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63 나무는 참선하는 사람 나무는 참선하는 사람 한 자리에 오롯이 앉아서 땅의 흙을 끌어 안으려는 뿌리들의 결가부좌(結跏趺坐) 둥치의 꽂꽂이 세운 허리 숨으로 나를 지우는 무념무상(無念無想) 잔가지들의 자유로운 비상(飛上) 참선하는 나무가 걸어다니는 나무에게 지구별에서 꿈꾸는 하나의 소망은 아마도 나란히 곁에 앉아서 평화의 숨을 나누자는 천명(天命) 숨을 쉬는 일 숨을 쉬는 일 숨 하나로 나를 지우는 일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 이 땅에서 천국의 안식을 누리는 삶 2023. 2. 26. 망해도, 살아내기 망해도, 살아내기 -「망하면 망하리라」 1934. 4월 - “난 한 마리 똥개가 될 거예요. 우직하게 그러나 컹컹 계속 짖으면서, 도둑들로부터 우리 집 사람들을 지키면서…” 지난 주 한 집필 원고의 공동 기획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나이 지긋하신 어느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대략의 집필 방향과 각자의 몫을 나눈 뒤에 자연스레 ‘요즘 나라꼴’에 대한 한탄이 이어지던 중간이었다. 반(反)생명적인 정치·경제 시스템이 너무나 견고하고 높은 벽과 같다고 모두가 속상해했다. ‘우리 집’이란 은유가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 물을 기회는 없었지만, 대략 짐작은 되었다. 예수께서 기도하셨듯이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도 이루어지길’ 소망하는 그리스도인들로서 ‘우리 집’이 어디겠는가? 생명을 살리고 권위와 소유를 나누며 .. 2023. 2. 15. 별, 중의 별 보아도 보이지 않는 별무리가 보고프면 별, 중의 별 중학생 아들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흐르는 성운 이마와 턱과 양 볼의 우주 손길이 닿는 곳마다 별은 별을 낳고 별과 별 사이로 펼쳐진 빈 하늘에 스치는 생애 맨 처음 얼굴 중학생의 얼굴에 빛나는 별무리 중용과 중도의 은덕이 깃든 사람의 얼굴 아침 저녁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찰라마다 청년 윤동주의 별이 바람에 스치듯 우리는 이마와 이마를 맞대어 서로의 우주를 향하여 평화의 인사를 나눕니다 2023. 2. 15.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수난곡 No. 29 그가 무슨 일을 하였느냐?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수난곡 No. 29 그가 무슨 일을 하였느냐? 마태수난곡 2부 56~57번 마태복음 27:23 음악듣기 : https://youtu.be/PcoyJf1ko8A 56(47) 내러티브 에반겔리스트 23 빌라도가 이르되 23. Der Landpfleger sagte: 대사 빌라도 23 어찜이냐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23. Was hat er denn Übels getan? 57(48) 코멘트 소프라노 레치타티보 그분은 우리 모두에게 선한 일을 하셨습니다. 눈먼 이에게는 눈을 뜨게 하셨고, 걷지 못하는 자에게는 걷게 하셨으며: 우리에게 아버지의 말씀을 들려주셨으며, 악한 것들을 내쫓으셨으며: 슬픔에 싸인 자들을 일으켜 세워 주시고 죄인들을 영접해 주셨습니다.. 2023. 1. 31.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수난곡 No. 28 빌라도 그리고 바라바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순례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수난곡 No. 28 빌라도 그리고 바라바 마태수난곡 2부 54~55번 마태복음 27:15~22 음악듣기 : https://youtu.be/EcEEmTO_Flc 54(45) 내러티브 에반겔리스트 15.