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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産母)의 권리, 그 시대가 우리보다 나았다(2)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29) 산모(産母)의 권리, 그 시대가 우리보다 나았다(2) 1. 레위기 12장은 산모에 대한 규정이다. 산모는 아이를 출산하면서 부정해진다. 정확하게 말하면, 부정하다고 규정되는 것이다. “여인이 임신하여 남자를 낳으면 그는 이레 동안 부정하리니 곧 월경할 때와 같이 부정할 것이며”(레위기 12:2).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여자가 생리를 하면 그것은 부정하다고 하는데(레위기 15:19-24), 에스겔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죄를 범한 것을 “이스라엘 족속이 그들의 고국 땅에 거주할 때에 그들의 행위로 그 땅을 더럽혔나니 나 보기에 그 행위가 월경 중에 있는 여인의 부정함과 같았으니라”(에스겔 36:17).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그들이 땅 위에 피를 쏟았”기 때문이다.. 2015. 7. 31.
어느 날 새벽 두런두런(25) 어느 날 새벽 새벽예배를 마치고 제단에 올라 기도 카드를 넘기다 만난 한 교우의 기도제목 “추위를 잘 지내는 이웃이 되세요.” 기도를 적은 날짜를 보니 지난해 연말 이웃들이 춥지 않게 겨울을 나기를 집사님의 기도는 그렇게 시작이 되었는데 맨 아래 적은 마지막 기도 “직장을 잃어서 실직자이오니 꼭 일자리를 주세요.” 갑자기 숨이 턱 막혀 고꾸라지는 것 같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다시 한 번 읽는데 생선가시 목에 걸리 듯 마음이 찔려오고 깨진 유리조각 손가락마다 박히는 듯 다음 카드로 넘기지 못한다. 멍하니 앉아 있다 고스란히 제단 위에 펼쳐 놓는다. 나로서는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눅눅한 이불 말리듯 젖은 빨래 말리듯 다만 그 분 앞에 펼쳐놓는 것 외엔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2015. 7. 30.
대지에서 솟아나는 영성의 향기 김기석의 톺아보기(10) 대지에서 솟아나는 영성의 향기 -장 피에르 카르티에, 라셀 카르티에의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모든 것이 기적입니다. 우리는 바로 그 기적 안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원은 지금 이 순간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종교입니다. 어쨌거나 나는 신이 생명이며, 그것이 바로 풀들을 밀어 올리고 나무들을 자라게 하는 생명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자각하고 경험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 영속적인 기적에, 그 생명력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신을 모독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39-40쪽) 경계인의 운명 자기의식을 가진 인간은 늘 이곳과 저곳 사이를 떠돈다.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현실이 자기 동일성에 대한 내적 확신을 뒤흔들기 .. 2015. 7. 30.
‘과거’ 이데올로기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30) ‘과거’ 이데올로기 해마다 두 차례, 여름과 겨울이 오면 강남 코엑스는 고등학생과 그 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바로 수시와 정시를 위한 입시 박람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매년 백여 개 이상의 4년제 대학과 10만 명 가까운 수험생과 그 가족이 이곳을 방문한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학생부를 든 학생들이 희망하는 대학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자기 성적으로 입학 가능한 학과가 무엇인지를 상담하게 된다. 2015년도에도 7월 23일부터 26일까지 수시입시박람회가 진행되었고, 총 137개의 대학이 참석하여서 열띤 홍보전을 벌였다. 사실 우리나라의 입시 과열은 정평이 나있다. 이런 행사도 그런 지대한 관심과 열정을 노린 것이라 하겠다. 그렇.. 2015. 7. 30.
살인하지 말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5) 살인하지 말라 - 어느 살인에 관한 이야기 살인의 정의 사람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은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 또 사람이 제 목숨을 되찾는 대가로 무엇을 내놓겠느냐?”(마태복음 16:26)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공감할 거다. 그런데 십계명 중 가장 까다로운 계명이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이라면 믿을 수 있겠나? 그건 다른 어떤 계명보다 이 계명에 ‘합법적’ 예외가 많기 때문이다. ‘살인’(殺人)은 사람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 계명은 히브리어로 ‘살인하다’(to kill)와 ‘말라’(not)라는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누가 누구의 생명을 어떻게 빼앗느냐는 방식과 상관없이 모든 형태의 살인을 금.. 2015. 7. 29.
