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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깨닫습니다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31) 이제야 깨닫습니다 “여호와여 내가 알거니와 인생(人生)의 길이 자기(自己)에게 있지 아니하니 걸음을 지도(指導)함이 걷는 자(者)에게 있지 아니 하니이다”(예레미야 10:23). 삶이 우리를 가르치는 방법 중에는 때늦은 후회라는 것이 있지 싶다. 일러주긴 일러주되 뒤늦게 후회하면서 깨닫게 하는 것이다. ‘철들자 망령’이라는 우리 속담도 있고, ‘물고기가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 물이다’라는 말도 있다. 물에서 태어나 물에서 산 물고기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물을 알게 된다는 말이 참으로 아릿하다. 필시 그것은 물고기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일 것이다. 오래 전 단강에서 만난 분 중에 안갑순 집사님이 있다. 머리에는 온통 서리가 내린 백발의 할머니였지만, 일.. 2015. 11. 4.
욕하면서 배운다(?) 한종호의 너른마당 욕하면서 배운다(?) 나사렛 예수께서 선교사역을 다니신 시기는 로마 제국의 지배와 헤롯의 통치로 이스라엘의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이 무수히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을 때였다. 따라서 이들에게 필요한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이런 세상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 다 때려 부수자’ 하는 봉기의 선동이다. 나사렛 예수는 실로 이 봉기의 슬로건을 내세워 선교하셨다. 그러나 그 차원이 다른 저항운동과는 전혀 달랐다. 어떻게 보자면, 복종과 현실 수긍의 논리를 담고 있는 이야기라고까지 해석할 수 있는 발언들을 예수는 하셨던 것이다. 한이 맺힌 백성들이 새로운 세상,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꿈꾸도록 되었을 때 그들의 현실을 보는 눈은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 깊은 불만을 가진 이들이.. 2015. 11. 2.
모든 진리는 하나다 딸들에게 주는 편지(4) 모든 진리는 하나다 자기를 사랑하는 내가 있는데 또 나 이외에 수많은 사람들도 자기를 사랑한다고 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는 누구이고 저들은 누구이고 우리 모두는 누구인가? 나의 생각은 저들에게서 오고, 저들의 생각은 나에게로부터 생긴다. 빼어난 천재의 영감은 그보다 더 월등한 전체의 의식으로부터 주어지고 천재는 그 답례로 공동체에게 그를 낳은 보람을 선사한다. 이렇게 우리는 하나다. 높은 사람도 낮은 사람도 없고 고상하거나 천한 사람도 없다. 우리 모두가 높고 낮은 것이며 우리 모두가 고상하고 천박하다. 전체를 인식하게 된다는 것은 공부가 깊어지려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빨리 그것들을 사랑한다고, 사랑해야한다고 말하지 마라. 도스또옙스끼(Фёдор Миха́йл.. 2015. 11. 1.
자랑하고 싶거들랑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30) 자랑하고 싶거들랑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지혜(智慧)로운 자(者)는 그 지혜(智慧)를 자랑치 말라 용사(勇士)는 그 용맹(勇猛)을 자랑치 말라 부자(富者)는 그 부(富)함을 자랑치 말라 자랑하는 자(者)는 이것으로 자랑할지니 곧 명철(明哲)하여 나를 아는 것과 나 여호와는 인애(仁愛)와 공평(公平)과 정직(正直)을 땅에 행(行)하는 자(者)인줄 깨닫는 것이라 나는 이 일을 기뻐하노라 여호와의 말이니라”(예레미야 9:23-24).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말 중에 ‘기자불립, 과자불행’이라는 말이 있다. 《노자》에 나오는 말로, ‘까치발을 하고서는 오래 서 있지 못하고, 가랑이를 한껏 벌려서는 자기 길을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발뒤꿈치를 들어 까치발을 하고.. 2015. 10. 29.