명절이 되면 총독이 무리의 청원대로 죄수 한 사람을 놓아 주는 전례가 있더니 16.그 때에 바라바라 하는 유명한 죄수가 있는데 17.그들이 모였을 때에 빌라도가 물어 이르되 15. Auf das Fest aber hatte der Landpfleger Gewohnheit, dem Volk einen Gefangenen loszugeben, welchen sie wollten. 16. Er hatte aber zu d.. 2023. 1. 16. 별 하나 촛불 하나 국민학교 교실에서 서툰 손으로 맨 처음으로 그린 크리스마스 카드는 작은 창문 곁에 노랑 촛불 하나 중학생이 되어서 동무들이 떠들썩할 때 혼자 맞이하던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소망은 문방구에서 산 오래 오래 아껴둔 빨간 사과 양초에 불을 밝히는 일 정말로 나는 내 작은 방 창가에 혼자 앉아서 어둔 방엔 나와 촛불 하나뿐 촛불 하나면 아무리 춥고 어둔 겨울 동짓달도 따뜻하였지 그 어둡고 어둡던 스무살의 어둔 터널 속에서도 스치듯 보이던 단 하나는 먼먼 별빛 닮은 별 하나 하늘과 땅이 혼돈하여 온통 혼란스럽던 내 젊은 날의 세상에서 낮고 낮은 곳으로 가장 작고 그늘지고 가난한 곳으로 내려오신 예수의 마음 하나 나의 촛불이 되신 별 하나 2022년 올 겨울도 이 땅 어딘가에선 참 많이도 춥고 서럽고 억울한 사람들.. 2022. 12. 22. 무엇이 생명을 살리는가? 사진/뉴스1 그 아이의 누이가 멀찍이 서서, 아이가 어떻게 되는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 바로의 딸이 목욕을 하려고 강으로 내려왔다. 시녀들이 강가를 거닐고 있을 때에, 공주가 갈대 숲속에 있는 상자를 보고, 시녀 한 명을 보내서 그것을 가져오게 했다. 열어 보니 거기에 남자아이가 울고 있었다. 공주가 그 아이를 불쌍히 여기면서 말하였다. “이 아이는 틀림없이 히브리 사람의 아이로구나”. 그때에 그 아이의 누이가 나서서 바로의 딸에게 말하였다. “제가 가서 히브리 여인 가운데서 아기에게 젖을 먹일 유모를 데려다 드릴까요?” 바로의 딸이 대답하였다. “그래, 어서 데려오너라.” 그 소녀가 가서, 그 아이의 어머니를 불러왔다.(출애굽기 2:4-8) 사태는 매우 엄중했다. 갓 태어난 히브리 남자 아이는 발.. 2022. 11. 23. 상습범 *오늘의 성서일과(2022년 11월 19일 토요일) 시편 46편, 누가복음 1:68-79, 예레미야 22:18-30, 누가복음 18:15-17 *꽃물(말씀 새기기) “네가 평안할 때에 내가 네게 말하였으나 네 말이 나는 듣지 아니하리라 하였나니 네가 어려서부터 내 목소리를 청종하지 아니함이 네 습관이라.”(예레미야 22:21) *마중물(말씀 묵상) 예언자의 소리가 크게 들린다. “네 습관이라.” 법도 상습범에게는 아량을 베풀지 않는다. 가중 처벌한다. 그만큼 상습범은 질이 나쁘다. 남 유다를 향하여 외치신 야훼 하나님의 외마디가 왠지 비수처럼 들린다. 정말 그러면 안 되기에 말이다. 시대의 비극은 아무렇지 않음으로 귀결되는 무감각이다. 이태원에서 일어난 비극을 보면서도 참담한 것은 진짜로 책임져야 할 자.. 2022. 11. 19. 하얀 구절초 곁으로 하얀 구절초 곁으로 가을걷이를 다한 빈 들녘 빈 들녘 곁으로 옛 서라벌 토함산 능선을 배경으로 하얀 구절초를 찍으려고 가까이 다가가서 곁에 앉았더니 흰빛을 잃은 구절초 내 그림자가 그랬구나 보이지 않던 해가 바로 내 등 뒤에 있었구나 토함산 자락을 넘어가는 저 하얀 구름을 따라서 나도 슬쩍 푸른 동해로 고개를 기울인다 이 땅 어디를 가든 해를 등진 순간마다 회색빛 그림이 되는 한 점의 나를 보며 착한 길벗 하얀 구절초가 하얗게 웃어준다 2022. 11. 18. 이전 1 ··· 6 7 8 9 10 11 12 ··· 2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