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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和)의 영이여, 오소서!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35) 화(和)의 영이여, 오소서! - 전집 5권 『일기 I』 1932~33년 일기 - 설마 진짜로 그럴까, 했다. 물론 지난 문명사에 뒷걸음질 친 사례들이 없지 않았으나, 그래도 길게 보면 점차로 ‘앞으로 나아간’ 것이 역사였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마다 기득권자들은 그 ‘나아감’에 저항하다 결국 큰 흐름을 막지 못하고 가장 늦게 승차해오긴 했다. 그래도 그렇지. 과거사의 해석에 있어 단 하나의 ‘정답’은 없는 법이라고, 남아 있는 기록 자체가 이미 ‘승자들의 것’이기에, 과거의 역사를 해석하는 일은 더 많은 시각과 해석을 요하며 중층적이고 입체적인 ‘읽기’를 허해야 한다고, 나는 그렇게 배워왔는데… 군주제였던 조선 시대의 왕들도 안하던 일을 하겠다 한다. 역사 해석은 1차적으로.. 2015. 10. 15.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4)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하나님은 만물을 사랑하시되 피조물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으로 여겨 사랑하십니다. 몇 해 전이던가. 산과 들에 녹음이 우거질 무렵, 교우 가정에 초상이 났다. 나는 장례식 주례를 부탁받고 꽤 먼 거리였지만 교우 가정의 선산까지 따라갔다. 하관식을 마치고 작은 산등성이로 허위허위 올라가 둥근 봉분 만드는 걸 내려다보며 잠시 앉아 쉬고 있는데, 귀밑머리가 하얀 교우가 다가와 이파리가 딱 두 잎 달린 어린 단풍나무 한 그루를 쑥 내밀었다. 하관식을 하는 동안 산을 돌아다니다가 캤는데, 집에 가져가서 화분에 심어서 키워보라고! 그러면서 교우는, 이미 작고한 자기 모친에게 들었다며 어린 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 한 자락을 풀어놓았다... 2015. 10. 13.
자책이 전부일 수는 없다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28) 자책이 전부일 수는 없다 “너는 또 그들에게 말하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사람이 엎드러지면 어찌 일어나지 아니하겠으며 사람이 떠나갔으면 어찌 돌아오지 아니하겠느냐 이 예루살렘 백성(百姓)이 항상(恒常) 나를 떠나 물러감은 어찜이뇨 그들이 거짓을 고집(固執)하고 돌아오기를 거절(拒絶)하도다 내가 귀를 기울여 들은즉 그들이 정직(正直)을 말하지 아니하며 그 악(惡)을 뉘우쳐서 나의 행(行)한 것이 무엇인고 말하는 자(者)가 없고 전장(戰場)을 향(向)하여 달리는 말 같이 각각(各各) 그 길로 행(行)하도다 공중(空中)의 학(鶴)은 그 정(定)한 시기(時期)를 알고 반구(班鳩)와 제비와 두루미는 그 올 때를 지키거늘 내 백성(百姓)은 여호와의 규례(規例)를 알지 못하도다.. 2015. 10. 13.
한나, 어머니 되기 위해 어머니 되기를 포기하다(1)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36) 한나, 어머니 되기 위해 어머니 되기를 포기하다(1) 1. 때로, 아니 생각보다 자주, 모정천리(母情天理)는 모정천리(母情千里) 모정만리(母情萬里)이다. 그만큼 어머니가 되는 게 어렵다는 의미이다. 오늘 우리가 살피려는 한나의 삶도 그렇다. 한나의 삶은 천로역정(天路歷程)이 아니라 모로역정(母路歷程)이다. 그는 어머니가 될 수 없어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고, 어머니가 되기를 간절히 염원했기 때문에, 어머니 됨을 포기할 서원을 주님께 했다.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 장차 어머니 되기를 포기해야 하는 한나의 상황이 바로 모로역정이다. 2. 사무엘상은 “엘가나”라는 한 사람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세워지는 과정을 상세하게 서술하는 사무엘서가 한 사람에.. 2015. 10. 11.
