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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뜰에서 불어오는 맑고 투명한 바람 신동숙의 글밭(121) 속뜰에서 불어오는 맑고 투명한 바람 세상에서 불어오는 무거운 소식들로 연일 답답하고 무거운 가슴입니다. 답답하고 무거운 가슴을 내려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어설프게 안고서 주신 하루의 언저리를 서성거렸습니다. 유튜브로 법정스님의 법문을 듣다가, 고미숙 고전평론가의 강의도 듣다가, 목사님의 말씀을 듣다가, 가는 곳마다 법정 스님의 저서 을 끼고 다닌 하루였습니다. 저녁밥을 먹은 후 마저 치우지도 못하고, 법정 스님의 을 챙겨서 떠들썩한 식구들의 세속으로부터 벗어나 잠시 출가를 하였습니다. 식구들로부터 떠나와서 출가를 하는 장소는 거실 쇼파가 되기도 하고 제 방이 되기도 합니다. 식구들과 함께 한 집에 살면서도 서로가 참 다르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다 챙겨주고 일일이 간섭하기보다는.. 2020. 3. 28.
화장지 다섯 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8) 화장지 다섯 롤 독일에 사는 아이들이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더니 독일도 거의 모든 일상이 멈춰 섰다고 한다. 꼼짝없이 집 안에 갇혀 지내고 있단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제 나라와 대륙을 너무도 쉽게 무시한 채 맘껏 활보하고 있다 여겨진다. 부모로서 제일 걱정되는 것은 한결같다. 밥은 제대로 먹는지, 아프지는 않는지를 물었다. 답답하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니 고마운 일이었다. 뉴스를 통해 사재기 소식을 들었던 터라 쌀과 마스크, 화장지가 있는지를 물었다. 쌀은 별 문제가 없고, 마스크는 있으나 마나란다. 마스크를 쓰고 나가면 환자 대하듯 바라보는데, 더욱이 아시아인이 쓰고 있으면 마치 바이러스 숙주를 바라보는 것처럼 따갑게 바라보아 불편하기 그지없다는 것이었다. 화장지는.. 2020. 3. 27.
찾아오는 손님 모시듯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7) 찾아오는 손님 모시듯 ‘좋은날 풍경’ 박보영 집사님이 노래 하나를 보내주었다. 흔하게 쓰는 카톡을 통해서도 노래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여전히 신통방통이다. ‘봄’이라는 노래인데, 명함처럼 생긴 종이 위에 노랫말을 손 글씨로 적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곁에 찾아왔지만 놓치고 있는 봄의 정취를 나눌 겸 아는 이들에게 노래를 보냈다. 나도 노래를 보낼 수 있다니, 이 또한 신통방통! 행여 꽃잎 떨굴까 내리는 봄비 조심스럽고 행여 미안해할까 떨어진 꽃잎 해맑게 웃고 오래 전에 쓴 짤막한 글이다. 비에 젖은 채 떨어진 예쁜 꽃잎을 보다가 지나가는 생각이 있어 옮긴 것인데, 우연처럼 글자 수가 맞았다. 더러는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오는 손님을 만나듯 .. 2020. 3. 26.
예배 금단 현상인가, 예수 따르기인가 신동숙의 글밭(120) 예배 금단 현상인가, 예수 따르기인가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말한다면 침묵을 해야 하지만, 예배당 안에서 무리하게 예배 모임을 강행하려는 일부의 교회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연일 드물게 올라오는 포스팅에 답답한 마음이 가시질 않아서 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현재 코로나 집단 감염 예방을 위한 공공수칙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현 시국입니다. 그런 중에 일부의 기독교 목회자와 성도들의 모습에서 예배 금단 현상을 보고 있습니다. 중독과 금단 현상이란 곧 나의 신앙이 깨어 있지 못한, 졸음 운전처럼 졸음 신앙이라는 증거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종교란, 나와 이웃의 생명을 살리려, 깨어 있는 사랑이 될 때에만, 존재의 의미를 지닐.. 2020. 3. 26.
