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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 노년에 진정한 어머니가 되다(1)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32) 나오미, 노년에 진정한 어머니가 되다(1) 1. 사사들이 다스리던 시절,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은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기근을 피해서 모압으로 갔다. 그는 모압에서 죽으려고 간 게 아니다. 살려고 갔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가족을 이끌고 이국땅 모압으로 간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면서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죽었다. 먼 이국에서 눈을 감는 그 심정이 어떠했을까?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온 그곳이 자신의 무덤이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사랑하는 아내를 이국땅에 두고, 또 장가도 못 보낸 두 아들을 남겨놓고 떠나는 가장의 심정이 어땠을까? 어쩌면 그들을 데리고 모압으로 온 것을 후회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렇게 .. 2015. 8. 24.
기괴하고 놀라운 일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18) 기괴하고 놀라운 일 “이 땅에 기괴(奇怪)하고 놀라운 일이 있도다 선지자(先知者)들은 거짓을 예언(豫言)하며 제사장(祭司長)들은 자기(自己) 권력(權力)으로 다스리며 내 백성(百姓)은 그것을 좋게 여기니 그 결국(結局)에는 너희가 어찌 하려느냐”(예레미야 5:30~31). 오래 전의 일이다. 시골에서 목회를 할 때 내가 속한 지방에서는 해마다 여름이 되면 ‘지방연합성회’라는 것을 열었다. 지방 내에 있는 모든 교회의 교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말씀을 듣는 시간이었다. 그 때마다 외부에서 강사 한 명씩을 초대하였다. 어느 핸가 집회 중 사회를 맡은 적이 있다. 강사는 설교를 시작하며 뜬금없이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례비가 얼마인데(입이 벌어질 액수를 서슴.. 2015. 8. 23.
소멸하는 것을 통해 불멸을 보다 김기석의 톺아보기(14) 소멸하는 것을 통해 불멸을 보다 땅이 있는 한, 뿌리는 때와 거두는 때,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이 그치지 아니할 것이다. (창세기 8:22) 1. 시간 여행자인 인간은 순환하는 계절의 리듬을 타고 산다. 그 속에는 패턴이 없는 무질서에서 패턴을 만들어내신 큰 생명의 숨결이 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규칙적인 패턴에 따라 번갈아 찾아오는 낮과 밤, 여름과 겨울에 몸과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그 리듬을 타고 살 때 삶은 흥겹고, 그 리듬을 거스를 때 삶은 힘겹다. 지금은 우주의 리듬과 문명의 리듬이 충돌하는 시대이다. 몸이 고단하고 심성이 거칠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시를 쓸까? 시간 여행길에 만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붙들기 .. 2015. 8. 21.
종교의 파렴치한 친일행각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32) 종교의 파렴치한 친일행각 2015년. 일본 제국주의의 강제병합으로부터 벗어난 지 70주년 되는 해이다. 이 날을 우리는 광복절이라 부른다. ‘빛을 다시 찾았다’는 이 멋진 메타포는 해방의 감격을 표현하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 다만 이 멋스런 표현이 요즘 세대에게는 조금 낯설고 먼 이야기처럼 들릴지는 않을까 교육적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차라리 ‘해방절’이라 이름 지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일각에서는 우리가 애초부터 주권이 없었고 노예였다가 풀린 것이 아니라, 반만년 유구한 역사 속에서 아주 잠시 일본제국주의에 주권을 빼앗겼다가 다시 찾아온 것이기에 ‘해방’이란 용어는 적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그도 역시 틀린 말은 아니게 들.. 2015. 8. 21.
그럼에도 삶에 대해 ‘예’ 하려 하네 이진경의 ‘지금은 사랑할 시간’(2) 그럼에도 삶에 대해 ‘예’ 하려 하네 “보통 사람들은 66년을 건강하게 산대요. 뉴스 통계에서 들었어요. 그거 듣고, 와, 다들 오래 건강하게 사는구나, 했어요. 저는 한 20년이었거든요.” 첫 만남이 있기 전, 도엽과의 통화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건강한 기간이 66년이라는 것도, 그가 20년 정도 건강했다는 것도 그날 처음 들었다. 하지만 그 20년도 온전히 건강한 날수를 채운 것은 아니었다. 13살 때 오른쪽 눈에 양성 종양이 생겼으니 말이다. 한 사람의 병력이 약력처럼 보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가 거쳐 온 병의 역사를 보면. 도엽이는 생후 100일 때 망막모세포종으로 오른쪽 안구를 적출했다. 수.. 2015. 8. 21.