고기는 너희가 처먹어라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27) 고기는 너희가 처먹어라 “만군(萬軍)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 희생(犧牲)에 번제물(燔祭物)을 아울러 그 고기를 먹으라 대저(大抵) 내가 너희 열조(列祖)를 애굽 땅에서 인도(引導)하여 낸 날에 번제(燔祭)나 희생(犧牲)에 대(對)하여 말하지 아니하며 명(命)하지 아니하고 오직 내가 이것으로 그들에게 명(命)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내 목소리를 들으라 그리하면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겠고 너희는 내 백성(百姓)이 되리라 너희는 나의 명(命)한 모든 길로 행(行)하라 그리하면 복(福)을 받으리라 하였으나 그들이 청종(聽從)치 아니하며 귀를 기울이지도 아니하고 자기(自己)의 악(惡)한 마음의 꾀와 강퍅(剛愎)한 대로 행(行)하여 그 등을 내게로.. 2015. 10. 6.
하루씩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35) 하루씩 - 전집 5권 『일기 I』 1930년~31년 일기 - 살다보면 엉겁결에 맡게 되는 일들이 있다. 물론 ‘하기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 상황이 되지 않는데, 공동체의 처한 정황상 ‘독박을 쓰는’ 경우다. 더 우아한 말이 있겠으나 개인에게는 이만큼의 부담이다. 김교신에게는 『성서조선』 편집주간이 된 일이 그러했다. 1930년 5월부터 김교신은 거의 단독으로 잡지의 편집 일을 도맡아 해야 했다. 그동안은 정상훈이 했던 일이다. 나라도 어수선했지만 한창 젊은 나이의 6인이었다. 직업면에서도 가정면에서도 이동이 잦은 시기였다. 양인성은 평북 선천에, 함석헌은 오산에, 류석동은 소격동에서 이렇게 저렇게 흩어져 각자의 자리에서 성서모임을 열어가며 ‘버티던’ 한중간.. 2015. 10. 4.
청년 예수께 길을 묻습니다 한종호의 너른마당(34) 청년 예수께 길을 묻습니다 “순결한 남자들 저녁노을같이 붉고 곱던 남자들 그들과 함께 한 시대도 저물어 채울 길 없는 끔찍한 날들이 많았다 …길을 떠나려다 문득문득 순결한 남자들 보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뜨거움도 간절함도 없이 살고 있어서 눈물도 절규도 없이 살고 있어서” - , 도종환 역사를 고뇌하고 이상에 자신을 걸고 아무런 계산 없이 사람을 사랑하는 그런 이들을 다시 보고 싶어하는 시인의 아픔이 절절히 다가옵니다. 시인은 다시 에서 꿈꾸는 새로운 출발을 이렇게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늘 바다로 떠날 일을 꿈꾸지만 나는 아무래도 강으로 가야겠다 가없이 넓고 크고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꿈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작고 따뜻한 물소리에서 다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 2015. 10. 1.
기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26) 기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그런즉 너는 이 백성(百姓)을 위(爲)하여 기도(祈禱)하지 말라 그들을 위(爲)하여 부르짖어 구(求)하지 말라 내게 간구(懇求)하지 말라 내가 너를 듣지 아니하리라 너는 그들이 유다 성읍(城邑)들과 예루살렘 거리에서 행(行)하는 일을 보지 못하느냐 자식(子息)들은 나무를 줍고 아비들은 불을 피우며 부녀(婦女)들은 가루를 반죽하여 하늘 황후(皇后)를 위(爲)하여 과자(菓子)를 만들며 그들이 또 다른 신(神)들에게 전제(奠祭)를 부음으로 나의 노(怒)를 격동(激動)하느니라”(예레미야 7:16-18). 흔한 말처럼 되었지만 ‘기도’(祈禱)는 ‘기도’(企圖)이며 ‘기도’(氣道)이기도 하다. 기도를 드린다는 것은 마음의 소원을 아뢰는 조.. 2015. 9. 30.
“미생(未生)을 위한 철학”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33) “미생(未生)을 위한 철학” 비정규직의 모멸감과 격차사회의 모순을 드러낸 드라마 은 끝났지만, 현실의 미생은 여전히 미생인 채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정도일까? 이 드라마를 패러디한 방송 프로의 이름은 이었다. 아예 육안(肉眼)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존재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시인 이문재의 라는 시의 전문이다. 어쩌면 이리도 고마운 시가 있는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한 “나”라는 존재가, 어느 한 사람에게는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는 깨달음은 누가 뭐래도 뜨거운 사랑이다. 그 “나”는 우리 모두다. 이.. 2015.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