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1160 검과 몽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55) 검과 몽치 그 때 그 순간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어둠을 밟고 조심스레 다가오는 한 무리들, 그들의 손엔 검과 몽치가 들렸다. ‘검과 몽치’라는 말은 ‘칼과 몽둥이’라는 말보다도 원초적이고 음험하게 들린다. 그들이 들고 있는 것은 검과 몽치만이 아니었다. 등과 횃불을 빠뜨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빛으로 오신 분을 붙잡기 위해 그들은 어둠 속에서 등과 횃불을 밝힌 채 다가온다.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기름에선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일까, 그 모든 것에 희번덕거리는 눈빛이 보태진다. 횃불보다도 더 강렬했을 눈빛들, 예수가 붙잡히던 그 밤 그 동산에는 온통 광기가 가득하다. 예수의 말씀대로 난폭한 강도를 잡는 현장과 다를 것이 없다. 생각해 보면 누구나 다 자기.. 2019. 12. 29. 나는 아직 멀었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54) 나는 아직 멀었다 하필이면 암호가 입맞춤이었을까? 유다 말이다. 예수를 넘겨주며 무리에게 예수를 적시할 암호로 미리 짠 것이 입맞춤이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예수를 알릴까를 왜 고민하지 않았을까, 그 끝에 찾아낸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었을 것이다. 제자가 스승을 만나 입맞춤을 하는 것은 반가움과 존경의 뜻이 담긴 행동,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일이었다. 껄끄러운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으니, 그것이 유다의 제안이었다면 그의 머리가 비상하다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두려움이 읽힌다. “내가 입을 맞추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니, 그를 잡아서 단단히 끌고 가시오.” 라고 무리들에게 말한다. 단단히 끌고 가라는 말을 왜 덧붙였을까? 예수를 놓칠까 걱.. 2019. 12. 29. 열둘 중의 하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53) 열둘 중의 하나 예수를 팔아넘기는 가룟 유다를 두고 4복음서 기자는 모두가 같은 표현을 쓴다. ‘열둘 중의 하나’라고 말이다.(마태복음 26:14, 47. 마가복음 14:10, 20, 43. 누가복음 22:3, 47. 요한복음 6:71) 예수를 배반하여 팔아넘긴 자는 예수와 무관한 자가 아니었다. 예수를 모르던 자도 아니었고, 믿지 않던 자도 아니었다. 오히려 예수와 가장 가까이에서 지냈던 가장 가까웠던 자였다. 돈주머니를 맡겼으니 어쩌면 가장 신뢰받던 자였다. 분명한 것은 열두 중의 하나였다. 열두 중의 하나, 그 하나로 인해 나머지가 덩달아 부끄러워지는 걸 감내하면서 복음서 기자들이 그 일을 기록으로 남긴 이유는 무엇일까? 약속이나 한 듯 굳이 덮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 2019. 12. 28. 폭력에 굴복하는 것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52) 폭력에 굴복하는 것 “현대생활의 분주한 활동과 스트레스는 본질적인 폭력의 한 형태인데, 아마도 가장 일반적인 형태일지도 모른다. 상반되는 무수한 관심사에 정신을 파는 것, 수많은 요구에 굴복하는 것, 너무나 많은 사업에 관계하는 것, 모든 일에 모두를 돕기를 원하는 것 따위는 어느 것이든 폭력에 굴복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그것은 폭력에 협력하는 것이다. 행동주의자의 광분은 그가 평화를 위해 하는 사업의 효과를 사라지게 만든다. 광분은 평화를 이루는 그의 내적 능력을 파괴한다. 풍부한 결실을 가져오는 내적 지혜의 뿌리가 광분 때문에 죽어버려 그의 일은 결실을 맺을 수 없다.” 에서 만난 한 구절이다. 정작 이런 말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이런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 2019. 12. 26. 꽃으로 피어나기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51) 꽃으로 피어나기를 지인들과 함께 제주도를 방문하였을 때의 일이다. 곶자왈을 들러 나오는 길에 작은 식물원을 방문했는데, 초입에 놓여 있는 한 장식물에 눈이 갔다. 널찍한 바위 위에 세 켤레의 신발이 놓여 있었다. 신발장에 신발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 같았다. 가만히 보니 가족의 신발이었다. 