“여름밤 기차의 행선지”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24) “여름밤 기차의 행선지” 흑판의 글씨처럼 쉽게 지우기를 거듭하면서 새로 쓰는 서툰 문장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념(想念)으로 뒤척이다가, 그만 때를 넘기고 미처 잠들지 못한 여름밤은 여느 때보다도 고독해집니다. 순간, 오후 내내 몰인정하게 작열하던 태양을 껴안고 간신히 열기를 식힌 적막(寂寞)을 불현듯 가르며, 홀로 그 긴 몸을 앞세워 어디론가 돌진하기 시작하는 기차의 움직임이 들리는 작은 창문은 “목표를 정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의 무임승차(無賃乘車)”를 허용하는 출구가 됩니다. 마치 대단한 일을 벌일 것처럼 머리끝에서 흰 연기를 뿜으며 저 멀리 고갯마루를 넘어서야 비로소 흩어질 기적소리를 울리던 시절의 기차라야 비로소 기차처럼 보이는 것은 아마도 흑백사진 속의 안타까운 추억.. 2015. 7. 29.
권위 나눔, 소유 나눔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28) 권위 나눔, 소유 나눔 - 전집 4권 『성서 연구』 「산상수훈」 편 - 저 이의 입에서 어떤 말이 떨어질까?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고치고 배고픈 이들에게 떡을 먹인 이라는데, 저이가 우리를 구원할 메시아가 아닐까? 예수를 따라 산 위에 오른(마태복음), 혹은 한적한 평지에 다다른(누가복음) ‘무리들’은 온 존재를 집중하여 예수의 입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필시 살리는 말을 할 것이니, 필시 숨통이 트이는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이니, 그 첫 마디가 어찌 기대되지 않으랴!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복스럽도다, 가난한 이여!” 어이없을 일이다. 1세기 팔레스타인 땅에서 ‘가난한’ 삶이 얼마나 비참한데, 어찌 가난한 이들이 복되다 하는가? “천국이 저희 것인 까닭이다.” .. 2015. 7. 29.
고삐 풀린 망아지들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16) 고삐 풀린 망아지들 “내가 말하기를 이 무리는 비천(卑賤)하고 우준(愚蠢)한 것뿐이라 여호와의 길, 자기(自己) 하나님의 법(法)을 알지 못하니 내가 귀인(貴人)들에게 가서 그들에게 말하리라 그들은 여호와의 길, 자기(自己) 하나님의 법(法)을 안다 하였더니 그들도 일제(一齊)히 그 멍에를 꺾고 결박(結縛)을 끊은지라”(예레미야 5:4~5). 어찌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의 뜻을 모른 채(알면서도) 하나님을 등질 수가 있는 것일까, 예레미야는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소도 임자를 알고 나귀도 주인의 구유를 아는 법’(이사야 1:3) 그렇다면 하나님의 백성들이 짐승만도 못하단 말인가? 내남없이 하나님의 법을 떠나 사는 모습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예레미야는 이.. 2015. 7. 27.
영혼은 날고 싶다 김기석의 톺아보기(9) 영혼은 날고 싶다 -파커 J. 파머의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 “온전함은 완전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깨어짐을 삶의 불가피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온전함의 의미를 깨닫게 된 후 나는 우리가 참화를 새로운 생명의 온상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인간의—나의, 당신의, 우리의—온전성이 헛된 꿈은 아니라는 희망을 간직하게 되었다.” (파커 J. 파머) “무대 위에서 내가 맡은 역할을 하는 동안 내 참자아는 내 안의 가장 깊은 가치와 믿음, 그 부서지기 쉬운 희망과 열망을 세상이 부숴버릴까 두려워 무대 뒤에 숨어 있었다.”(파커 J. 파머) 분리된 삶 구름이 짙게 드리운 도시의 뒷골목을 걷노라면 영화 의 주인공인 꽁스땅스의 씩씩한 걸음걸이가 떠오를 때가 있다. 내면의 .. 2015.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