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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306

이 침묵에 기대어 한 생각이 풀썩 일으키는 있음 이어서 있음 이 틈새로 흐르는 늘 고요한 없음 없는 듯 있는 이 침묵에 기대어 쉼 없는 생각이 쉼을 얻지요 2022. 7. 28.
나무 곁에 앉아서 나무 곁에 앉아서 나도 나무가 되고 싶은 날 움직이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멈춤과 침묵이 이상하지 않은 이 곳 어느 사람들의 나라에서 숨과 숨으로 구석구석 몸을 지우며 한 톨의 없음으로 돌아가는 좁은길 좁은문 나를 멈추어 침묵과 침묵으로 지구의 심장으로 뿌리를 내리며 푸른 떡잎처럼 포갠 두 발끝을 돌아 맑은 수액이 냇물처럼 흐르는 숨과 숨으로 제 몸을 살라먹으며 타오르는 촛불처럼 푸르게 그리고 붉게 하늘을 우러르는 한 송이 불꽃처럼 숨과 숨으로 걸어 들어가는 무심한 길 실핏줄 같은 뿌리와 뿌리로 묵묵히 이 땅을 끌어 안으며 기도하는 언제나 평화로운 한 그루 나무처럼 나무가 되고 싶은 날 나무 곁에 앉아서 2022. 7. 21.
낡고 오래된 양말 낡고 오래된 양말을 신을 때면 앞선 선각자들의 삶과 만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간소하게 살 수 있을까 날마다 똑같은 검고 해진 바지를 입을 때면 보다 더 단순하게 살 수 있을까 늘어진 양말의 목 주름이 좀 헐거워도 색이 바래고 올올이 낡았어도 여전히 소중하여 어진 마음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옷에 대한 부끄러움과 미안함은 한정된 지구 자원을 더 많이 소유하려는 탐진치 마음의 몫으로 밀어둔다 이마를 스치는 한 줄기 바람이 고마운 날 나의 얼굴과 작은 몸은 바람이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길이 된다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걸로 보아 가슴속으로도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 있는지 쉼 없이 움직이던 바람도 가슴속에선 오래도록 머물러 쉼을 얻고 겹겹이 바람은 아무리 불어도 하늘엔 주름이 지지 않으며 늘 새롭다 낡은 옷 주.. 2022. 6. 27.
창녕 우포늪 화장실에선 맑은 향기가 난다 일회용 플라스틱 물컵 속엔 네잎클로버 두 송이 두 손 닦는 휴지 위엔 솔방울이 둘 여긴 창녕 우포늪 화장실 누가 했나 문득 고운 향기를 따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그리움으로 출렁이는 한 마음 너머 옛 선사의 한 말씀 넘실넘실 물소리 바람소리로 깃든다 임제 선사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지금 있는 바로 이곳이 진리의 세계이니라." 바로 어젯밤에도 밤하늘에 먼 달처럼 그리던 얼굴 하나 그리던 한 마음인데 그리던 한 사람인데 문득 내 등 뒤에서 선사의 지팡이인듯 밀대걸레를 들고 서 계신다 "화장실이 참 깨끗합니다." 표현이 이것 밖에 안 되나, 속으로 되뇌이며 저쪽에서 비추는 말 "감사합니다." 이쪽에서 비추는 말 "감사합니다." 그 이상의 말을 이을 재주가 없는.. 2022. 6. 18.
마른풀을 뚫고 오르는 푸른풀처럼 마른풀을 뚫고서 푸른풀이 올라오는구나 마른풀은 흙으로 돌아가라 푸른풀은 창공을 뚫고 올라라 공평하게 내리는 비가 이 땅으로 내리시는 명령 정의롭게 부는 바람이 이 세상으로 퍼트리시는 숨결 빗소리에 들려오는 바람결에 울려퍼지는 마른풀 같은 조중동 KBS SBS 언론과 검찰의 권력 푸른풀 같은 스스로 서는 촛불시민의 권리 마른풀은 흙으로 돌아가서 진실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감사하여라 푸른풀은 창공을 뚫고 올라서 푸르게 숨 쉴 수 있음을 감사하여라 소리 없는 소리 기도 없는 기도 지금 이 땅을 동시에 살아가며 마른풀을 뚫고 오르는 푸른풀처럼 마른풀은 흙으로 돌아가라 푸른풀은 창공을 뚫고 올라라 신발 신은 발로 함부로 풀밟기 금지 풀은 밟으면 밟을 수록 빨리 돌아가고 빨리 오르는 법 비의 발걸음으로 바람의 .. 2022. 6. 8.
빗방울 구름밭 일구어 땅으로 키가 자라는 빗줄기 땅끝까지 기지개를 켜는 날 눈물인지 웃음인지 빗줄기 끝에 영근 잘 익은 빗방울 한 알 누굴 닮아 둥굴지 2022. 6. 7.
검찰개혁에 가장 강력하게 찬성한 사람 '검찰총장 면접 당시에 4명의 후보가 있었고 후보자들 중에서 공수처의 필요성과 검찰 개혁에 대하여 가장 강력하게 찬성한 이가 윤석렬 후보였다. 그런데 취임하자마자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때 거짓말을 했다.' - , 조국, 42쪽에서 인용 그 또한 검찰 공직자의 거짓말이었다니, 국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마치 윤이 강력하게 외치던 대선 직전의 공약을 두고 당선 직후부터 파기해가던 모습들과 그대로 겹쳐진다. 검찰총장 면접 당시에 이러한 사실을 먼저 알고 있었던 주변 당사자들의 심중 고통과 염려가 얼마나 컸을까? 이제는 그 고통과 염려가 나에게로 온 것 같아 내가 선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치란 늘 뒷전이었던 한 사람인데 이 밝은 시대에 검찰 공직자의 수준이 이 정도 밖에.. 2022. 5. 30.
이제는 하늘이 할 일만 남았는데 가을 겨울 봄 초여름 비가 뜸해서 왠일인가 싶어 바닥까지 다 드러난 물길이 터지고 갈라져 먼데서 물을 끌어다 물 댄 논 내내 놀리더니 늦은 모내기를 하셨구나 마른 실개천 냇둑 듬성 듬성 어린 개망초는 무얼 먹고 무얼 마셨을까 그래도 웃는 얼굴로 하얗게 하늘만 보고 있는데 이제는 하늘이 할 일만 남았는데 2022. 5. 28.
비 정상 회담, 정상적인 눈으로 바라보기 미국의 정상은 허공에 악수하는 모습들이 거듭 동영상에 찍혀 치매가 의심 되고 한국의 정상은 습관성 거짓말로 공약을 도미노처럼 파기해가는 중 알콜성 치매가 의심 되고 아니라면 대선 사기범(부부가 공범) 2022년 5월 국가 정상 회담은 비 정상들의 위태로운 만남으로 보인다. 이런 비 정상들한테 국가의 운전대를 맡긴 자들은 누구일까? 그들의 비선실세는 누구일까? 묻지 않을 수 없다.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사리사욕과 탐진치에 눈이 먼 장님 국회의원 진실을 손바닥으로 가리려고 애쓰는 귀머거리 언론 정의에 스스로 입을 막으려는 벙어리 검찰 뼛속 깊이 각인된 노예의 습성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이 땅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주인 되기를 포기한 나와 너는 다르다는 생각의 오류를 깨치지 못한 나와.. 2022.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