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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사무엘의 혼백을 불러올리랴?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15) 국정교과서, 사무엘의 혼백을 불러올리랴? 큰딸과 함께 영화 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 영화엔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의 삼대가 등장한다. 마지막 정조의 등장은 불행한 아버지에 대한 미화인가, 아니면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대한 화해일까? ‘자식이 출세하면 붓으로 조상을 키운다’는 말이 있다. 정조의 아버지 추숭은 사도세자에 대한 미화일 가능성이 많다. 사실적 기록에 따르면 사도세자는 도저히 그대로 왕위를 이을 만한 정신상태가 아니었다니까. 그러나 적어도 영화에서 정조의 분량은 파괴된 역사의 화해를 말하는 듯하다. 예술가의 입장에서 감독은 아마도 이것을 화해라 제시하려는 듯하다. 감독의 의도야 어쨌든 정조대왕의 아버지 존숭은 개인적으론 자신의 과거와의 화해일 수 있을 것이.. 2015. 10. 20.
내 눈이 눈물샘이라면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29) 내 눈이 눈물샘이라면 “어찌하면 내 머리는 물이 되고 내 눈은 눈물 근원(根源)이 될꼬 그렇게 되면 살륙(殺戮) 당(當)한 딸 내 백성(百姓)을 위(爲)하여 주야(晝夜)로 곡읍(哭泣)하리로다”(예레미야 9:1). 우연히 헌책방에서 만난 ‘강아지 똥’ 동화를 읽은 뒤로 동화가 참 좋은 그릇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뒤로 동화를 찾아 읽고 써왔다. 동화는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쓰는 것이라는 권정생 선생님의 말도 좋았다. 인생에 대해서 뭔가를 안 다음에 써야 한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젊은 시절부터 동화를 썼던 것은 그저 내 마음에 찾아온 이야기를 스케치하듯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장 먼저 쓴 동화는 ‘소리새’이다. 시대의 어지러움을 두고 .. 2015. 10. 19.
종교와 음식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33) 종교와 음식 요즘 미디어에는 요리와 음식관련 프로그램이 차고 넘친다. 한식, 양식, 중식, 패스트푸드 등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전국을 넘어 전 세계의 맛집이란 맛집은 모두 정복하고야 말겠다는 자세로 요리 관련 이야기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조리하는 이들도 언제부터인가 ‘쉐프’란 고상한 외래어로 수식되며 오래 수련 끝에 획득한 현란한 손기술을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시전하며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감탄사를 즐기고 있다. 뭐 특별한 일도 아니다.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사람들은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기왕이면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식당에서 행복한 서비스를 받고 싶은 것이 당연한 사람의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음식.. 2015. 10. 16.
화(和)의 영이여, 오소서!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35) 화(和)의 영이여, 오소서! - 전집 5권 『일기 I』 1932~33년 일기 - 설마 진짜로 그럴까, 했다. 물론 지난 문명사에 뒷걸음질 친 사례들이 없지 않았으나, 그래도 길게 보면 점차로 ‘앞으로 나아간’ 것이 역사였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마다 기득권자들은 그 ‘나아감’에 저항하다 결국 큰 흐름을 막지 못하고 가장 늦게 승차해오긴 했다. 그래도 그렇지. 과거사의 해석에 있어 단 하나의 ‘정답’은 없는 법이라고, 남아 있는 기록 자체가 이미 ‘승자들의 것’이기에, 과거의 역사를 해석하는 일은 더 많은 시각과 해석을 요하며 중층적이고 입체적인 ‘읽기’를 허해야 한다고, 나는 그렇게 배워왔는데… 군주제였던 조선 시대의 왕들도 안하던 일을 하겠다 한다. 역사 해석은 1차적으로.. 2015. 10. 15.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4)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하나님은 만물을 사랑하시되 피조물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으로 여겨 사랑하십니다. 몇 해 전이던가. 산과 들에 녹음이 우거질 무렵, 교우 가정에 초상이 났다. 나는 장례식 주례를 부탁받고 꽤 먼 거리였지만 교우 가정의 선산까지 따라갔다. 하관식을 마치고 작은 산등성이로 허위허위 올라가 둥근 봉분 만드는 걸 내려다보며 잠시 앉아 쉬고 있는데, 귀밑머리가 하얀 교우가 다가와 이파리가 딱 두 잎 달린 어린 단풍나무 한 그루를 쑥 내밀었다. 하관식을 하는 동안 산을 돌아다니다가 캤는데, 집에 가져가서 화분에 심어서 키워보라고! 그러면서 교우는, 이미 작고한 자기 모친에게 들었다며 어린 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 한 자락을 풀어놓았다... 2015. 10. 13.
