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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집, 고마운 사람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7) 고마운 집, 고마운 사람들 어버이날을 앞둔 월요일, 두 어머니를 모시고 인우재에 다녀왔다. 사돈끼리의 동행이지만 함께 한 오랜 세월, 두 분 모두 어색함이 없으시다. 인우재 마루에 둘러앉아 식사를 할 때, 어머니가 인우재와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우리가 독일에서 목회할 기간에 있었던 일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특히 마음에 와 닿은 이야기가 있었다. 어느 핸가 인우재 근처에서 산불이 났다. 한창 농사철이서 바쁘게 일하던 마을사람들이 불을 보고는 한달음에 인우재로 달려왔다. 산 바로 곁에 자리 잡은 인우재가 불에 타지 않도록 물을 길어다 뿌리는 등 정말로 많은 수고를 했다. 덕분에 주변의 산은 새까맣게 탔지만 인우재는 불길에서 자신을 지켰다. 그 일이 너무나 고마워.. 2020. 5. 9.
몽당 연필은 수공예품 신동숙의 글밭(143) 몽당 연필은 수공예품 아이들의 연필은 신상품 4B, 2B, HB 깨문 자국은 고심하던 흔적 벗겨진 자국은 손 때 묻은 세월 역사를 지닌 몽당 연필은 수공예품 그래서 버릴 수 없고 남에게 줄 수도 없고 쓰임 받을 때마다 자신을 비우며 내던 울음소리 웃음소리 때로는 고요한 침묵 몸이 부서지더라도 끝까지 심지가 곧은 그런 몽당 연필을 십 년이 넘도록 다 모아두었다 엄마가 책 읽을 때몽당 연필은 신난다 중요한 말씀이 나오면 나란히 따라서 걷다가 책장 빈 곳마다 말씀 따라쓰기도 한다 가슴에 새겨진 말씀이 된다 2020. 5. 8.
시절인연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6) 시절인연 인우재에 있는 화장실은 자연에 가깝다. 통을 땅에 묻어 사용하는, 재래식이다. 통이 차면 차가 와서 통을 비워야 하는, 이른바 푸세식이다. 화장실은 통만 그런 것이 아니어서, 벽은 더욱 그렇다. 목제를 켜고 남은 죽대기로 벽을 둘렀다. 숭숭 바람이 통하고 햇빛도 통한다. 아랫집을 짓기 전까지만 해도 화장실에 앉아 앞산을 바라보는 호사를 누렸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인우재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죽대기 사이로 바깥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화장실 바로 옆에는 여물통이 있다. 쇠죽을 담아두던 낡은 통을 그곳에 두고 이것저것 눈에 띄는 대로 담아두었다. 동네 집을 헐며 나온 기와, 인우재를 오르내리며 만난 사기그릇 조각들, 버리기에는 아깝.. 2020. 5. 8.
참았던 숨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6) 참았던 숨 꽃을 보는 마음이 안쓰러웠다. 그러다가 미안했다. 잔뜩 쌓인 마른 가지들 틈을 헤치고 붉은 철쭉이 피어 있었다. 지난해 나무를 정리하며 베어낸 가지들을 한쪽에 쌓아둔 것이었는데, 그 자리에 철쭉이 있는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켜켜 쌓인 마른가지들이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데도 그러거나 말거나 철쭉은 해맑게 피어 환히 웃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마른 가지들을 옮기고 주변에 피어난 풀들을 뽑아주자 온전한 철쭉이 드러났다. 철쭉이 마침내 후, 하며 그동안 참았던 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그런 철쭉을 보며 생각한다. 거둬내야 할 마음속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 내 걷는 길이 부디 그럴 수 있기를, 비로소 숨을 쉬는 저 철쭉을 만.. 2020. 5. 7.
