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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99

바지랑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50) 바지랑대 투병 중인 장로님 내외분과 함께 봄바람을 쐴 겸 길을 나섰다. 하필이면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겹쳐 이래저래 바깥출입이 쉽지 않으셨을 터, 기분 전환을 위해 바람이나 쐬자며 나선 길이었다. 길은 조금 멀어도 강원도를 찾기로 했던 것은 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식당 때문이었다. 이왕이면 그곳을 찾고 싶었다. 신림에서 조금 더 들어가는 한적한 곳에 식당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느낌을 한 마디로 이야기 하자면 고향집 같았다. 실내 벽이 흙으로 마감이 되어 더없이 허술해 보였지만 그만큼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식당 안에는 장작을 때는 곳도 있어 몸보다도 마음을 따뜻하게 했는데, 모양이나 기능으로 보자면 아궁이와 벽난로와 고콜을 하나로 합한 것이었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 2020. 4. 7.
어느 날의 기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9) 2020. 4. 6.
몰염치와 파렴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8) 몰염치와 파렴치 모든 언어는 자기 안에 시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자기 앞에 슬그머니 다른 말 하나 놓으면 뜻이 달라진다. 전혀 다른 뜻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 가지고 있던 뜻이 깊어지거나 새로워지기도 한다. 몰염치(沒廉恥)와 파렴치(破廉恥)도 그 중의 하나다. ‘염치’라는 말 앞에 ‘가라앉을 몰’(沒)이나 ‘깨뜨릴 파’(破)가 붙으면 뜻이 달라진다. 몰염치란 염치가 가라앉는 것으로 염치를 모르는 것이고, 파렴치란 염치를 깨뜨리는 것으로 염치와는 상관없는 뻔뻔스러움을 나타낸다. 누구의 손을 잡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는 우리의 삶처럼. 2020. 4. 6.
깃털 하나의 무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7) 깃털 하나의 무게 우연히 본 영상이었다. 입고 있는 옷이나 배경음악으로 볼 때 남미 쪽 어떤 나라 아닐까 싶었다. 재능을 겨루는 방송에 출연한 한 여성은 정신을 집중한 채 깃털 하나를 막대기 위에 올려놓았다. 깃털 하나를 올려놓는데 저렇게 정신을 집중해야 하나 싶어, 조금은 어색하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깃털을 올린 막대기를 다른 막대기가 받았다. 중심에 중심을 잡는 일이었는데, 그러기를 꽤 여러 번 반복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동안 어떤 막대기도, 처음 막대기에 올린 깃털도 떨어뜨리지를 않았다. 가느다란 막대기 위로 계속해서 무게 중심을 잡아가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동작 하나하나가 신기함을 넘어 신비롭게 다가왔다. 벌린 입을 다물지.. 2020. 4. 5.
새들이 꽃밭을 찾는 이유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6) 새들이 꽃밭을 찾는 이유 예배당 앞 공터를 꽃밭으로 만든 이후, 공터는 새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다. 비둘기며 참새, 까치 등이 찾아와 시간을 보낸다. 새들도 꽃을 좋아하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새들이 꽃밭을 찾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꽃밭을 만들며 방앗간을 하는 장로님이 깻묵을 몇 자루 가져왔다. 깻묵을 뿌려 땅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새들이 꽃밭을 찾은 이유는 바로 깻묵에 있었다. 우리가 예배당을 찾는 이유가, 예수를 찾는 이유가 딴 데 있지 않기를! 2020. 4. 3.
소 발자국에 고인 물처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5) 소 발자국에 고인 물처럼 최근에 교우 장례가 두 번 있었다. 목회를 하며 교우 장례를 치르는 것이야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엔 남달랐다. 두 장례 모두 생각하지 못한 장례였기 때문이다. 한 교우는 67세, 건강하게 잘 지내던 권사님이었다. 생각지 않은 곳에서 쓰러진 권사님을 너무 늦게야 발견한 것이 문제였다. 결국 권사님은 장기 기증을 선택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또 한 사람은 집사님의 남편이었다. 40세, 믿어지지 않는 나이였다. 특별한 지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는데, 갑자기 심장에 마비가 왔다. 눈물만 흘릴 뿐 가족들은 모두 일어난 일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두 분의 장례를 치르며 내내 떠올랐던 것은 조선시대 시인 박은의 시였다. 평생 농사를 지으면 살자고 약속한 .. 2020. 4. 3.
꽃과 새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4) 꽃과 새 예배당 앞 작은 정원에 자목련이 피었다. 키 낮은 나무지만 자태가 곱다. 어떻게 알았는지 직박구리가 날아와 꽃잎을 먹는다. 멋있게도 먹는다. 우리가 밥을 먹듯 꽃을 먹는 새가 있구나. 새에게도 먹을 것을 주어 자목련이 저리 예쁜가. 꽃을 먹는 새가 있어 새들의 노랫소리 저리 맑은가. 2020. 4. 2.
진갑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3) 진갑 생일을 축하하며 한 장로님이 “이젠 진갑이네요.” 웃으며 말했다. 진갑이란 말을 오랜만에 들었다. 進甲은 환갑의 이듬해로 ‘예순두 살’을 이르는 말이다. 글자대로 하자면 ‘환갑보다 한 해 더 나아간 해’가 될 것이다. 어릴 적 ‘환갑 진갑 다 지났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었다. 어지간히 오래 사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그 말은 살만큼 산 사람이란 뜻으로 전해졌다. 남의 일로만 알았는데, 이젠 내가 진갑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이젠 살 만큼 산 사람이 된 셈이다. 이제부턴 덤이다. 덤일 뿐이다. 2020. 4. 1.
형에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2) 형에게 문득 떠오른, 오래 전에 썼던 글 하나가 있다. 왜 그것이 떠올랐을까 싶은데, 어쩌면 그 말이 그리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형! -응? -형도 울고 싶을 때가 있어? -응! -언제? -아무 때나. -형은 항상 웃었잖아. -두 번 웃기 위해 세 번은 울었어. 2020.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