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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23)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 “여호와께서 자기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 “야훼께서 당신의 이름을 두시려고 골라 주신 곳(신명기 12:5, 11, 21; 14:23, 24; 16:2, 6,11; 26:2 등등)이란 표현이 구약에 여러 본 나온다. 너무 많이 나오는 말(특히 신명기에)이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지나치기는 하지만, 주의 깊은 신자들은 이 말의 뜻을 물어온다. “아무개가 어느 장소에 자기의 이름을 두다”라는 표현이 우리말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름이 나다’라고 하면 그것은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름을 날리다’라고 하면 명성을 얻을 것을 일컬음이다. ‘이름을 남기다’라는 것은 이름이 후세까지 전해지게 한다는 것이다. ‘이름이 붙다’라.. 2015. 9. 22.
‘영혼’의 갈망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3) ‘영혼’의 갈망 * 거장은 목재나 돌로 조상(彫像)을 만들 때 나무에다 상을 새겨 넣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상을 덮고 있는 껍질을 깎아 냅니다. 그는 목재에 아무 것도 보태지 않습니다. 다만 목재의 껍질을 벗겨내고, 옹두리를 떼어낼 뿐입니다. 그러면 그 속에 감추어진 것이 환히 빛납니다. 가을은 거추장스런 것들을 훌훌 벗겨내고 ‘알몸’이 드러나도록 하는 계절입니다. 하나님이 위대한 예술의 거장처럼 우리를 새롭게 빚으신다면, 아마도 먼저 우리의 ‘알몸’이 드러나도록 하실 겁니다. 하나님은 피조물을 사랑하시지만, 그것은 단지 피조물의 사랑스러움 때문이 아니라 피조물 속에 깃든 신성의 사랑스러움 때문이지요. 하나님은 사람을 사랑하시지만, 그것은.. 2015. 9. 22.
네 부모를 공경하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6) 네 부모를 공경하라 - 어느 아버지와 딸에 관한 이야기 '가족'이란 무엇인가? 20여 년 전 미국에 왔을 때 오랫동안 이민생활을 한 사람들에게 미국생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다. 그 얘기는 낯선 곳에서 삶을 시작해야 하는 내게 큰 도움이 됐다. 그 중에 미국에서는 한 가족이라고 말해도 아이를 두고 “엄마를 닮아 예쁘다.”거나 “아빠를 닮아 잘 생겼다.” 같은 말은 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었다. 아이가 현재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 부인이나 전 남편의 자식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은 한국에도 서로 다른 가정을 이루고 살다가 새로 가정을 이룬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가족은 무엇이고 누가 가족을 구성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 2015. 9. 22.
룻, 신실과 인내로 불가능을 이겨내다(2)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35) 룻, 신실과 인내로 불가능을 이겨내다(2) 1. “너는 반드시 어머니가 되어라!” 이것은 모정천리의 관점에서 룻기를 읽을 때, 염두에 두어야 할 말이다. 그런데 룻기를 읽으면서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발치 이불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몇 가지 경우를 살펴보자. 엘리에셀이 아브람의 환도뼈에 손을 얹고 맹세했는데(창 24:9), 이 환도뼈는 실제로는 남성의 성기이다. 그러니까 엘리에셀은 아브라함의 성기를 붙들고 맹세한 것이다. 그리고 천사가 야곱의 환도뼈를 쳤는데(창 32:31-32), 그것도 실제로는 성기이다. 그렇다면 “발치 이불”도 보아스의 성기를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나오미는 룻에게 잠든 보아스와 성관계를 맺으라고 일러준 것은 아닐까? 분명한.. 2015. 9. 20.
빈말을 믿어 안심하지 말고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24) 빈말을 믿어 안심하지 말고 “여호와께로서 예레미야에게 말씀이 임(臨)하니라 가라사대 너는 여호와의 집 문(門)에 서서 이 말을 선포(宣布)하여 이르기를 여호와께 경배(敬拜)하러 이 문(門)으로 들어가는 유다인(人)아 다 여호와의 말씀을 들으라 만군(萬軍)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 길과 행위(行爲)를 바르게 하라 그리하면 내가 너희로 이곳에 거(居)하게 하리라 너희는 이것이 여호와의 전(殿)이라 여호와의 전(殿)이라 여호와의 전(殿)이라 하는 거짓말을 믿지 말라 너희가 만일(萬一) 길과 행위(行爲)를 참으로 바르게 하여 이웃들 사이에 공의(公義)를 행(行)하며 이방인(異邦人)과 고아(孤兒)와 과부(寡婦)를 압제(壓制)하지 말며 무죄(無罪.. 2015. 9. 20.