율법의 완성, 은혜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30) 율법의 완성, 은혜 - 전집 4권 『성서 연구』 「율법의 완성」 - “이 바리새인 같으니라고!” 만일 이런 말을 들었다면 대부분의 기독교 신자는 매우 불쾌할 것이다. 바리새인에 대해 선입견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바리새인은 예수께서 공생애 기간 내내 꾸짖으셨던 사람들이 아니던가! 무엇보다 신약 복음서에 나타난 바리새인들은 사랑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냉정한 율법주의자로 묘사되었기에, 기독 신자들은 일단 ‘심정적으로’ 바리새인들을 싫어한다. 더 극단적인 경우는 반(反)하나님적이고 불신앙적이며 위선자, 안하무인에 거짓신앙인과 동의어로까지 생각하면서 반감과 혐오를 표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바리새파는 이스라엘 공동체가 가졌던 대안.. 2015. 8. 19.
산의 비밀스러운 영토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28) 산의 비밀스러운 영토 산을 오르는 것은 산이 품고 사는 사연들을 만나는 일이 됩니다. 산의 높이와 크기, 그리고 가파른 정도만을 우선 눈여겨보았다가, 그때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던 비밀스러운 영토로 들어서는 순간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주인 몰래 잠입하여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벌이는 은밀한 정찰이 아니라, 예의를 갖추어 정중한 자세로 상대와 새로운 교제를 시작하는 경건한 시도에 속합니다. 사실 평지에서 무심히 바라보는 산은 하늘과 능선이 맞닿아 있는 경계선으로 그 윤곽을 드러낼 뿐입니다. 때로는 계절이 허락하는 다채로운 모습으로, 일상에서는 예상치 못한 면모를 불현듯 확인시키기도 합니다. 물론 그로써 우리는 산의 전체적인 인상을 대강이나마 포착하게 되는 것이지만, 그 .. 2015. 8. 18.
옥수수 수염 두런두런(28) 옥수수 수염 - 동화 - 이제부턴 흙길입니다. 차가 덜컹거리며 흔들리기 시작하자 민구가 잠에서 깼습니다. 아침 일찍 서울을 떠날 때만 해도 오랜만의 나들이에 신이 나서 창에 코를 박고 밖을 구경하던 민구가 따뜻한 햇살에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잘 잤니? 이제 곧 할아버지 댁이다.” 운전하는 아빠 옆에 앉아 있던 엄마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아직 졸음기가 남아있는 민구는 큰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습니다. 기지개를 켜며 막 잠에서 깨어나는 것은 민구뿐이 아니었습니다. 나무마다 아기 손톱 같은 작은 이파리들이 조잘조잘 돋아나고 있었고, 논둑과 밭둑으로는 누군가 크레용을 칠한 것처럼 굵고 힘찬 초록색 선들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창문을 열자 확, 시원한 바람이 밀려.. 2015. 8. 18.
시스라의 어머니, 모든 어머니는 존중받아야한다(2)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31) 시스라의 어머니, 모든 어머니는 존중받아야한다(2) 1. “시스라의 어머니는 도대체 언제 등장하는가?” 조금만 기다려보라. 드보라와 바락이 시스라와 그 군대를 전멸시키고 야빈을 눌러서 결국 야빈과 그 세력을 진멸한다(사사기 4:24). 사사기 4장은 이렇게 끝난다. 그런데 이 사건이 얼마나 극적이었던지 옛 시인은 31절에 이르는 꽤 긴 서사시로 만들었다. 그것이 사사기 5장이다. 성경기자는 드보라가 노래하는 것으로 설정하는데, 드보라는 자신이 사사로 부름받기 이전, 즉 삼갈과 야엘 시대를 매우 곤궁한 시절로 정의한다. “이스라엘에는 마을 사람들이 그쳤으니 나 드보라가 일어나 이스라엘의 어머니가 되기까지 그쳤도다”(사사시 5:7). 하지만 성경기자가 “에훗 후에는 아낫의.. 2015.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