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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하늘처럼 밤하늘 불을 끄실 때 내 방에 불을 켠다 새벽하늘 불을 켜실 때 내 방에 불을 끈다 어둔 밤이면 전깃불에 눈이 멀고 환한 낮이면 보이는 세상에 눈이 멀고 언제쯤이면 나도 하늘처럼 밤이면 탐욕의 불을 끄고서 어둠 한 점 지운 별처럼 두 눈이 반짝일까 새벽이면 마음에 등불을 켜고서 하늘 한 점 뚫은 해처럼 두 눈이 밝아질까 2021. 3. 25.
봄(8) 아무도 몰래 하나님이 연둣빛 빛깔을 풀고 계시다 모두가 잠든 밤 혹은 햇살에 섞어 조금씩 조금씩 풀고 계시다 땅이 그걸 안다 하늘만 바라고 사는 땅 제일 먼저 안다 제일 먼저 대답을 한다 2021. 3. 25.
봄(7) 아무도 모르게 견딘 추위 속 아픔 모르셔도 됩니다 누구도 모르게 견딘 어둠 속 외로움 모르셔도 되고요 다만 당신께는 웃고 싶을 뿐 웃음이고 싶을 뿐 나머지는 제 마음 아니니까요 2021. 3. 24.
봄(6) 숙제를 하다말고 책상에 엎으려 잠든 아이의 손에 파란 물이 들었습니다. 그리다 만 그림일기 속 푸른 잎 돋아나는 나무가 씩씩하게 서 있습니다. 나무도 푸르고 나무를 그리는 아이의 손도 푸르고 푸른 나무를 푸르게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도 푸르고 아이는 오늘 밤 푸른 꿈을 꾸겠지요. 봄입니다. - (1996년) 2021. 3. 23.
자로 사랑을 재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 지금이야 대부분 미터법을 사용하지만 이전에는 치(寸), 자(尺), 척(尺) 등 지금과는 다른 단위를 썼다. 거리를 재는 방법도 달라져서 요즘은 아무리 멀리 떨어진 곳도 기계를 통해 대번 거리를 알아내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측정법이 좋아져도 잴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있다. 하늘의 높이나 크기를 누가 잴 수 있을까. 바라볼 뿐 감히 잴 수는 없다. 그런데도 자기 손에 자 하나 들었다고 함부로 하늘을 재고 그 크기가 얼마라고 자신 있게 떠벌리는 종교인들이 더러 있으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가 없다. 사람의 마음도 잴 수가 없다. 기쁨과 슬픔 등 사람의 마음을 무엇으로 잴 수가 있겠는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잴 수 없고, 재서는 안 되는 것 중에는 사.. 2021. 3. 22.
봄(5) 윗작실 죽마골을 오르다 만난 꽃댕이 할머니 강 건너 꽃댕이 마을에서 시집온 뒤론 아예 이름이 꽃댕이가 되었다. 귀가 잡숴 큰소리로 싸우듯 소릴 쳐야 알아듣지만 사실 그럴 일이 뭐있담 그냥 얼굴 보면 알지 낯빛 보면 맘 알지 말은 그담 아닌가 환한 웃음으로 지나쳤는데 저만치 가던 할머니 뭐라도 잊은 듯 급하게 달려와선 혼자 사는 당신 집 빈 마루에서 웬 까만 비닐봉지 전하신다. 무슨 설명 대신 손을 잡는데 화로에 잘 익은 고구마처럼 할머니 손이 따뜻하다. 돌아와 열어보니 냉이와 달래 들었다. 혼자 사는 외로움 사람에 대한 그리움 가득 들었다. 달래 향기가 싸하다. 봄이다. - (1996년) 2021. 3. 21.
봄(4) 산이 젖을 꺼내 젖을 준다. 두 손 벌겋도록 얼어온 자식 얼른 가슴 열어 젖가슴으로 녹이 듯 경운기 지나가는 거친 산비탈 겨우내 언살 녹여 어쩜 저리 고운 흙을 내는 걸까 못자리 할 때 되지 않았느냐고 못자리 하려면 고운 흙 필요하지 않냐며 젖을 꺼내 뽀얀 젖을 내는 봄이다. - (1996년) 2021. 3. 21.
봄(3) 인적 끊겨 길마저 끊겨가는 윗작실서 안골로 넘어가는 옛길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단옷날 그네가 걸려 어릴 적 시간으로 단숨에 들게 하던 근심과 걱정 그나마 털던 품 넓고 장한 느티나무 위로 바람과 볕 잔잔한 안골이 있는데 안골 한복판엔 감나무가 섰다. 가을이면 하늘을 다 덮을 만큼 감이 열리고 고추잠자리 붉은 노을 부러움을 살만큼 붉은 감이 눈부신 나무다. 어느 날 여든이 넘은 이한조 할아버지 지게 위에 달랑 낫 하나 걸고 불편한 걸음 지게막대 의지해 안골로 건너와선 지난겨울 둘러준 감나무 밑동 메밀짚을 걷어낸다. 얼지 말라고 장난꾸러기 손주 내복 입히듯 둘러준 메밀짚 짚을 걷어 바닥에 깔고 서너 번 나무 밑동 쓰다듬곤 돌아선다. 봄이다. - (1996년) 2021. 3. 20.
하나님 나라의 씨앗으로 산다는 것 “‘내가 그들을 여러 백성들 가운데 흩으려니와 그들이 먼 곳에서 나를 기억하고’(슥10:9) 기독교란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분의 뜻에 따라 뿔뿔이 흩어져서, 마치 씨앗처럼 ‘땅의 모든 나라 중에’ 뿌려져 있는 것입니다.(신 28:25). 이것은 그들에게 저주인 동시에 약속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머나먼 나라에서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그것은 온 세상 가운데 하나님 나라의 씨앗으로 존재하는 길이기도 합니다.”(디트리히 본회퍼, , 김순현 옮김, 복 있는 사람, p.22) 주님의 평강이 우리 가운데 임하시기를 빕니다. 미세먼지가 우리 마음을 어둡게 만들지만, 봄기운이 완연한 나날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건강에 유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 생긴 대형 백화점에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 2021.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