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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생각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31) 어리석은 생각 베다니 시몬의 집에서 옥합을 깨뜨려 향유를 예수님께 부은 일을 두고 예수님은 ‘좋은 일’이라고 한다. 노동자 1년 치 품삯에 해당할 만큼 값비싼 향유, 제자들의 불만처럼 그 향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가난한 자들을 지극한 사랑으로 품었던 예수님의 삶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여인을 책망하는 제자들의 입장에 동조를 하실 것 같은데, 그 일을 ‘좋은 일’이라 하시는 주님의 말씀은 뜻밖이다. 주님의 말씀은 이어진다.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으니 아무 때라도 원하는 대로 도울 수 있거니와, 나는 너희와 항상 함께 있지 아니하리라. 그는 힘을 다하여 내 몸에 향유를 부어 내 장례를 미리 준비하였느니라.” 주님은 언제라도 할 수 있.. 2019. 12. 4.
순환하는 하느님과 동행하는 자유로운 영혼 신동숙의 글밭(21)/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 순환하는 하느님과 동행하는 자유로운 영혼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자연 곳곳에서 보이는 모든 움직임은 순환하는 하느님의 모습이다. 펄럭이는 돛, 흐르는 시내, 흔들리는 나무, 표류하는 바람, 이런 것들에서 우리는 건강과 자유를 찾을 수 있다. 나는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세우신 나무 그늘에서 건강하게 뛰놀고 장난치는 것만큼 더 품위 있고 신성한 건강과 자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죄에 대한 의심 따위가 존재할 여지가 없다. 인간이 이를 알고 있었더라면 대리석이나 다이아몬드로 성전 따위를 짓지는 않았을 것이고, 성전 건축은 신성 모독 중의 신성 모독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낙원을 영원히 잃지 않았을 것이다.'(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소로우의 일기] ,.. 2019. 12. 3.
달라진 것이 없다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30) 달라진 것이 없다면 온유 지역이 부른 찬양은 ‘주 예수님 내 맘에 오사’였다. 대림절이 시작되었기 때문일까, 가사 하나하나가 마음으로 다가왔다. 찬양을 들으며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지구는 손주를 중심으로 돈다는 말이 있다. 손주가 태어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마음도 달라지고, 생활의 우선순위도 달라지고, 집안의 서열도 달라진다. 집안 가구도 달라지고 얼굴표정도 달라진다. 늘 입이 귀에 걸린다. 기회만 되면 자랑을 하고 싶어 안달이다. 손주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일 때마다 만원씩을 내야 한다고 해도 십만 원을 선불로 낼 의향이 있다. 오랜만에 손주가 찾아와도 마찬가지다. 일정도 손주를 중심으로 짜고, 약속도 손주를 최우선으로 정한다. 음식점 앞에서건 장난감 가게 앞에서.. 2019. 12. 2.
물길 신동숙의 글밭(20)/시밥 한 그릇 물길 내게 햇살의 은혜만을 구하지 않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 마음 사막이 되지 아니 하도록 흐르게 하소서 밤이슬 더불어 눈물 흐르게 하소서 새벽이슬 더불어 눈물 흐르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 안에 기도의 샘물이 물길을 내어 작고 여린 생명가로 흘러들 수 있도록 흐르게 하소서 눈물웃음꽃 피우게 하소서 햇살웃음꽃 피우게 하소서 2019. 12. 2.
사나운 짐승이 사는 곳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9) 사나운 짐승이 사는 곳 12월을 시작하며 모인 월삭기도회, 마침 온유 지역이 찬양을 드렸다. 모든 찬양이 그러하겠지만 새벽에 드리는 찬양은 여느 때보다도 더 많은 정성을 필요로 한다. 온유 지역의 찬양을 고마운 마음으로 받으며 덕담을 했다. 온유한 사람들이 되시라고. “‘온유’라는 말 속에는 ‘사나운 짐승을 길들이다’라는 뜻이 있어요. 가장 사나운 짐승은 깊은 산이 아니라 사람 마음속에 사는지도 몰라요. 길들여지지 않은 난폭한 자기감정에 끌려가지 말고, 내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이 되도록 하세요. 온유한 자에게 ‘땅을 기업으로 받는 복’이 임한다고 주님은 말씀하셨지요. 예수님이 그 말씀을 하시던 때는 로마가 세상을 지배하던 때였어요. 온갖 무기를 든 자들이 땅의 주인이던 시.. 2019. 12. 2.
낫게와 낮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8) 낫게와 낮게 책을 읽다말고 한 대목에 이르러 피식 웃음이 났다. 재미있고 일리가 있다 싶었다.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빌립보서 2:3)라는 말씀이 있다. ‘낫게’ 할 때 ‘낫’의 받침은 ‘ㅅ’이다. 그런데 그 받침을 ‘ㅈ’으로 바꾸면 뜻이 엉뚱하게 바뀌게 된다. ‘낮게’가 되기 때문이다.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는 것과, ‘낮게’ 여기는 것이 어찌 같은 수가 있겠는가. ‘낫게’와 ‘낮게’는 묘하게도 발음이 같다. 다른 이를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것과 나보다 ‘낮게’ 여기는 것에는 별 차이가 없을지 모른다. 얼마든지 말로는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긴다 하면서도 마음이 그렇지 못하면 결국은 ‘낮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말로 마음을 가릴.. 2019. 12. 1.
내려놓음 신동숙의 글밭(19) 내려놓음 계단을 오르는 걸음마다 나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발아래로 그리고 아래로 더 깊이 그렇게 내 몸 가벼웁게 나의 등 뒤에서 밀어올려주는 몽글몽글 온화한 바람손이 있어 2019. 12. 1.
성전(聖殿) 신동숙의 글밭(18)/시밥 한 그릇 성전(聖殿) 내딛는 걸음마다 나를 열어가는 안으로 깊이 오르는 계단마다 나를 내려놓는 발아래로 쉼 쉬는 순간마다 나를 비우는 텅 빈 하나님, 한 알의 빛으로 내 마음에 고요히 임하소서 꽃잎에 앉은 물방울 속 한 알의 빛 2019.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