잠잠히 평화 속에 머물러 하나님이 영혼 안에서 말씀하시게 해야 할 것입니다. 유대교의 위대한 랍비인 바알 셈 토브는 저녁 늦게 강가로 나가 명상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강가에서 잠시 명상을 한 다음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그가 다니는 길은 어느 막강한 권력가의 집을 지나게 되어 있었고, 그 집 앞에는 경비 초소가 있었다. 그 초소에서 파수를 보는 보초는 항상 자기가 파수를 보는 집 앞을 지나다니는 이 이상한 남자가 대체 무엇을 하는 걸까, 궁금해 했다.. 2016. 2. 13.
목사와 기자의 러브레터, 가슴 시린 이유는? 꽃자리의 종횡서해(21) 목사와 기자의 러브레터, 가슴 시린 이유는? 칼 바르트의 권고 “한 손에는 성서를,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 신학 하는 동네에서는 유명한 말이다. 스위스 출신 신학자 칼 바르트가 한 이 발언은 신학이 추상과 관념의 세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살아 있는 생생한 현실과 만나라는 권고였다. 물론 여기에 등장하는 ‘신문’이 현실을 바로 보여주는 걸 전제로 한 이야기렷다. 기독교라는 종교가 세상과 맨몸으로 만나서 그 세상에 역동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보다는 교회주의에 안주해서 자신을 살찌우는 일에만 몰두한다면, 그 종교는 예수가 오래 전 말했듯이 ‘맛을 잃은 소금’이리라. 그러나 한국의 교회는 대부분 바로 이 맛을 잃은 소금이 되어 그걸로 신도를 모으고 자본의 성채가 되는 것.. 2016. 2. 11.
밧세바, 다 내 탓이다(1)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40) 밧세바, 다 내 탓이다(1) 1. 밧세바. 그는 누구인가? 목욕하는 한 여인으로 성경에 등장한 그는 “엘리암의 딸이요 헷 사람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사무엘하 11:3)이다. 하지만 성경기자는 그를 밧세바라는 이름 대신 “우리아의 아내”(11:26)라고 부르는데, 다윗이 그를 궁전으로 데려와서 아내로 삼았는데도(27절) 성경기자는 계속해서 “우리아의 아내(12:10, 15)라고 한다. “우리아의 아내가 다윗에게 낳은 아이”(12:15). 이 요상한 구절을 지나서 12장 24절에서야 성경기자는 밧세바를 다윗의 아내라고 부른다. “다윗이 그의 아내 밧세바를 위로하고.” 성경기자는 다윗과 밧세바 사이에 태어난 첫째 아이가 죽은 다음에야 비로소 밧세바를 다윗의 아내로 인정한 .. 2016. 2. 11.
순례자로 산다는 것 김기석의 톺아보기(22) 순례자로 산다는 것 ‘즐거운 망각’의 탐닉 에덴 이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누구나 시간에도 이빨이 있음을 자각한다. 시간은 우리 몸과 영혼에 지우기 어려운 흔적을 남긴다. 시간이 우리에게 새겨놓은 무늬를 사람들은 문화라고도 부른다. 사람의 모듬살이는 문화를 형성하지만, 그 문화는 동시에 우리의 존재조건이 되기도 한다. 외부 세계와 낯을 익히는 과정, 그것이 삶이다. 나의 ‘있음’은 늘 ‘~이다’라는 술어로만 표현된다. 나의 있음은 늘 ‘더불어 있음’이다. 누군가와 맺는 관계 속에서만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추한다. 사람은 신 앞에 선 단독자이지만, 그래서 늘 우주의 중심이지만, 그의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다른 이들의 존재이다. ‘관계맺음’이야말로 인생이다. 문제는 이 관.. 2016. 2. 10.
병들고 비뚤어진 종교지도자들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44) 병들고 비뚤어진 종교지도자들 “여호와가 말하노라 몽사(夢事)를 얻은 선지자(先知者)는 몽사(夢事)를 말할 것이요 내 말을 받은 자(者)는 성실(誠實)함으로 내 말을 말할 것이라 겨와 밀을 어찌 비교(比較)하겠느냐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내 말이 불 같지 아니하냐 반석(磐石)을 쳐서 부스러뜨리는 방망이 같지 아니하냐”(예레미야 23:28-29). ‘사이비’는 어디에나 있다. ‘사이비’(似而非)라는 말은 ‘같을 사’(似)와 ‘아닐 비’(非)를 ‘그러나’라는 뜻을 가진 ‘말 이을 이’(而)가 연결을 하고 있다. ‘비슷하지만 아닌’ 것이 사이비다. 그러고 보면 사이비의 중요한 특징은 ‘비슷함’에 있다 하겠다. 분명 가짜인데 진짜와 너무도 비슷하다. 그러기 때문에 구분이 .. 2016. 2. 8.