소리까지 찍는 사진기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5) 소리까지 찍는 사진기 인우재에서 하루를 보낸 후 잠자리에 들기 전 기도실을 찾았다. 무릎을 꿇고 앉아 밤기도를 드리고 밖으로 나왔더니 공기는 상쾌하고 달은 밝다. 사방 개구리 울음소리, 개구리 울음소리가 합창의 베이스라면 당연 솔리스트는 소쩍새다. 청아하고 맑다. 마당에 서서 밤의 정경에 취한다. 이 순간을 남길 수는 없는 것일까 생각하다가 핸드폰을 찾아 사진을 찍는다. 기도실 창문과 달은 찍었는데, 개구리 울음소리와 소쩍새 노랫소리는 담을 길이 없다. 소리까지 찍는 사진기는 없는 걸까, 실없는 생각이 지난다. 2020. 5. 6.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께 데리고 와서, 쓰다듬어 주시기를 바랐다. 그런데 제자들이 그들을 꾸짖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것을 보시고 노하셔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말아라. 하나님 나라는 이런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거기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어린이들을 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서 축복하여 주셨다.(마가복음 10:13-16) 어느 날 사람들이 아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쓰다듬어 달라고 부탁했다. ‘쓰다듬다’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손으로 가볍게 쓸어 어루만지다’, ‘마음을 달래어 가라앉히다’이다. ‘쓰다듬음’ 혹.. 2020. 5. 5.
권정생 <강아지똥>은 한국 자주 독립의 국보입니다 신동숙의 글밭(142) 권정생 은 한국 자주 독립의 국보입니다 독립, 나라가 스스로 서는 일, 한국은 8·15 해방으로 독립을 맞이하여,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으나 스스로 서지 못하였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애통하게 여긴 바, 스스로 독립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945년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미국이 일본을 굴복시키기 위해 히로시마에 원자탄을 투하한 것이 한국의 해방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 후로 77년 생인 저의 개인 성장기에 비추어 보아도 한국은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후, 흔들리고 넘어지면서도 스스로 바로 서기 위하여 부단이 걸어오고 있는 지금도 순례의 길 위에 있습니다. 제가 살던 부산, 옆집에는 장난감이 많았습니다. 그곳에서 처음 본 동화책 전집의 색색깔 그림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 2020. 5. 5.
공공장소 흡연 범칙금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4) 공공장소 흡연 범칙금 이야기는 마음속에 시간 속에 묻혀 있던 많은 기억들을 불러낸다. 운전 중 교통경찰에게 걸리면 면허증 뒤에 오천 원을 함께 건네던, 그러면 서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되던,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였다. 막상 이야기가 시작되자 별별 경험담들이 이어졌다. 같은 시절을 보냈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 깔깔거리며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어 나도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단강에서 목회를 할 때였다. 원주에서 단강으로 들어오는 길 중의 하나는 양안치 고개를 넘는 것이었다. 지금은 터널이 뚫리고 길이 시원하게 뻗었지만, 당시만 해도 구불구불 뱀 지나간 자리 같았다. 막 고개를 넘어서서 내리막길을 탔을 때 내 차를 가로막은 것이 느릿느.. 2020. 5. 5.
어려운 숙제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3) 어려운 숙제 동그랗게 몽우리 진 작약 꽃봉오리에 붉은 빛이 감돈다. 사방의 나뭇잎과 풀이 그러하듯 작약의 이파리도 초록색, 줄기도 초록색, 꽃받침조각도 초록색인데, 벙긋 부푼 꽃봉오리에 비치는 것은 붉은빛이다. 작약은 온통 초록의 바다 어디에서 저 빛깔을 만나 불러낸 것일까. 어디에서 저 빛깔을 찾아 꽁꽁 제 안에 품고 있는 것일까. 작약은 자신을 바라보는 내게 어려운 숙제를 준다. 세상 누구도 모를 뜨거운 마음일랑 어디에서 찾아 어떻게 품는 것인지를 물으니 말이다. 2020.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