시간은 나무처럼 느렸으면 좋겠어 시간은 나무처럼 느렸으면 좋겠어 공포정치가, 무자비한 폭력이, 교묘한 억압과 악마적 술수가 난무하는 시대다. 그렇다고 모두가 거리에 나가 손을 들고 몸을 쓰며 싸울 수는 없다. 그러나 지은이는 숨죽이게 하는 세상에 내 숨을 떳떳하고 고요하게 쉬는 것이 아름다운 저항임을 ‘제 숨’을 포기하지 않을 삶을 선택할 수는 있음을 보여준다. 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면 숨 쉴 자격을 잃는 것이다. 노랫말 곳곳에 자연과 더불어 쉬지 못하는 인간의 숨은 창조의 동산을 떠난 폭력의 숨이며 인간다운 숨을 쉬는 것은, 하늘의 숨을 민감하게 느끼고 무딘 양심을 세밀하게 하며 지구의 수준을 아프게 지켜보며 예언자다운 자세를 가지는 것임을 역설한다. 김기석 목사(청파교회)는 그의 글에 대해 이렇게 덧붙인다. “작고 사소한 것들.. 2015. 10. 28.
페이스메이커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36) 페이스메이커 - 전집 5권 『일기 I』 1934년 일기 - 어려서부터 나는 유난히 잠이 많았다. 덕분에 청교도적 사명감으로 일분일초를 아끼며 사셨던 아버지로부터는 늘 게으르다는 핀잔을 들었고, 모처럼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도 초저녁부터 꾸벅꾸벅 조는 모습에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나이 40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선천적인 면역계통 이상으로 간과 신장이 안 좋다는 것을. 아하, 그래서 늘 저녁 8시만 넘으면 몸이 붓고 자면서도 끙끙 고열에 식은땀까지 났던 거구나. 어쩐지, 일년내내 감기일 리는 없고 이상하긴 했다. 하여 ‘무조건 쉬는 게 답’이라는 의사는 모든 환자에게 하는 조언을 내게도 전했다. 스트레스 쌓이는 일 하지 말고 무리하지 말라는 소리 말이다. 그게 말.. 2015. 10. 26.
도적질하지 말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7) 도적질하지 말라 - 어느 고백에 관한 이야기 - 단순히 유괴하지 말라는 계명인가?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은 뜻이 분명해서 다른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토록 당연한 걸 굳이 계명으로 삼아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 계명을 세 번만 소리 내서 읽으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도둑질하지 말라고? ‘무엇을’ 도둑질하지 말라는 뜻인가? 이 계명에는 목적어가 없다! 아무리 십계명이 법정에서 사용되는 법률이 아니라 해도 그렇지, 적어도 도둑질의 목적어는 있어야 하지 않나! 안 그런가? 본래 이 계명은 유괴하지 말라는 뜻이었단다. ‘사람 도둑질’ 하지 말라는 말이다. “사람을 유괴한 자는 그 사람을 팔았든지 자기가 데리고 있든지 반드시 사형에 처하여야.. 2015. 10. 25.
자기를 사랑함, 생각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딸들에게 주는 편지(3) 자기를 사랑함, 생각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는 들어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영으로 난 사람도 다 그러하니라”(요한복음 3:8). 사람이 살면서 직면하는 모든 경험은 그 사람의 인생의 내용이자 그에 대한 공부다.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이 ‘인간은 자연 중에 가장 약한 한 줄기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고 했을 때, 두 가지를 말한다. 갈대와 생각! 갈대의 생각은 흔들림이고 흔들림은 갈대의 본질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냥 갈대(흔들림, 생각)가 아니라 생각하는 갈대다. 이렇게 바꿀 수 있다. ‘인간은 무의미한 생각들에 불과할지라도 그것들을 개관(槪觀, 생각)함으로써 전혀 다른 .. 2015. 10. 24.
히틀러는 어떻게 국민을 홀렸나? 꽃자리의 종횡서해(16) 히틀러는 어떻게 국민을 홀렸나? - 다카다 히로유키의 《히틀러 연설의 진실》 - ‘히틀러의 연설’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세워 공중에서 자잘하게 흔들면서 뭔가 위협적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는, 약간은 우스꽝스러워 보이면서도 히스테릭한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독일 국민을 홀린 히틀러 연설의 진실은 따로 있다. 일본의 독문학자인 다카다 히로유키는 1919년 10월 뮌헨의 맥주홀에서 했던 첫 연설부터 1945년 1월 총통 지하 방공호에서 녹음한 최후의 라디오 연설까지, 25년에 걸쳐 쏟아낸 히틀러의 연설문들을 컴퓨터로 계량분석하여 ‘히틀러 연설 150만 단어’ 데이터를 완성했다. 《히틀러 연설의 진실》은 그 데이터를 토대로 히틀러 연설을 언어적.. 2015.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