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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1160

소임(所任)에 대하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8) 소임(所任)에 대하여 지금 나는 담임목사다. 교회의 규모에 따라 함께 일하는 이들이 있다. 부목사도 있고, 수련목회자도 있고, 심방 전도사도 있고, 운전 관리 사무 등을 맡은 몇 명의 직원들도 있다. 담임목사는 행정 책임자이기도 해서,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계획하고 확인하고 지시하고 조율하는 일도 해야 한다. 설교나 기도 못지않게 행정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교회 일도 사람이 모여서 하는 것, 제각기 성향이 다른 이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그 중 어려운 것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성향을 조율하는 일이지 싶다. 젊은 시절 몇 몇 교회에서 전도사 생활을 하며 누가 시켜서 일하기보다는 자발적으로 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담임 목사가 되어서도 다른 누.. 2019. 4. 28.
마음에 남는 찬양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7) 마음에 남는 찬양 마음에 남은 찬양이 있다.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우연히 듣게 된 찬양이었다. 찬양을 들을 때만 해도 그 찬양이 오래 남을 줄은 몰랐다. 지난해 집회 인도차 미국을 방문할 때였다. 신대원 강의를 통해서 만난 오치용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시카고 인근 샴페인에 있는 예수사랑교회에서 말씀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교인의 대부분이 학생들이었고, 예배 전 찬양 또한 젊은이들이 인도를 했다. 피아노, 키보드, 드럼, 기타 등의 악기와 마이크를 잡은 여러 명의 학생들, 찬양은 조용하면서도 진지했다. 왜 그 때의 찬양이 마음에 남은 것일까? 몇 번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알겠다. 그 때와 다른 찬양의 모습을 흔하게 보기 때문이다. 박수를 치게 하거나, 두 .. 2019. 4. 27.
꽃은 2019. 4. 26.
비둘기와 클래식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5) 비둘기와 클래식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목양실은 정릉교회 별관 2층 맨 끝에 있다. 책상에 앉으면 오른쪽 유리창을 통해 한창 건축 중인 안식관 공사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너머로는 아파트 숲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책상 맞은편 윗부분에도 작은 창이 있다. 가로로 길게 퍼진 창이 동쪽의 빛을 받아들인다. 설계라는 작업이 재미있게 여겨지는 것은 설계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빛조차도 서로 다른 빛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작은 창 바깥쪽으로는 벽의 두께에 해당하는 공간이 있는 모양이다. 언제부턴가 비둘기가 날아와 그곳에 앉는다. 비가 오던 날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은데, 조금씩 날아와 앉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어쩌면 둥.. 2019. 4. 25.
너무 크게 대답하는 것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4) 너무 크게 대답하는 것은 다육이가 심겨진 화분을 사며 주인에게 물어 들었던 말, 다육이가 아우성을 치면 그 때 물을 주라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화장실에 드나들 때마다 창가 쪽에 놓인 다육이가 언제 아우성을 치는지를 살피고는 한다. 내 눈과 귀가 둔감하여 식물을 죽이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창가에는 작은 다육이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왠지 약간 시들해 보였다. 시무룩해 보인 것인지도 모른다. 꽃가게에서 들었던 대로 화분 받침대에 물을 담아 그 위에 화분을 올려 두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틀이 지난 뒤 보니 다육이가 불쑥 커져 있었다. 그것은 마치 몸이 불은 것처럼 보였다. 필시 받침대에 있던 물을 흠뻑 빨아들인 결과라 여겨지는데, 그.. 2019. 4. 24.
어느 날의 기도 2019. 4. 22.
책꽂이를 구입한 이유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2) 책꽂이를 구입한 이유 중고서적을 판매하는 알라딘 서점에 들렀다. 딸 소리가 찾는 책이 있다하기에 겸사겸사 같이 찾았다. 버스를 한 번만 타면 되는 가까운 곳에 중고서점이 있다는 것이 여간 반갑지 않았다. 처음 찾는 곳이었는데, 서점에서는 중고서적은 물론 중고 음반과 문구류 등을 함께 팔고 있었다. 천천히 둘러보다가 그레고리안 찬가를 담은 음반 2장과 책 몇 권을 골랐다. 저렴한 가격이 착하게 느껴졌다. 폐기처분되지 않고 다시 나누어지는 것이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서점 안을 둘러보다가 만난 물건 중에는 책꽂이도 있었다. 삼나무로 만들었다는데, 지극히 심플한 구조였다. 바닥면 한 쪽 아래에 턱을 괸, 그것이 전부라 할 수 있었다. 그 약간의 경사로 인해 굳이 양쪽을 다 막지.. 2019. 4. 22.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1)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걸어서 가거나 헤엄쳐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다른 별의 고요를 다 데리고 와도 시끄러울 뿐인, 그대가 그대로 있는 것만이 사랑인, 꽃의 말과 새의 말과 사람의 말이 구분되지 않는, 사람도 사랑도 새도 나비도 죽음도 꽃이나 별떼도 하나로 흐르는, 좋다와 싫다가 동의어인, 문자가 없어 마음을 옮겨 적을 수가 없는, 수국의 꽃잎 하나 달기 위해 천년이 흐르는, 밝아서 당신이 보이는, 경상남도 하동군 북천면을 내비게이션으로 치면 찾아갈 수 있는 고유명사이자 시인의 마음에서 새롭게 빚어진 보통명사가 된 북천, 어쩌면 시인 자신일지도 모를 북천에서 온 사람을 두고 시인 이대흠은 이렇게 노래를 한다. 사진/한남숙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이마에서 북천의 맑은.. 2019. 4. 21.
하늘 그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0) 하늘 그물 새벽기도회를 마쳤을 때 권사님 한 분이 목양실로 찾아왔다. 새벽에 나눴던 말씀 중에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본문이 있었던 것이다. 스가랴 11장이 본문이었는데, 본문 속에 나오는 토기장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잠시 서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괜찮으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권했다. 권사님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었다. 권사님은 당신의 지나온 시간을 이야기했다. 잠깐 사이에 듣는 이야기 속에도 기가 막히도록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이야기 끝 권사님은 당신은 기도할 때마다 드리는 기도가 있다고 했다. “하나님, 제게 왜 이러십니까? 언제까지 이러실 겁니까?” 권사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권사님께 하늘 그물 이야기를 해.. 2019.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