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63 <말씀 등불 밝히고> 북토크(2) https://www.youtube.com/watch?v=H-p7xSehnPI 2023. 5. 30. <말씀 등불 밝히고> 북토크(1) https://www.youtube.com/watch?v=eOz95rnVEXE 2023. 5. 30. 밥맛 잃은 김에 일종식을 벗삼아 지난 오월에 떨어진 밥맛이 줄곧 내리막길이더니 햅쌀이 나오는 시월에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시월에 이태원 골목길의 배고픈 청년들 저녁밥 먹는 저녁답부터 부르던 경찰 부르던 국가 부르던 엄마 부르던 아빠 저녁해가 넘어가도록 어둔 밤이 다하도록 부르다가 숨이 멎은 가슴들 마지막 숨을 거둔 이름들 그날에 밥맛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오월 잃은 밥맛은 다시 돌아올 줄 모른다 그럼에도 날마다 좋은날 밥맛 잃은 김에 일종식을 벗삼아 오늘로 오십삼일째 되는 일종식과 오후불식 저절로 한나절의 졸음이 가시고 길어진 하루에 정신이 성성적적한 촛불이다 돌짝밭을 뚫고서 돋아나는 푸른 숨결에 문득 하루 삼시 세 끼의 망상을 누가 만들었을까 2023. 5. 19. 헐벗은 나무의 아름다움 봄볕이 따스합니다. 생명이 출렁거리는 계절입니다. 그야말로 시들고 죽어가고 있던 것들마저도 새로운 기운을 얻어 기뻐하는 시간입니다. 대학 교정에는 청춘의 활기가 그득합니다. 캠퍼스 이곳저곳 숲 속에는 희망을 나누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그곳에는 내일의 힘이 자라나고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황금가지》를 쓴 신화연구가 조지 프레이저는 겨울과 봄의 투쟁을 말하고 있습니다. 풍요를 비는 곡물제를 지내면서, 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이겨내는 봄의 소생을 기원하는 고대사회의 모습을 그는 계절의 권력교체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현상적으로 보면, 겨울은 자신의 주도권을 봄에게 넘겨주고 쓸쓸히 퇴장하는 듯 합니다. 패장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겨울은 봄을 잉태합니.. 2023. 5. 8. 한 순례자의 시선 이번에 출간한 《말씀 등불 밝히고》는 김기석 목사의 487편의 구약설교와 625편의 신약설교 중에서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책별로 66편의 설교를 편집한 책이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김기석 목사의 글은 언제나 잔잔하면서도 풍요롭다. 그건 참 묘한 경험이다. 침착함 속에 넘치는 열정과 그저 무심한 듯 지나치는 것 같으면서도 깊숙이 응시하는 성찰의 힘을 느끼게 된다. 대단한 독서가로 알려진 그의 글에는 그의 독서 편련이 묻어나고, 그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생사와 현실에 대한 생각의 무늬들이 그대로 손에 만져진다. 천 백여 편의 설교를 살피면서 편집한 이 책은 예수를 믿는 그의 삶과 성품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수행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행집이라고 하면, 얼핏 뭔가 어려운 고담준론(高談峻論).. 2023. 5. 5. 못박혀야 하겠나이다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순례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수난곡 No. 31 못박혀야 하겠나이다 마태수난곡 2부 59번 마태복음 27:23b~26 음악듣기 : https://youtu.be/1jIyjhg6Q08 59(50) 내러티브 에반겔리스트 23. 그들이 더욱 소리질러 이르되: 23. Sie schrieen aber noch mehr, und sprachen: 대사 무리들 23.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겠나이다 23. Laß ihn kreuzigen. 내러티브 에반겔리스트 24. 빌라도가 아무 성과도 없이 도리어 민란이 나려는 것을 보고 물을 가져다가 무리 앞에서 손을 씻으며 이르되: 24. Da aber Pilatus sahe, daß er nichts schaf.. 2023. 5. 1. 2022년 신학기, 일반고 학생들의 학폭 대응기 춥고 건조한 겨울을 푸르게 지나온 소나무가 조금은 수척해진 얼굴로 솔잎마다 낱낱이 따스한 봄햇살을 쬐며 온 산과 마을로 푸른 숨을 내뿜고 있는 봄날입니다. 어느새 우리 마을의 골목길까지 노란 송화가루가 날려와 골목길이 노랗습니다. 봄날의 숲속은 또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교실처럼 시끌시끌 소란스러운가봅니다. 겨우내 마른풀 더미 밑에 움츠려 있던 숲의 작은 생명들이 깨어나며 흙을 들썩이는 소리, 마른 가지 끝 노랑빛을 피우던 산수유꽃이 지고, 듬성듬성 분홍빛을 피우던 진달래가 진 후 비로소 산은 연두빛 살을 찌우기 시작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얼굴처럼 활짝 활짝 빛이 납니다. 하얀 목련이 교정을 환한 등불처럼 밝히는 3~4월의 신학기 교실에서는 책상도 낯설고 담임선생님 얼굴도 낯설고 앞으로 일 년을 함께 .. 2023. 4. 30. 사랑 때문에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순례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수난곡 No. 30 사랑 때문에 마태수난곡 2부 58번 음악듣기 : https://youtu.be/J3cMlrpVOyc 58(49) 코멘트 소프라노 아리아 사랑 때문에, 사랑 때문에 나의 구주는 죽으려 하시네 단 하나의 죄도 알지 못하시는 그가 영원한 파멸과 심판의 형벌을 내 영혼에서 떨쳐버리시기 위해, Aus Liebe, Aus Liebe will mein Heiland sterben, Von einer Sünde weiß er nichts, Daß das ewige Verderben Und die Strafe des Gerichts Nicht auf meiner Seele bliebe. 지난 시간에는 빌라도.. 2023. 3. 24. 나는 까막눈 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를 졸업한 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교를 졸업한 후 나는 까막눈이 되었네 보이는 세상은 태초의 흑암 불과 100년 전에 쓰여진 우리 조상의 역사서도 나는 읽을 줄 모르게 되었다 정약용 선생이 아들에게 보낸 친필 편지도 일연 스님의 도 나는 읽을 줄 모르게 되었다 홍익인간의 단군이 나온다는 과 도 가믈가믈 현묘하다 중도와 중용도 모르면서 중3학년이 되어 치른 중간고사에서 올백을 맞았을 때(음악 빼고) 눈먼 기쁨 그 너머로 별통별처럼 스치던 깨달음 지금 학교 선생님들이 여기저기서 아무 쓸데없는 장난을 치고 계시는구나 교실의 칠판을 그대로 선생님 입말을 그대로 절대 믿음 절대 복사 그렇게 나는 까막눈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문득 가슴으로 스친 그 한 톨의 진실을 국민의 의무.. 2023. 3. 14. 이전 1 ··· 5 6 7 8 9 10 11 ··· 2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