가운데에 놓인 구두는 아빠의 신발, 그 옆에 놓인 것은 엄마의 신발, 아빠 구두에 기대 있는 작은 분홍색 운동화는 필시 어린 딸의 신발이었다. 식구들을 위해 일하는 아빠는 늘 구두 끈을 질끈 동여맸을 것이다. 살림살이에 분주한 엄마는 늘 신발 끈을 묶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호기심이 가득한 아기는 늘 종종걸음, 찍찍이가 제격이었을 것이다. 신발에는 식구들이 보내는 시간이 담겨 있지 싶.. 2019. 12. 26. 하늘의 어릿광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50) 하늘의 어릿광대 성탄절을 맞으며 올해에도 성탄축하 행사 시간을 가졌다. 연극이며 암송이며 노래며 성탄절이 다가오기 훨씬 전부터 성탄을 준비하던 예전과는 달리 갈수록 아이들은 줄어들고, 아이들의 생활도 어른 못지않게 분주하여 성탄준비는 예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올해의 성탄축하행사는 어떨까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참석을 했다. 그런데 걱정은 기우였다. 연례행사라 하기에는 웃음과 감동이 함께 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참석한 어린이들과 학생들도 적지가 않았다. 예배당 안에는 성탄절의 의미에 어울리는 의미와 즐거움이 가득했다. 예쁜 옷을 차려입은 유아유치부 어린이들은 서 있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주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노래를 하고 율동을 한다. 엄마 아빠 할머.. 2019. 12. 25. 여인이 깨뜨렸던 것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49) 여인이 깨뜨렸던 것은 예수님의 머리에 향유를 부은 여인은 옥합을 깨뜨렸다. 옥합을 깨뜨려 향유를 부었다. 값비싼 향유는 목이 긴 옥합에 밀봉을 하여 보관을 하였다. 옥합을 깨뜨린 데에는 몇 가지 의미가 있다. 옥합에 담긴 향유를 모두 붓기로 한 것이다. 한두 방울만 찍어 바르기로 했다면, 굳이 옥합을 깨뜨릴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내 지닌 가장 소중한 것을 모두 드리기로 한 것이었다. 옥합을 깨뜨린 것은 옥합의 용도와도 관련이 있다. 옥합을 깨뜨림으로써 예수님을 위해 쓴 옥합을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스스로 포기했다. 내가 지닌 것을 오직 한 분, 주님만을 위해 쓰기로 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짐작이 되는 것이 있다. 자신이 한 일이 잊히기를 원했던 것이다. 향유를 조심스.. 2019. 12. 22. 여기 모인 내 오랜 친구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48) 여기 모인 내 오랜 친구들 음악회를 모두 마친 뒤 대기실에 모였다. 출연자들과 박인수 씨 친구들이 모여 다과를 나눴다. 오랜 친구들 사이에 오가는 격의 없는 대화들이 정겹고 소중했다. 세월을 잊은 장에서 풍겨나는 깊은 맛 같았다. 다른 일정이 있는 이들이 먼저 일어나야 했을 때, 박인수 씨가 정우송 장로님께 툭 이야기를 건넸다. “오늘 저녁 사줄 거니?” 장로님이 흔쾌하게 대답을 했다. “그럼, 먹고 싶은 거 뭐든지 살게.” 장로님의 대답에 박인수 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치 같은 제안을 받은 한 아이가 어떤 대답을 할지 대답을 아끼는 것 같았다. 과연 어떤 대답을 할지 나도 궁금해졌다. 마침내 대답을 했다. “우리 짜장면 먹자!” “아, 거기. 좋지!” 박인수 씨의 .. 2019. 12. 21. 얼마나 다르지 않은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47) 얼마나 다르지 않은가 어느 날 강원도에서 목회를 하는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인근에서 농부를 짓는 이가 아직 못 판 콩이 있는데, 팔아줄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강원도 서리태는 타 지역의 콩보다 품질이 우수한데, 타 지역과 값 차이 없이 콩을 내겠다는 것이었다. 교회 여선교회에 이야기를 했고, 콩 한 가마(80kg)를 사기로 했다. 콩은 1말씩 10자루에 담겨 전해졌는데, 상태도 좋았고 무게도 후했다. 사실 곡식을 살 때는 사는 사람만 좋으면 안 된다. 농사는 그냥 짓는 것도 아니고, 농사짓는 수고를 생각하면 배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콩 값을 보내고 나서 연락을 하자 형이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콩을 낸 이가 내 초등학교 동창의 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름을 대.. 2019. 12. 20. 이전 1 ··· 71 72 73 74 75 76 77 ··· 1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