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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새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4) 꽃과 새 예배당 앞 작은 정원에 자목련이 피었다. 키 낮은 나무지만 자태가 곱다. 어떻게 알았는지 직박구리가 날아와 꽃잎을 먹는다. 멋있게도 먹는다. 우리가 밥을 먹듯 꽃을 먹는 새가 있구나. 새에게도 먹을 것을 주어 자목련이 저리 예쁜가. 꽃을 먹는 새가 있어 새들의 노랫소리 저리 맑은가. 2020. 4. 2.
단단한 흙밭에 호미질을 하다가 신동숙의 글밭(124) 단단한 흙밭에 호미질을 하다가 이웃에 두 평 남짓 화단이 있습니다. 시멘트와 벽돌로 담을 두르고 마사토를 쏟아 부워서 만든 작은 공간입니다. 로즈마리, 라벤더, 페퍼민트, 애플민트 등 각종 허브 모종을 한 뼘 남짓 간격을 두고 심은 곳입니다. 그리고 화단의 가장 먼 둘레에는 꽃을 볼 작은 묘목 대여섯 그루를 심었습니다. 이렇게 작년 여름에 만들어 두고는 하늘만 믿는 천수답처럼 알아서 크겠지 하고 무심히 겨울을 지났습니다. 문제는 애초에 쏟아 부은 마사토의 높이가 울타리보다 높다는 점입니다. 비가 뜸하다 싶은 날 호수로 마른 흙밭에 물을 주면, 흙으로 스며 드는 양보다 밖으로 흘러 내리는 양이 많아 보였습니다. 입이 짧은 딸아이를 볼 때면 애가 타는 마음 같습니다. 때때로 교만으로 .. 2020. 4. 2.
진갑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3) 진갑 생일을 축하하며 한 장로님이 “이젠 진갑이네요.” 웃으며 말했다. 진갑이란 말을 오랜만에 들었다. 進甲은 환갑의 이듬해로 ‘예순두 살’을 이르는 말이다. 글자대로 하자면 ‘환갑보다 한 해 더 나아간 해’가 될 것이다. 어릴 적 ‘환갑 진갑 다 지났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었다. 어지간히 오래 사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그 말은 살만큼 산 사람이란 뜻으로 전해졌다. 남의 일로만 알았는데, 이젠 내가 진갑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이젠 살 만큼 산 사람이 된 셈이다. 이제부턴 덤이다. 덤일 뿐이다. 2020. 4. 1.
기도는 물이 흐르는 신동숙의 글밭(123) 기도는 물이 흐르는 기도는 물이 흐르는 기도는 숨이 흐르는 품으면 꿈이 되고 피우면 꽃이 되는 하늘 숨으로 하나 되어 본향으로 돌아가는 홀로 깊은 침묵의 강 쉼을 얻는 평화의 강 2020. 4. 1.
형에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2) 형에게 문득 떠오른, 오래 전에 썼던 글 하나가 있다. 왜 그것이 떠올랐을까 싶은데, 어쩌면 그 말이 그리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형! -응? -형도 울고 싶을 때가 있어? -응! -언제? -아무 때나. -형은 항상 웃었잖아. -두 번 웃기 위해 세 번은 울었어. 2020. 3. 31.
희망이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1) 희망이란 ‘희망은 신앙과 사랑의 한 복판이다’ 교회력을 따라 교단에서 발간하는 잡지 를 읽다가 만난 한 구절이다. 성서일과로 주어진 본문은 에스겔 37장, 마른 뼈들에 관한 환상이었다. ‘희망은 신앙과 사랑의 한 복판이다’라는 말이 새롭고 신선하게 와 닿았는데, 그 말 옆에 인용한 성경구절이 고린도전서 13장 13절이었다. 잘 알고 있는 말씀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는 말씀을 그렇게 이해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소망은 믿음과 사랑 사이에 있다. 익숙한 말씀을 새롭게 새기자 의미가 새로워진다. 설교자가 선 자리는 그곳일 것이다. 2020. 3. 30.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말, "제발, 꽃 보러 오지 마세요!" 신동숙의 글밭(122)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말, "제발, 꽃 보러 오지 마세요!" 봄이 오면 장사익 소리꾼의 곡조가 봄바람처럼 불어오는 듯합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둘째가 세 살이 되고 엄마 품을 벗어나려던 오래전의 이야기입니다. 거실에 펼쳐둔 신문을 넘기다가 하얀 목련꽃 한 송이처럼 눈에 들어온 사진이 있었습니다. 하얀 한복을 곱게 입은 장금도 명인의 하얀 춤사위. 진옥섭 연출가의 땀으로 장금도 명인의 민살풀이를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생애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글줄에 예약을 부탁했습니다. 그해 6월, 저는 그렇게 십 여 년만에 자유의 몸이 되어서 혼자서 호젓이 서울행 KTX에 올랐습니다. 6월의 서울 거리는 따사로웠습니다. 졸업 .. 2020. 3. 29.
사순절이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0) 사순절이란 나만 아픈 줄 알았는데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아픈 당신 나보다 더 힘든 당신 미련함으로 송구함으로 뒤늦게 깨닫는 사순절이란! 2020. 3. 28.
비누로 손 씻기와 설교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9) 비누로 손 씻기와 설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으로 자리 잡은 습관이 두 가지 있지 싶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손 등으로 가리고 하는 것과, 손 씻기를 자주 하는 것이다. 손을 씻을 때 비누로 손을 씻으면 소독제를 바르는 것보다도 효과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들은 대로 비누로 손을 씻다가 엉뚱한 생각을 한다. 혹시 비누로 손을 씻으면 효과적이라는 말은 유머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비누로 손을 씻으면 손이 미끌미끌해지고, 미끌미끌해진 손을 닦아내려면 한참 물로 닦아야 한다. 비누가 손 구석구석에 묻었으니 비누를 다 닦아내려면 손 구석구석을 닦아야 한다. 그렇게 비누를 없애느라 손을 닦다보면 나도 모르게 손을 열심히 오래 제대로 닦아야만 한다. 비누가 효과.. 2020.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