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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99

마스크 은행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23) 마스크 은행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교우들을 위해 준비해 둔 마스크가 있었다. 알아보니 1100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교우들 중에는 몸이 약하여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분들이 있다. 그분들이 약국 앞에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하는 일은 어려운 일, 필요한 교우들께 나누어 드리기로 했다. 양이 제한되어 있어 더 자주 더 많이 나눌 수 없는 것에 양해를 구하며 교우들께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마스크 은행을 개설하면 좋겠다 싶은 것이었다. 교우들께 다시 한 번 문자를 보냈다. “마스크 은행을 개설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시기, 이럴 때일수록 오병이어의 기적이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혹시라도 마스크를 교회에 기증을 하든지, 마스크를 .. 2020. 3. 12.
엉뚱한 교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22) 엉뚱한 교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져다 준 소소한 변화 중에는 건강에 관한 관심과 수칙도 있지 싶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기침을 할 때는 손이 아니라 팔등으로 가리고 한다. 독일에서 지낼 때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그 모습이 잠깐 사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그들은 재채기도 밖으로 내뱉지 않고 삼키는 형태로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가장 강조된 것이 있다면 손 씻기가 아닌가 싶다. 손 씻기야 말로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방송을 보다보니 한 출연자가 손 씻기에 대해 재미난 방법을 일러준다. 대충 씻지 말고 꼼꼼하게 씻으라며, 손을 씻을 때 ‘생일축하노래’를 두 번 부르라는 것이었다. 그 노래를 두 번 부를 만큼의 시간.. 2020. 3. 10.
어디서 예배를 드리든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21) 어디서 예배를 드리든 함께 모여 드리는 예배가 어찌 중요하지 않겠는가만, 예배가 중요하면 할수록 함께 모여 예배하는 것을 스스로 삼가는 것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가정에서 드리는 예배를 굳이 예배라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기도 하고, 이런 선택이 강요나 핍박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웃을 배려하고 사회의 아픔에 동참하는 자발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억압에 의해 누군가의 발을 닦으면 굴종이지만, 자발적으로 닦아주면 사랑이다. 모두의 마음이 같을 수는 없는 법,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하여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서로의 선택을 비방하거나 조롱하는 일은 불필요한 소모전이라 여겨진다. 군에 입대하여 훈련을 받던 시절, 마음대로 예배할 수 없던.. 2020. 3. 10.
그리운 오병이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20) 그리운 오병이어 그야말로 ‘대란’이다. 마스크를 구하는 것이 이리도 어렵고 소란스러운 일이 되고 말다니 말이다.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긴 줄이 만들어지고, 사재기를 하고, 급기야 정부까지 나서 일주일에 두 장씩 사도록 통제를 하다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마스크 대란 또한 전에 없던 일이지 싶다. 문득 그리운 장면이 있다.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났던, 바로 그 순간이다. 말씀을 듣느라 가는 시간을 잊었던 사람들, 먹을 것이 필요했을 때 한 소년이 드린 도시락 하나, 그것을 들고 기도하신 뒤 나눠주자 먹고도 남았다. 모두가 배불리 먹고도! 오늘 이 땅에 필요한 오병이어의 기적이 있다면 마스크 기적이 아닐까. 조금 참아도 되는 사람.. 2020. 3. 9.
십사만사천명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19) 십사만사천명 이단이나 사이비에서 ‘전가의 보도’(傳家寶刀)처럼 가장 즐겨 애용하고 인용하는 것이 ‘십사만사천명’이 아닐까 싶다. 십사만사천명이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숫자로, 인침을 받은 자들(7:4), 어린 양과 함께 시온 산에 선 자들(14:1), 속량함을 받은 자들(14:3)에 해당된다. 우리가 하는 말을 들어야 십사만사천명에 들 수 있다고,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십사만사천명에 들어갈지 말지 한다고 사람들을 겁박한다. 십사만사천명에 들어가기만 하면 영원히 왕노릇을 하게 된다고 현혹한다. 그런 유치한 겁박과 현혹이 어디 있을까 싶은데, 그게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십사만사천명에 들어가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다른 사람으로 채워지기 전에 내가 들어.. 2020. 3. 8.
언제간수밌나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18) 언제간수밌나요 ‘목사님교회언제간수밌나요’ 한 교우가 문자를 보내왔다. 문자 내용을 보고 처음엔 이게 무슨 뜻일까 싶었다. 하지만 이내 짐작되는 게 있었다. 이런 뜻이었을 것이다. ‘목사님, 교회는 언제나 갈 수 있나요?’ 울컥 괜히 목이 멘다. 2020. 3. 7.
이만희를 바라보는 '서글픔' 한희철의 히루 한 생각(417) 이만희를 바라보는 '서글픔' 서글펐다. 여러 감정이 뒤엉키며 한꺼번에 지나가서 그 말이 가장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내내 슬펐고 허전했고 그래서 서글펐다. 구십이 된 노인네가 마스크를 쓰고 나와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늘어놓을 때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절을 거듭 할 때에나, 절을 하는 손에 가득 잡힌 주름을 볼 때에나, 사과를 하는 중에도 여전히 아랫사람 대하듯 훈계를 하거나 호통을 칠 때에나, 귀띔을 해주는 여자가 뭔가를 조정하고 있어 그에게 의존하고 있는 이는 꼭두각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지날 때나 마음엔 서글픔이 가득했다. 말도 안 되는 한 사람 이야기에 그 많은 사람들이, 그 많은 젊은이들이 무릎을 꿇고 환호성을 지르며 귀를 기울였다는 사실이.. 2020. 3. 6.
내어놓아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16) 내어놓아라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어둠 속에서 손을 모을 때, 가느다란 한 줄기 빛처럼 지나가는 세미한 음성. "내어놓아라." 무슨 말일까 되짚어보니 내려놓아라가 아닌 내어놓아라. 힘들고 어려울 때면 내려놓을 줄만 알아 수고하고 무거운 짐 내려놓는 일 쉽고도 당연했는데, 세미하게 다가온 음성일랑 내어놓아라. 네 손에 들고 있는 눈 밖에 난 것만 내려놓지 말고 안에 감추고 있는 것, 애써 모른 척 하는 것 내어놓으라고. 그게 자유로워지는 길이라고. 2020. 3. 5.
공성이불거(功成以不居)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15) 공성이불거(功成以不居) 하지도 않은 일을 자기가 한 것인 양 자랑 삼아 드러내면 영락없는 하수다. 눈이 수북이 내린 날, 이른 아침에 보니 누군가 마당을 깨끗하게 쓸었다. 주인대감이 마루에 서서 “누가 쓸었을꼬?” 묻자 냉큼 빗자루가 대답을 한다. “제가 쓸었어요.” 대답을 듣고는 다시 물었다. “정말 네가 쓸었느냐?” “예, 정말 제가 쓸었어요.” 그러자 대감은 다시 한 번 물었다. “정말 네가 쓸었다고?” 그제야 빗자루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실은, 박 서방이 쓸었어요.” 눈을 쓴 박서방은 지게를 지고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간 참이었다. 좋은 일을 하되 자기가 한 것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도 또 다른 하수다. ‘기자불립 과자불행’(企者不立 跨者不行)이라 했.. 2020.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