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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297

별과 별 사이에 우주적 거리 신동숙의 글밭(233) 별과 별 사이에 우주적 거리 먼 별을 보듯 바라본다별 하나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추석에도 갈 수 없는 고향집을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벗님을 온라인 등교로 저쪽 방에서 뒹구는 아이들을오도가도 못하여 집안을 서성이고 있는 나를 먼 별을 보듯 바라본다별 하나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저마다 가슴에는 언제나 하늘이 흐르고추억 같은 별 하나쯤은 있어서 마음으로 바라볼 수록 빛나는 별을그리워할 수록 더 가까워지는 별을 별과 별 사이에 우주적 거리에는커다란 침묵이 흐르고바람이 멈추고 너도 나도 아름다운 별 하나가 되어 서로를 그리워하는 만큼 평화가 숨쉰다 2020. 9. 13.
마스크를 쓴 얼굴이 아름다워요 신동숙의 글밭(228) 마스크를 쓴 얼굴이 아름다워요 마스크를 쓴 얼굴이 아름다워요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우리를 지키기 위한 안전띠지요 마스크를 쓴 눈빛이 사랑스러워요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고마운우리를 살리기 위한 생명띠지요 버스와 지하철에서식당과 카페에서광화문 광장에서산과 바닷가에서단 둘이 있을 때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으려고내리지 않으려고언제나 오래 참는 마스크 속의 인내와 절제는 감사와 기쁨과 기도하는 마음으로 낮아진우리들 사랑의 새로운 호흡법이지요 화평과 온유의 고요해진 숨결로가슴속 아주 작은 소리까지 언제나 귀를 기울여요 2020. 9. 7.
투명한 길 신동숙의 글밭(224) 투명한 길 투명함으로 왔다가투명함으로 돌아가는 스치는 바람의 손길처럼어진 자비의 손길로 어루만지는 성실한 햇살의 발걸음처럼따스한 긍휼의 목소리로 다가가는 투명한 마음이 걸어가는 흔적 없는 하늘길 탐욕의 구름이 모였다가 푸르게 흩어져 버리는 길 분노의 불길이 치솟아 오르다가 하얗게 꺼져 버리는 길 어리석음의 강물이 넘실대다가 투명하게 증발해 버리는 길 투명한 마음이 걸어가는산도 강물도 있는 모습 그대로 비추는 투명한 길하늘이 그대로 드러나는 길 2020. 9. 1.
한 그루 나무처럼 신동숙의 글밭(222) 한 그루 나무처럼 한 그루 나무처럼제자리에 머물러 자기 안으로 깊어진 사색의 뿌리 만큼세상 밖으로 저절로 가지를 뻗치는 한 그루 나무처럼하늘을 우러르는 고요히 숨쉬는 나로 인해오늘도 하늘이 푸르도록 2020. 8. 30.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 신동숙의 글밭(215)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다그 사람을 마음으로 떠올리면 그 사람은 사라지고빈탕한 허공만 보인다 자사(子思)의 중용(中庸)에서 그는 하늘을 꿰뚫어 보고 부처의 중도(中道)에서그는 하늘을 똑바로 보고 기독교의 성경에서그는 하늘을 알아보고 젊은 노비 청년에게서그는 하늘을 살피어 보고 그 어른은 치매가 와도하늘을 우러러보며 "아바지"만 부르더라 숨을 거두던 마지막 순간에도하얀 수염 난 입에선 "아바지"로이 땅에 씨알 같은 마침표를 찍고 탐진치의 거짓 자아인 제나를 비움으로투명해진 참자아인 얼나를 통하여 보이는 건 맑은 하늘 뿐 그이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하늘이기에그가 거하는 곳은 이 땅을 채우는 없는 듯 계시는 하늘이기에 그의 움직임은 춤사위가 되고제소리는 하늘.. 2020. 8. 19.
차 한 잔 신동숙의 글밭(209) 차 한 잔 빈 가슴으로마른 바람이 불어오는 날 문득차 한 잔 나누고 싶어이런 당신을 만난다면 푸른 가슴에 작은 옹달샘 하나 품고서 때론 세상을 가득 끌어 안은 비구름처럼 눈길이 맑고 그윽한 당신을 만난다면차 한 잔 나누고 싶어 어둔 가슴에 작은 별빛 하나 품고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희미한 너를 빛나게 하는목소리가 맑고 다정한 당신을 만난다면차 한 잔 나누고 싶어 이런 당신을 만난다면하얀 박꽃이 피는 까만 밤 서로가 아무런 말없이 찻잔 속에 앉은 달빛을 본 순간 문득 고개 들어저 하늘에 뜬 달을 우리 함께 바라볼 수 있다면 그러나 이런 당신이지금 내 곁에 있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는내가 이런 사람이 되어도 좋겠다는 노랫말처럼 어느새 고요해진 가슴에 작은 옹달샘 하나 때론 별빛 하나 .. 2020. 8. 12.
사랑이 익기도 전에 신동숙의 글밭(209) 사랑이 익기도 전에 신의 첫사랑으로똘똘 뭉친 씨앗 한 알 그 씨앗 속 천지창조 이전의 암흑과 공허를 두드리는 빗소리 밤새 내린 빗물에 움푹 패인 가슴고인 눈물에 퉁퉁 불기도 전에 기도와 사색의 뿌리를 진리의 땅 속으로 깊이 내리기도 전에 푸릇한 새순이 고개 들어하늘을 우러르기도 전에 진실의 꽃대를 홀로 걸어가는 고독과 침묵의 좁은 길을 걸어 줄기 끝까지 닿기도 전에 노을빛의 그리움으로 무르익기도 전에 살갗을 태우는 여름의 뜨거움을가을날 황홀한 노을빛의 이별을가난한 마음을 노래하는 겨울을충분히 계절 속에 잠기기도 전에 사랑이 익기도 전에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씨앗들 2020. 8. 11.
그 얼마나 신동숙의 글밭(208) 그 얼마나 한 송이 꽃봉오리그 얼마나 햇살의 어루만짐그 얼마나 살갑도록 빗방울의 다독임그 얼마나 다정히 바람의 숨결그 얼마나 깊이 겹겹이 둘러싸인 꽃봉오리는고독과 침묵의 사랑방 받은 사랑다 감당치 못해 한 순간 터트린눈물웃음꽃 2020. 8. 9.
춥겠다 신동숙의 글밭(205) 춥겠다 여름방학 때서울 가는 길에 9살 아들이 문득 하는 말 "지금 서울은 춥겠다." 지난 겨울방학 때 서울을 다녀왔었거든요 파주 출판 단지 '지혜의 숲' 마당에서 신나게눈싸움을 했었거든요 2020.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