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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과 수채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4) 하이든과 수채화 며칠 전 지강유철 전도사님이 지인과 함께 정릉을 찾았다. 지난번 신앙강좌 시간을 통해 장기려 선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던 것이 있었다.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 마음을 전해들고 가방에 여러 개의 시디를 챙겨왔으니 나로서는 더없이 반가운 걸음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둘러앉아 챙겨온 음악을 들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음악가의 삶과 음악에 담긴 이야기, 연주자나 지휘자에 얽힌 이야기,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네 삶과 정치 교회와 신앙 혹은 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옮겨 점심을 먹으면서도, 식당 바로 앞에 있는 이태준 생가에서 차를 마시면서도 이야기는 내내 이어졌다. .. 2020. 3. 23.
하얀 목련이 어진 마음으로 피었습니다 신동숙의 글밭(117) 하얀 목련이 어진 마음으로 피었습니다 봄을 들이려고 창문을 열어두었습니다. 방바닥이 가루로 버석입니다. 어김없이 찾아온 불청객 황사입니다. 황사가 방 안에까지 찾아오던 날, 마당에 돌담 위 하얀 목련은 최선의 모습으로 환하게 피었습니다. 하얀 날개를 단 흰새처럼, 백의의 천사 간호사들의 하얀 마스크처럼, 뛰어 다니는 국립검역원들의 흰방역복 날개처럼, 숨 돌릴 틈 없이 코로나 반응 검사를 하는 의료진들의 김 서린 하얀 땀방울처럼, 흰 꽃등처럼 하얗게 피었습니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는 목련이 기침에 좋다며, 목련꽃이 피는 내내 꽃잎처럼 연한 말씀을 하십니다. 목련꽃 봉오리와 목련 꽃잎을 차로 마시면 목이 환하게 시원해진다고도 합니다. 코로나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시는 모든 분들에게,.. 2020. 3. 22.
재주껏 행복해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3) 재주껏 행복해라 토요일 아침, 목양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일 아침 9시에는 교직원 기도회가 있다. 기도회로 모이는 새가족실로 향하는데, 저만치 보니 문이 닫혀있고 불도 꺼져 있다. 이 시간이 되면 모두들 모여 기도회를 준비할 때, 이게 뭐지 싶었다. 내가 시간을 잘못 확인하고 내려왔나 싶어 시계를 보니 9시가 맞다. 설마 오늘이 나만 모르는 공휴일인가 하는 생각도 지났지만 다른 날도 아닌 토요일, 오히려 중요한 날이다. 아무 것도 짚이는 것이 없었다. 다들 늦을 리는 없을 텐데 갸우뚱 하며 새가족실로 들어서려는 순간 갑자기 노래가 울려 퍼졌다. “생일 축하합니다!”, 교직원들이 둘러서서 노래를 불러주었다. 저만치 내가 늘 안는 자리 앞에는 촛불이 켜진.. 2020. 3. 22.
강아지 분유 먹이기 신동숙의 글밭(116) 강아지 분유 먹이기 시골 할아버지 집에 백순이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백순이는 진돗개 어미입니다. 다섯을 낳았는데, 셋만 살아남았습니다. 아들은 주말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듯했습니다. 용돈을 챙겨서 강 건너로 강아지 젖병을 사러간다며 마스크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서 쌩 집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강아지 분유를 사야한다며 저 혼자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튜브로 뭘 그리 열심히 보는가 싶었더니, 강아지 분유 타는 방법입니다. 토요일 아침, 제일 먼저 일어나서는 아빠를 깨웁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습니다. 얼른 가서 강아지 세 마리를 품에 안고서 분유 젖병을 입에 물려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때론 엄마의 밥 그릇에 있는 밥까지 푹 떠가는 식탐꾸러기 아들에게서 신기하게도 모성애를 봅.. 2020. 3. 21.
경솔과 신중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2) 경솔과 신중 가능하다면 경솔하지 말아야 한다. 기민해 보여도 즉흥적이기 쉽고, 활달한 것 같아도 중요한 놓치기가 쉽다. 신중한 것은 좋은 일이다. 삼갈 신(愼)에 무거울 중(重), 사전에서는 신중을 ‘썩 조심스러움’이라 풀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는 것은 모자람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법, 지나친 신중함은 좋을 것이 없다. 신중함이 지나쳐서 때를 놓치거나 당연한 일을 미루다가 아예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신중함은 또 다른 형태의 경솔함일 수 있다. 지나친 신중함으로 경솔의 길을 걷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나친 신중함으로 경솔의 길을 택하는 것은, 그것이 위험부담이 가장 적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2020. 3. 21.
겸손하다는 것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1) 겸손하다는 것 ‘겸손’(humility)이라는 말은 ‘흙’에서 온 말이다. 흙을 의미하는 라틴어 ‘humus’에서 왔다. ‘humus’와 같은 뿌리를 가진 말이 있는데, ‘유머’(humor)이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이 흙이라는 것을 안다. 하나님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한 줌의 흙에서 와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것을 안다. ‘謙遜’은 ‘겸손할 겸’(謙)과 ‘겸손할 손’(遜)이 합해진 말이다. 조금만 겸손을 떠나면 겸손일 수 없다는 듯이. 겸손의 바탕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있다. 내 생각, 내 경험, 내 믿음이 얼마든지 잘못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겸손할 때 우리는 하나님처럼 판단하거나 말하지 않는다. 겸손할 때 우리는 웃을 수 있다. 2020. 3. 20.
천 번 휘저어 계란말이 만들기의 고요함 신동숙의 글밭(115) 천 번 휘저어 계란말이 만들기의 고요함 하루 온종일 두 자녀와 함께 집 안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점점 고요함이 사라져가는 것만 같습니다. 처음에는 틈틈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려고 잠시 방으로 들어가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거실에서 들려오는 텔레비젼 소리와 아들의 박장대소에 고요함은 이내 달아나 버리고 맙니다. 새벽까지 핸드폰과 마주보던 딸아이도 느즈막이 일어나서는, 저녁이 가까워 올수록 몸에선 힘이 펄펄 나는가봅니다. 그래도 겨울방학 땐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큰 아이는 영·수 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아들도 학습지 학원과 복싱장을 다니고 있어서 그래도 틈틈이 숨통은 트였으니까요. 오늘도 뭔가 모르게 몸에서 기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가만 앉아 있어도 언제 어디서 무슨 일.. 2020. 3. 20.
무엇을 심든지 신동숙의 글밭(114) 무엇을 심든지 봄이다 무엇을 심을까 기다리고 있는 황토밭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코로나가 오나 감자, 고구마 고추, 상추, 깻잎 무엇을 심든지 모두가 제 발로 설 테지요 2020. 3. 19.
어떤 경우에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0) 어떤 경우에도 목회의 길을 걸으며 예수님을 통해 잊지 않으려 명심하는 것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수단이나 도구화 하지 않는 것이다. 나병환자를 고치신 예수님은 그를 집으로 보낸다. 거라사 지방의 귀신들린 자를 고치신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데리고 다니며 간증을 시키지 않았다. 그랬다면 복음을 전하는데 훨씬 더 효과적이었을 텐데 말이다. 한국 사회에 혼란과 고통을 가중한 이단과 사이비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사람들을 수단이나 도구로 삼지 않는 것 말이다. 한국교회는 그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느냐 물으면 할 말이 없긴 매한가지지만. 2020.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