봄은 무어며 봄은 오느냐고 한종호의 너른마당(44) 봄은 무어며 봄은 오느냐고 벌써 입춘입니다. 오늘의 날씨와 체감온도만 중시하는 요즘의 입춘이야 흘깃 지나가는 뉴스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우리네 옛 선조들은 이 날이면 얼어붙은 땅이 언제 녹고 그 매서운 북서풍이 언제 바뀔지 쉽게 가늠되지 않았던 엄동설한 속에서도 봄기운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래서 묵은 땅을 갈 준비도 하고 새 땅에 뿌릴 씨앗도 챙기면서 한 해의 농사 계획을 세웠습니다. 한편 대문짝이나 문지방에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또는 ‘세재■■ 만사여의대통’(歲在■■ 萬事如意大通)이라는 춘방(春榜)을 크게 붙여, 한 해 동안 집안일과 농사일이 잘 되기를 축원하였습니다.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첫머리는 과연 만물에게 겨울동안 칼끝처럼 파고드는 냉기(冷氣)앞.. 2016. 2. 4.
끝이 허망한 이들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43) 끝이 허망한 이들 “네가 백향목(柏香木)으로 집짓기를 경쟁(競爭)하므로 왕(王)이 될 수 있겠느냐 네 아비가 먹으며 마시지 아니하였으며 공평(公平)과 의리(義理)를 행(行)치 아니하였느냐 그 때에 그가 형통(亨通)하였었느니라 그는 가난한 자(者)와 궁핍(窮乏)한 자(者)를 신원(伸寃)하고 형통(亨通)하였나니 이것이 나를 앎이 아니냐 여호와의 말이니라”(예레미야 22:15-16) 당시 유다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나마 주님의 말씀대로 살려고 안간힘을 쓴 요시야 왕 덕에 무너져가던 나라가 얼마간 버틸 수 있었지만, 결국 요시야는 전쟁에서 전사하고 만다. 앗시리아를 도우려고 유프라테스 강변의 갈그미스로 올라가는 이집트의 느고 왕과 .. 2016. 2. 1.
<서울 1964년 겨울>, 그리고 <서울 2016년 겨울>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39) , 그리고 이제 겨우 스물다섯의 나이에 너무 늙어버린다면 그것은 어떤 뜻일까요? 작가 김승옥의 단편 소설 은 그렇게 너무 빠르게 늙어가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하면서, 우울하고 희망 없이 살아가던 세대의 자전적 독백을 담고 있습니다. 한강을 건너는 군화소리가 들리면서 혁명은 안개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고, 가난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추격자처럼 바짝 뒤쫓아 오던 시절이었습니다. 소설은, 이십대 중반의 청년 둘이 선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얼핏 그야말로 시시겁쩍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갑자기 들이닥친 삼십대 중반의 사나이의 마구 헝클어진 인생과 기묘하게 얽혀 하루를 지내다가 그 사나이의 역시 돌연한 죽음과 함께 서로 헤어지게 되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사나이의 아내는 그날 죽었으.. 2016. 2. 1.
행동하라는 요구 김기석의 톺아보기(18) 행동하라는 요구 성서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주장의 기본은,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권위 때문에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 있지 아니하고, 그 변혁하고 자유하게 하는 힘을 인식하는 데 있다. "하나님의 말씀"은 구체적인 경험 속에서 인식되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그 말씀은 참으로 듣는 사람에게 무엇인가 작용하기 때문이다.(토마스 머튼) 속이 허할수록 말은 부박해진다 속에서 들끓어 오르는 사념이 덧없게 느껴지고, 말의 부질없음이 아리게 다가올 때마다 나는 고진하 시인의 시 을 읽는다. 마치 해독제를 들이키듯…. 하루종일 입을 封하기로 한 날, 마당귀에 엎어져 있는 빈 항아리들을 보았다. 쌀을 넣었던 항아리, 겨를 담았던 항아리, 된장을 익히던 항아리, 술을 빚었던 항아리들, .. 2016.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