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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1158

꽃은 2019. 4. 26.
비둘기와 클래식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5) 비둘기와 클래식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목양실은 정릉교회 별관 2층 맨 끝에 있다. 책상에 앉으면 오른쪽 유리창을 통해 한창 건축 중인 안식관 공사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너머로는 아파트 숲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책상 맞은편 윗부분에도 작은 창이 있다. 가로로 길게 퍼진 창이 동쪽의 빛을 받아들인다. 설계라는 작업이 재미있게 여겨지는 것은 설계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빛조차도 서로 다른 빛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작은 창 바깥쪽으로는 벽의 두께에 해당하는 공간이 있는 모양이다. 언제부턴가 비둘기가 날아와 그곳에 앉는다. 비가 오던 날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은데, 조금씩 날아와 앉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어쩌면 둥.. 2019. 4. 25.
너무 크게 대답하는 것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4) 너무 크게 대답하는 것은 다육이가 심겨진 화분을 사며 주인에게 물어 들었던 말, 다육이가 아우성을 치면 그 때 물을 주라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화장실에 드나들 때마다 창가 쪽에 놓인 다육이가 언제 아우성을 치는지를 살피고는 한다. 내 눈과 귀가 둔감하여 식물을 죽이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창가에는 작은 다육이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왠지 약간 시들해 보였다. 시무룩해 보인 것인지도 모른다. 꽃가게에서 들었던 대로 화분 받침대에 물을 담아 그 위에 화분을 올려 두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틀이 지난 뒤 보니 다육이가 불쑥 커져 있었다. 그것은 마치 몸이 불은 것처럼 보였다. 필시 받침대에 있던 물을 흠뻑 빨아들인 결과라 여겨지는데, 그.. 2019. 4. 24.
어느 날의 기도 2019. 4. 22.
책꽂이를 구입한 이유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2) 책꽂이를 구입한 이유 중고서적을 판매하는 알라딘 서점에 들렀다. 딸 소리가 찾는 책이 있다하기에 겸사겸사 같이 찾았다. 버스를 한 번만 타면 되는 가까운 곳에 중고서점이 있다는 것이 여간 반갑지 않았다. 처음 찾는 곳이었는데, 서점에서는 중고서적은 물론 중고 음반과 문구류 등을 함께 팔고 있었다. 천천히 둘러보다가 그레고리안 찬가를 담은 음반 2장과 책 몇 권을 골랐다. 저렴한 가격이 착하게 느껴졌다. 폐기처분되지 않고 다시 나누어지는 것이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서점 안을 둘러보다가 만난 물건 중에는 책꽂이도 있었다. 삼나무로 만들었다는데, 지극히 심플한 구조였다. 바닥면 한 쪽 아래에 턱을 괸, 그것이 전부라 할 수 있었다. 그 약간의 경사로 인해 굳이 양쪽을 다 막지.. 2019. 4. 22.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1)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걸어서 가거나 헤엄쳐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다른 별의 고요를 다 데리고 와도 시끄러울 뿐인, 그대가 그대로 있는 것만이 사랑인, 꽃의 말과 새의 말과 사람의 말이 구분되지 않는, 사람도 사랑도 새도 나비도 죽음도 꽃이나 별떼도 하나로 흐르는, 좋다와 싫다가 동의어인, 문자가 없어 마음을 옮겨 적을 수가 없는, 수국의 꽃잎 하나 달기 위해 천년이 흐르는, 밝아서 당신이 보이는, 경상남도 하동군 북천면을 내비게이션으로 치면 찾아갈 수 있는 고유명사이자 시인의 마음에서 새롭게 빚어진 보통명사가 된 북천, 어쩌면 시인 자신일지도 모를 북천에서 온 사람을 두고 시인 이대흠은 이렇게 노래를 한다. 사진/한남숙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이마에서 북천의 맑은.. 2019. 4. 21.
하늘 그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0) 하늘 그물 새벽기도회를 마쳤을 때 권사님 한 분이 목양실로 찾아왔다. 새벽에 나눴던 말씀 중에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본문이 있었던 것이다. 스가랴 11장이 본문이었는데, 본문 속에 나오는 토기장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잠시 서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괜찮으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권했다. 권사님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었다. 권사님은 당신의 지나온 시간을 이야기했다. 잠깐 사이에 듣는 이야기 속에도 기가 막히도록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이야기 끝 권사님은 당신은 기도할 때마다 드리는 기도가 있다고 했다. “하나님, 제게 왜 이러십니까? 언제까지 이러실 겁니까?” 권사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권사님께 하늘 그물 이야기를 해.. 2019. 4. 20.
목이 가라앉을 때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09) 목이 가라앉을 때면 부활주일을 앞두고 두 주간 특별새벽기도회 시간을 갖고 있다. 어떤 모임 앞에 ‘특별’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조심스럽다. 졸지에 다른 시간을 특별하지 않은 시간으로 만드는 우를 범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말로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겨진다. 평소에도 갖는 새벽기도회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서일까, 평소보다 많은 교우들이 참여를 한다. 평소와는 달리 대표기도, 성경봉독, 특별찬송 등의 순서도 있다. 그런 순서 자체가 마음을 구별하게 만들지 싶다. 기도회를 시작하고 며칠이 지났을 때 목이 칼칼해지기 시작하더니 푹 가라앉고 말았다. 새벽에는 증세가 더 심해져서 말하는 것이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대표기도를 하는 교우가 목사의 성대를 위해서도 기도를 하니 마음에 .. 2019. 4. 18.
치명적인 오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08) 치명적인 오류 담당자가 보낸 메일을 받고는 당황스러웠다. 매달 ‘내가 친 밑줄’이라는 글을 연재하는데, 지난 3월호에 실었던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글 중에 인용한 니체의 말이 실은 니체의 말이 아니라 니체에 대해서 글을 쓴 저자의 말이라는 지적이었다. 설마 그런 중요한 실수를 했을까 싶어 서둘러 라는 책을 찾아보았다. 이런! 그 지적은 맞았다. ‘드러난 것은 드러나지 않은 것보다 적다.’ ‘목소리는 개별자의 것이지만 단어들은 모든 사람들의 것이다. 저자의 문체는 그가 사용하는 단어들을 통해서 그런 것처럼, 그가 피하는 단어들을 통해서도 형태를 갖춘다.’ 니체의 말이라고 인용한 두 문장은 모두 니체의 말이 아니었다. 를 쓴 책의 저자 하인.. 2019.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