씁쓸한 뒷모습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6) 씁쓸한 뒷모습 토요일 오후, 설교를 준비하던 중 잠시 쉴 겸 밖을 내다보는데 예배당 바로 앞 공터에 누군가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한 부인이 원예용 부삽을 들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공터에 꽃씨를 심는 줄 알았다. 교인이 아닌 이웃이 교회 앞 공터에 꽃씨를 심는다면 꽃처럼 아름다운 마음, 찾아가서 인사를 해야지 싶어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부인 옆에는 화분이 있었는데, 화분에 흙을 채우고 있었다. 마당이 없는 이가 화분에 흙을 채우기 위해 왔구나 싶었고, 설교준비를 이어갔다. 잠시 시간이 지난 뒤 이제는 갔을까 싶어 다시 내다보니 부인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부인은 조금 전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흙을 채운 .. 2020. 3. 25.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연약한 생명에게 신동숙의 글밭(119)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연약한 생명에게 한 사람의 역할이 한 가지는 아닙니다. 생활하는 환경과 만나는 사람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역할이 때론 다양한 인격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교회 안에선 순한 사람이 가정에선 엄한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 부족한 사람이다 보니 아이들한테 목소리가 올라갔다가 이내 후회하기도 합니다. 오래전 독립운동을 하기 위에서 집을 나서던 윤봉길 의사의 바짓단을 붙들고서, "아버지 제발 가지 마세요." 매달린 것은 여섯살 난 그의 어린 아들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엔 너무나 어린 나이였던 그의 아들에게 윤봉길 의사는 무정한 아버지였겠지요. 아들이 자라고 인생을 살아가면서는 아버지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었을 테지만, 한국의 독립 .. 2020. 3. 24.
그러거나 말거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5) 그러거나 말거나 정릉교회 담장을 따라 영춘화가 환하게 피어났다. 오가는 사람들 그냥 지나갈 수 없다는 듯이 핸드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는다. 우리가 모르는 이름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을까? 영춘화를 모르는 이들은 대개 이렇게 말한다. “이 꽃이 무슨 꽃이지?” 자신 있게 말하는 이들도 있다. “어라, 개나리가 벌써 피었네!” 세상 어수선하다고 미루지 않는다. 자기 이름 모른다고 찡그리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꽃은 꽃으로 핀다. 꽃이기에! 2020. 3. 24.
잡혀가시는 예수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 순례(17)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 수난곡 No. 18 잡혀가시는 예수 마태수난곡 1부 32b번~33번 마태복음 26:47~50음악듣기 : https://youtu.be/yCuB137wZKA32(26)내러티브에반겔리스트47. Und als er noch redete, siehe, da kam Judas, der Zwälfen Einer, und mit ihm eine große Schar, mit Schwerten und mit Stangen, von den Hohenpriestern und Ältesten des Volks. 48. Und der Verräter hatte ihnen ein Zeichen gegeben und gesa.. 2020. 3. 23.
초록 풀밭 교실 신동숙의 글밭(118) 초록 풀밭 교실 산책길을 따라서 초록 풀밭 세상이다 초록 풀밭 교실이 문도 벽도 쉬는 시간도 없이 푸른 하늘처럼 열려 있어요 초록 칠판 여기저기 햇살 분필로 칠하는 곳마다 흰 냉이꽃 푸른 현호색 분홍 광대나물노랑 유채꽃 투명한 이슬 정의로운 풀과 나무들초록 풀밭 교실에는 햇살 담임 선생님이 계셔서 행복한 초록별 학교에서제 빛깔들 마음껏 뿜으며한껏 피어나는 어린 풀꽃들 잠꾸러기 친구야 이제 그 갑갑한 손바닥 폰세상에서 개구리처럼 튀어 나와 우리 다함께 배우며 뛰놀자 2020.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