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311 '홍익대'에서 켜진 진리의 불씨 아크로비스타 앞, 어느 대학강사의 팩폭연설 - YouTube 국민대에서 눈 감아버린 진실 서울대에서 밟아버린 민주 고려대에서 지운 양심 부산대에서 내다버린 학생 권력과 자본 앞에 스스로 굴복하며 스스로 폐허를 자초한 진리의 전당들 그러나 불씨 하나가 살아 있었다! 홍익대에서 켜진 불씨 하나 임지연 교수님, 참 반갑습니다 이 땅에서 죽어가던 대학이 이 한 분으로 인해 부활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직전에 일어난 서울 면적 4분의 1을 태운 동해안의 산불을 기억합니다 그 시작점은 불씨 하나였습니다 꺼져가던 잿더미 속에 아직 불씨가 살아 있었습니다 진리의 전당에서 꺼져가던 양심 홍익대에서 켜진 불씨와 같은 사람 나보다 나이가 많다면 언니라 부르고 싶은 사람 나보다 나이가 적대도 나는 교수님이라 부를 것이며 나.. 2022. 4. 12. 멍 한 순간 멍 한 순간 멍해지는 순간은 내 안으로 하늘이 들어차고 있는 시간 보이지 않는 손짓으로 나를 지우시고 있다는 신호 하얀 백지처럼 푸른 창공처럼 이렇게 또 나를 어린 아이로 데려가신다 이어서 태초의 없음으로 데려가신다 그러면, 나는 그냥 말없이 하나 둘 셋, 몸에 힘을 빼면서 귀를 열고서 그냥 숨만 쉬면 된다 허공 중에 반짝 한 톨의 먼지가 일어 한 점 숨이 된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닌 나에게 지나가는 바람이 한 톨의 말씀을 이미 하늘로 가득찬 너른 땅 내 마음밭에 떨구어 주시며 낮아진 가슴으로 숨을 불어 넣어주신다 그러면 나는 나도 모르게 아득히 먼 깊은 데서부터 알 수 없는 고마운 마음이 출렁이어 샘솟듯 눈물이 차올라 빈 방에 촛불 하나 켠 듯 가슴이 따뜻하여진다 2022. 4. 11. 촛불 잔치 잔치 잔치 열렸네 잔치 잔치 열렸네 오늘도 청계 광장에서 촛불 잔치가 열린다는데 나도 나도 기차 타고 가고 싶은데 월세 월급 자꾸만 올라가는 대출 이자가 내 발목을 잡고서 안 풀어주네 올해가 벌써 세월호 우리 아이들의 8주기라는데 바닷물을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오늘 아침엔 태화 강변에 벚꽃이 흩날리는데 가슴에선 푸른 파도가 치고 겨울비가 내린다 누군가 가슴속 깊이 수장시킨 진실이 푸른 바다에 태양처럼 떠오르는 날이 곧 올거야 4월의 벚꽃과 함께 우리 다같이 함께 웃는 날 얘들아, 노란 나비처럼 푸른 하늘을 날아올라라 아니 벌써, 이미 너희들은 내 어둔 가슴 이 어둔 세상 밤하늘에 별이 되어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단다 그곳에서도 이 세상을 반짝 비춰주어서 고마워 노랗게 밝혀주어서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2022. 4. 9. 💺'여사'의 새로운 뜻 여기 사기범 있다 여기 사기범 있다 여기 사기범 있다 사기범의 거짓 인생 전체가 사기 범죄 증거들로 넘쳐나는 줄 이제는 온 세상이 다 알게 되었다 미국 언론도 영국 언론도 대만 언론도 프랑스 언론도 오직 대한민국 언론과 검찰만 손바닥으로 푸른 창공을 가리고 있다니 참, 여사가 있는 곳은 그 어디든 감옥이 된다 그러니 여사는 집 밖에서도 집 안에서도 후드티를 입지요 언제든 그 부끄러운 얼굴을 가리기 위하여 그렇지 않으면 견공이 뒤에서 목덜미를 낚아챌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사는 게 감옥이지 감옥이 따로 있나 여사가 있는 곳이 감옥이지 "나는 그렇게는 살고 싶지 않아요." 발버둥 치는 2030 개딸들과 함께 할게 이모가 파란 풍선처럼 개혁의 딸들아 참 고맙다 아직 밤바람이 찬데 밖에서 고생이다 찬바람 속에서도 .. 