자책이 전부일 수는 없다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28) 자책이 전부일 수는 없다 “너는 또 그들에게 말하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사람이 엎드러지면 어찌 일어나지 아니하겠으며 사람이 떠나갔으면 어찌 돌아오지 아니하겠느냐 이 예루살렘 백성(百姓)이 항상(恒常) 나를 떠나 물러감은 어찜이뇨 그들이 거짓을 고집(固執)하고 돌아오기를 거절(拒絶)하도다 내가 귀를 기울여 들은즉 그들이 정직(正直)을 말하지 아니하며 그 악(惡)을 뉘우쳐서 나의 행(行)한 것이 무엇인고 말하는 자(者)가 없고 전장(戰場)을 향(向)하여 달리는 말 같이 각각(各各) 그 길로 행(行)하도다 공중(空中)의 학(鶴)은 그 정(定)한 시기(時期)를 알고 반구(班鳩)와 제비와 두루미는 그 올 때를 지키거늘 내 백성(百姓)은 여호와의 규례(規例)를 알지 못하도다.. 2015. 10. 13.
한나, 어머니 되기 위해 어머니 되기를 포기하다(1)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36) 한나, 어머니 되기 위해 어머니 되기를 포기하다(1) 1. 때로, 아니 생각보다 자주, 모정천리(母情天理)는 모정천리(母情千里) 모정만리(母情萬里)이다. 그만큼 어머니가 되는 게 어렵다는 의미이다. 오늘 우리가 살피려는 한나의 삶도 그렇다. 한나의 삶은 천로역정(天路歷程)이 아니라 모로역정(母路歷程)이다. 그는 어머니가 될 수 없어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고, 어머니가 되기를 간절히 염원했기 때문에, 어머니 됨을 포기할 서원을 주님께 했다.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 장차 어머니 되기를 포기해야 하는 한나의 상황이 바로 모로역정이다. 2. 사무엘상은 “엘가나”라는 한 사람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세워지는 과정을 상세하게 서술하는 사무엘서가 한 사람에.. 2015. 10. 11.
고기는 너희가 처먹어라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27) 고기는 너희가 처먹어라 “만군(萬軍)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 희생(犧牲)에 번제물(燔祭物)을 아울러 그 고기를 먹으라 대저(大抵) 내가 너희 열조(列祖)를 애굽 땅에서 인도(引導)하여 낸 날에 번제(燔祭)나 희생(犧牲)에 대(對)하여 말하지 아니하며 명(命)하지 아니하고 오직 내가 이것으로 그들에게 명(命)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내 목소리를 들으라 그리하면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겠고 너희는 내 백성(百姓)이 되리라 너희는 나의 명(命)한 모든 길로 행(行)하라 그리하면 복(福)을 받으리라 하였으나 그들이 청종(聽從)치 아니하며 귀를 기울이지도 아니하고 자기(自己)의 악(惡)한 마음의 꾀와 강퍅(剛愎)한 대로 행(行)하여 그 등을 내게로.. 2015. 10. 6.
하루씩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35) 하루씩 - 전집 5권 『일기 I』 1930년~31년 일기 - 살다보면 엉겁결에 맡게 되는 일들이 있다. 물론 ‘하기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 상황이 되지 않는데, 공동체의 처한 정황상 ‘독박을 쓰는’ 경우다. 더 우아한 말이 있겠으나 개인에게는 이만큼의 부담이다. 김교신에게는 『성서조선』 편집주간이 된 일이 그러했다. 1930년 5월부터 김교신은 거의 단독으로 잡지의 편집 일을 도맡아 해야 했다. 그동안은 정상훈이 했던 일이다. 나라도 어수선했지만 한창 젊은 나이의 6인이었다. 직업면에서도 가정면에서도 이동이 잦은 시기였다. 양인성은 평북 선천에, 함석헌은 오산에, 류석동은 소격동에서 이렇게 저렇게 흩어져 각자의 자리에서 성서모임을 열어가며 ‘버티던’ 한중간.. 2015.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