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1158 빛을 바라본다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25) 빛을 바라본다면 가만 보니 창가에 놓아둔 화초의 여린 줄기들이 한 쪽 방향을 향하고 있다. 오랜 시간 함께 연습을 한 싱크로나이즈 선수들이 보이는 팔이나 발동작 같다. 우리는 하나, 모두가 같은 마음이랍니다, 작은 목소리 하지만 단호한 음성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모두 유리창 쪽을 향하고 있었다. 모두가 빛을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면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빛을 바라본다면 같은 빛 안에서 하나인 것이었다. 2019. 5. 5. 사랑 안에 있으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24) 사랑 안에 있으면 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문비나무의 노래 두 번째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마틴 슐레스케가 속 깊은 대화를 나무와 나누며 나무를 깎아 바이올린을 만들다가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눈여겨보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잠깐 손을 멈추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일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성급하거나 서두르지 않는 그의 속도 때문일까, 책도 천천히 읽게 된다. 마음에 닿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데, 또 하나의 줄을 긋고 싶은 문장이 있었다. 마틴 슐레스케가 나무와 연장과 악기와 노동 등 일상의 모든 것들과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문장이었다. “사랑 안에 있으면 모든 것이 말을 걸어온다.” 2019. 5. 4. 비움과 채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23) 비움과 채움 이른 아침부터 안식관 공사 현장에서는 일이 시작이 되었다. (감리교 은퇴여교역자를 위한 거처인 ‘안식관’을 두고 이웃들 중에는 납골당을 짓는 것이냐 묻는 이들도 있어 이름을 바꾸는 것에 대해 여선교회에 건의를 했는데, 그 결과는 아직 모르겠다.) 지난겨울부터 그날그날 주어진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건물 모양을 갖추고 있다. 새로운 층을 올리기 전 바닥을 합판으로 덮는다. 그리고 그 위를 스티로폼으로 덮는다. 아마도 보온과 방음을 위한 공정이지 싶다. 나중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소홀히 하면 후유증이 생긴다. 합판과 스티로폼으로 덮은 부분이 한 층의 바닥이 되지 싶다. 바닥면 사이사이로 바둑판처럼 이어지는 빈 공간이 있는데, 건축에.. 2019. 5. 2. 하나님의 음성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22) 하나님의 음성 미국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오치용 목사님이 페북에 올린 글이다. 오목사님의 성품을 아는지라 충분히 공감이 되는 글이었다. 누군가의 글에 답을 다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 그래도 다음과 같은 글을 달았다. 글을 읽고 답을 달며 옛 시간 하나가 떠올랐다. 단강에서 목회를 할 때였다. 단강 이후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아무 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고 심경을 밝혔을 때, 가까이 지내던 두 선배가 한 말이 있다. 한 선배는 말했다. “그걸 왜 생각해? 나는 이제까지 백지수표를 하나님께 맡기고 살아왔어.” 또 한 선배는 말했다. “때가 되면 하나님의 음성이 부엌에서 들려올 거야.” 2019. 5. 1. 지뢰 대신 사람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21) 지뢰 대신 사람이 의미 있는 시간에는 자연스레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는가 보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많은 이들이 기억했다. 그것은 나라와 국경 종교를 초월하는 일이었다. 평화를 갈구하는 마음은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공동선(共同善)임을 확인하게 된다. 여러 가지 뜻 깊은 행사들이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DMZ 평화인간띠잇기였다. 한반도의 서쪽 강화에서 동쪽 고성에 이르는 500km의 DMZ 마을길에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고 서서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였다. 매우 뜻 깊은 행사라 여겼지만 참여를 못했다. 교우들께도 참여를 권하지 못했다. 교우 가정에 결혼식이 있었다. 참여하진 못했지만 마음으로 위안을 삼은 것이 있었다. 2년 전 여름, 고성에서 임진각까지의 D.. 2019. 4. 30. 진면목(眞面目)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20) 진면목(眞面目) 본디 그대로의 참된 모습이나 내용을 진면목(眞面目)이라 한다.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누군가의 진면목을 보게 되는 순간은 많지 않다. 본다고 본 것이,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누군가의 겉모습이나 일부일 때가 많다. 다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때가 있다고 한다. 함께 여행을 할 때, 밥을 먹을 때, 도박판에 앉았을 때, 위급한 일을 만났을 때라는 것이다. 그렇겠다 싶다. 그런 일을 만나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비로소 알 수 있을 것 같다. 탈무드엔 사람을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 키소, 코소, 카소가 그것이다. ‘키소’는 돈주머니를 말한다.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그 사람의 가치를 일러준다는 것이다. ‘코소’는 술잔이다. 무엇을 어떻.. 2019. 4. 29. 설교와 썰교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9) 설교와 썰교 목사로 살다보니 늘 설교를 해야 하고, 이따금씩은 다른 이의 설교를 듣게 된다. 목사에게 설교는 평생 이어가야 할 마음의 씨름일 것이다. 설교자로 살며 누군가의 설교를 듣는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다. 마른 땅에 비 내리듯, 사막에 이슬 내리듯 듣는 말씀이 마음을 적실 때가 있다. 따뜻한 위로와 선한 격려로 다가와 마음을 추스르게 할 때면 말씀이 가진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몰랐거나 무감했지만 내가 잘못 살았구나, 화들짝 놀람으로 깨닫게 만들 때면 말씀이 가진 힘을 새삼 확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말씀이 공허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말씀에서 길어 올린 것이 아닌 수박 겉핥기식의 가벼움, 뻔한 공식과 같은 적용, 이야기를 할 때마다 ‘.. 2019. 4. 29. 소임(所任)에 대하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8) 소임(所任)에 대하여 지금 나는 담임목사다. 교회의 규모에 따라 함께 일하는 이들이 있다. 부목사도 있고, 수련목회자도 있고, 심방 전도사도 있고, 운전 관리 사무 등을 맡은 몇 명의 직원들도 있다. 담임목사는 행정 책임자이기도 해서,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계획하고 확인하고 지시하고 조율하는 일도 해야 한다. 설교나 기도 못지않게 행정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교회 일도 사람이 모여서 하는 것, 제각기 성향이 다른 이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그 중 어려운 것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성향을 조율하는 일이지 싶다. 젊은 시절 몇 몇 교회에서 전도사 생활을 하며 누가 시켜서 일하기보다는 자발적으로 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담임 목사가 되어서도 다른 누.. 2019. 4. 28. 마음에 남는 찬양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7) 마음에 남는 찬양 마음에 남은 찬양이 있다.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우연히 듣게 된 찬양이었다. 찬양을 들을 때만 해도 그 찬양이 오래 남을 줄은 몰랐다. 지난해 집회 인도차 미국을 방문할 때였다. 신대원 강의를 통해서 만난 오치용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시카고 인근 샴페인에 있는 예수사랑교회에서 말씀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교인의 대부분이 학생들이었고, 예배 전 찬양 또한 젊은이들이 인도를 했다. 피아노, 키보드, 드럼, 기타 등의 악기와 마이크를 잡은 여러 명의 학생들, 찬양은 조용하면서도 진지했다. 왜 그 때의 찬양이 마음에 남은 것일까? 몇 번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알겠다. 그 때와 다른 찬양의 모습을 흔하게 보기 때문이다. 박수를 치게 하거나, 두 .. 2019. 4. 27. 이전 1 ··· 96 97 98 99 100 101 102 ··· 1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