2022. 4. 8. 하얀 감기약 국민학교를 다닐 적에 아이들의 감기약은 가장 쓴 인생의 쓴맛이었다 봄날에도 기침이 잦았던 나는 약을 먹지 않으려고 목련 꽃봉우리처럼 입을 꾹 다물고 달아나지도 못하고 나뭇가지 끝에 앉은 듯 아빠 다리를 하고서 요지부동 앉아 있으면 아빠는 밥숟가락에 하얀 가루약과 물을 타서 큼지막한 새끼손가락으로 푹 무슨 약속이라도 하시려는 듯 휘휘 가루약이랑 물이 풀풀 날리니까 나중엔 젖가락 끝으로 휘휘 살살 약을 개어서 먼저 맛을 보셨다 아빠는 그 쓴 약을 설탕처럼 쪽쪽 드시며 쩝쩝 소리까지 내시면서 "아, 맛있다! 감탄사까지 타신다 세상이 다 아는 하얀 거짓말까지 하시는데 아빠 얼굴을 아무리 살펴 보아도 구름 한 점 없이 웃기만 하신다 나는 속으로 걱정이 되어서 감기도 안 걸린 아빠가 내 감기약을 드셔도 되는지 사실.. 2022. 4. 5. 봄(32) 무엇을 품을까 꿈꾸는 빈 황토밭 봄비가 적셔주고 봄바람이 슬어주고 감자, 고구마 고추, 상추, 깻잎 무엇을 심든지 이 붉은 땅에선 모두 모두 제 발로 설 테지요 2022. 3. 19. 이 봄을 몸이 안다 봄비가 오시리란 걸 몸이 먼저 안다 "얘들아, 내일 학교 갈 때 우산 준비하자" 그런 마음을 알아 듣고, 꾸욱 1번을 찍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하고 누가 물으면 그냥 몸이 알아요 저절로 몸이 앓아요 손가락 마디마디 뼛속 골골이 아리아리 스리스리 아라리요 시간이 몸에 새겨놓은 자연이 몸에 물들인 이 모든 흔적이 나의 몸인 걸요 지금 내가 선 이 땅은 탐욕의 고속도로와 분노의 고속국도와 무지의 갈림길 저 멀찍이 그 한가운데 서 있는 나는 한 그루 매화나무 또다시 탐진치의 구둣발에 짓밟힌 이 치욕스런 봄날에도 이 세상에 매화꽃 한 잎의 평화를 눈물처럼 떨구는 나는 그러나 2022번째 찾아오시는 이 봄비는 그날에 더러워진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던 눈물이란 걸 또다시 비구름을 헤치며 나타나실 봄햇살은 그날.. 2022. 3. 14. 몸이 저울축 열 살 아들과 엄마가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비닐 봉투 하나 종이 가방 하나 엄마 손에 든 짐을 아들이 모두 다 달라며 둘 다 한 손으로 다 들겠다며 다 들 수 있다며 두 짐을 든 주먹손 뒤로 빼며 빈 손으로 엄마 손을 잡습니다 몇 발짝 걷다가 좀 무거운지 잠시 주춤 짐을 바로 잡길래 "엄마가 하나만 들어줄까?" 아들이 걸음을 멈추더니 한 손엔 비닐 봉투 다른 손엔 종이 가방 두 손에 나누어 들고서 열 살 몸이 저울축이 되어 곰곰이 묵묵히 저울질을 합니다 그러고는 종이 가방을 내밉니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무거웠는지 궁금해진 엄마도 멈추어 서서 양 손에 하나씩 들어보자며 엄마 몸도 똑같이 저울축이 됩니다 무게가 엇비슷해서 잘 분간이 되지 않지만 이번에는 검정 비닐 봉투 말고 하얀 종이 가방을 엄마에.. 2022. 3. 13. 지푸라기 한 올 가슴에 품고 살던 마음이 무거워 어디든 내려놓고 싶을 때 순간을 더듬어 살던 삶이 무거워 그만 주저앉고 싶을 때 마음이 붙잡는 지푸라기 한 올은 물 한 잔 글 한 줄 쪼그리고 앉으면 늘 곁을 내어주는 아무 말 없어도 좋은 풀과 나무는 오랜 벗님 풀잎과 풀잎 끝에 맺힌 물방울 한 알 하늘에 달 하나 작은 별 하나 하나여서 나처럼 외롭게 빛나는 하얗게 꺼져가던 가슴에 마른 장작 한 개비 같은 한 줄기 입바람 같은 지푸라기 한 올 2022. 2. 23. 이전 1 ··· 4 5 6 7 8 9 10 ··· 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