“시간이 없어” 이진경의 ‘지금은 사랑할 시간’(5) “시간이 없어” 대학로를 거닐다 보면 언제나 드는 생각. 서울대병원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삶과 죽음의 공간이 뚜렷이 나뉘어 있구나. 한쪽은 생기발랄한 음악과 문화의 향기가 물씬 나는 거리 공연, 젊은이들의 활기찬 걸음으로 메워져 있고, 한쪽은 육신의 고통, 미래를 알 수 없는 근심, 신음 소리 등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내리쬐는 햇살의 양은 동일한데 이편과 저편의 기운은 건널 수 없는 협곡이 가로놓인 것처럼 다르다. 나 역시 이편과 저편이 확연히 다르다. 이편에서 돌아가는 나의 분주한 일상은 순식간에 나를 해치워야 할 일들로 몰아간다. 빨리, 신속하고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그러다 도엽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도엽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 때면 말로 .. 2015. 9. 18.
가을이 홀로 산책하는 소리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31) 가을이 홀로 산책하는 소리 가을 바람이 창문 넘어 허공을 그득 채우더니 이내 흔적없이 방을 비웠습니다. 그러나 바람의 존재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 뜨겁던 여름의 기억은 이렇게 소멸되어갑니다. 그러나 그렇게 무력하게 추방당하고 만 것 같은 여름은 또다른 여름을 준비하기 위해 떠난 것입니다. 어떤 계절에도 승리와 패배는 없습니다. 각기 자신의 할일을 열심히 하면서 머물러 있다가 홀연 종적을 감출 뿐이지요. 그래서 계절마다 우리는 그리움을 간직합니다. 그런 애틋함이 켜켜이 쌓여가면서 세월은 이야기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인생의 풍경을 그려나가는 것이지요. 나이가 들어가면 몸은 쇠해지기 마련이고 몸이 쇠하면 영혼조차 흔들립니다. 그러나 초월에 대.. 2015. 9. 16.
이 사랑 노래, 질펀하도다 이 사랑 노래, 질펀하도다 아주 가끔 성서를 들출 때가 있다. 물론 종교적 열심이 아닌 텍스트에 대한 관심 때문이지만, 어쨌든 성서를 읽으며 나름의 마음공부를 한다. 그런데 성서는 꽤 야한 구석이 있다. 아담과 하와의 삶이 그렇고, 솔로몬 왕이 사랑한 아리따운 여인 이야기도 제법 농밀하다. 그런가 하면 그 옛날 시간에 봤던 삼손과 데릴라의 사랑 아닌 사랑도 은밀한 이야기 천지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성서는 에로티시즘으로 가득한 책이다. 《성서의 에로티시즘》은 ‘성서에 잠입한 에로스의 그림자’를 추적하는 책이다. 물론 에로스 혹은 에로티시즘이라는 말은 기독교에서 대놓고 말하기 뭣한 주제다. 지은이의 말에 따르면 에로스는 ‘수상한 부담 덩어리’이고, 에로티시즘은 ‘신앙과 경건의 이름으로 자랑스레 내세우기 .. 2015. 9. 16.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에로스의 묵은 정념을 일깨우는 일상적 에로티시즘이야말로 숨 막히는 현대문명의 두터운 금기를 성찰하고 그것을 과감히 위반하는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생명의 숨구멍을 끊임없이 확장하는 비평의 풀무질이다.”(7-8쪽) “이 책이 성서의 해석에서 인간의 아름다움이란 관점, 하나 됨을 갈망하는 인간의 꿈이라는 관점, 요컨대 생태적인 창조론의 관점을 좀더 강렬하게 부각시키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9쪽) 1. 어깨 품이 넓은 비단옷을 입은 한 청년이 무릎을 꿇은 채 두 팔로 땅을 짚고 있다. 소맷자락을 걷어 올려 드러난 그의 팔은 미끈하고 든든하다. 살짝 드러난 초록색 바지가 고급스러워 보인다. 눈은 황홀경에 빠진 듯 반쯤 감겨 있고, 입술이 조금 벌어져 있다. 그는 연못에 비친 자기.. 2015.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