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2647

나는 토기장이다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38) 나는 토기장이다 “나 여호와가 이르노라 이스라엘 족속(族屬)아 이 토기장(土器匠)이의 하는 것 같이 내가 능(能)히 너희에게 행(行)하지 못하겠느냐 이스라엘 족속(族屬)아 진흙이 토기장(土器匠)이의 손에 있음같이 너희가 내 손에 있느니라”(예레미야 18:6). ‘하나님을 크게 웃기려거든 너의 계획을 이야기하라.’는 말이 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난다. 무엇보다도 지당하다 싶다. 계획이 멋지면 멋질수록, 치밀하면 치밀할수록, 자신감이 넘치면 넘칠수록 하나님의 웃음소리는 더 커지실 것 같다. 세운 계획을 장담하면 장담할수록 하나님은 아무 말 없이 껄껄 웃으실 것 같다. 어느 날 주님께서 예레미야를 토기장이의 집으로 내려가라 하신다. 거기에서 하실 말씀이 있다.. 2015. 12. 26.
몽상과 꿈 사이에서 김기석의 톺아보기(17) 몽상과 꿈 사이에서 일주일에 하루, 새벽 기상 시간에 매이지 않기로 한 아침, 모처럼의 숙면을 꿈꿨지만 몸에 내장된 기억은 의지보다 강했다. 어김없이 일찍 눈이 떠졌다. 그래도 침대 속에서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따라가며 30분 쯤 뒹굴거리는 호사를 누렸다. 아내가 아침 6시만 되면 트는 FM 라디오 방송을 대신 틀고, 아침을 준비하여 함께 먹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니 문득 세월의 무상함이 저릿하게 느껴졌다. 속으로 ‘지금 이곳이 참 낯설다’ 하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익숙한 노래가 흘러 나왔다. 존 레논의 이었다.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봐요, 하려고만 한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죠. 저 아래 지옥이 없고, 저 위로 푸른 하늘만 있을 뿐. 상상해봐요,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2015. 12. 24.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19) 이별의 인사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1. 새해가 되면 팔순이 되는 우리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나를 깍쟁이라고 부르셨지만 지금은 그 깍쟁이와 함께 살고 계신다. 그러나 나는 내가 얼마나 깍쟁이인지 잘 알고 있고, 내가 간혹 얼마나 잔인한 존재인지 탄식할 때가 많다. 세상에 자식을 알기로 그 어머니만 하겠는가. 어머니의 깍쟁이라는 말은 모름지기 나에게 적확한 비난이면서 가르침이고 매질인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언제나 내가 깍쟁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의식하면서 살아왔다. 오늘날까지 해결해내지 못한 나의 이 깍쟁이스러움이 이쪽저쪽으로 역동을 하여 나의 두 측면의 성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하나는 깍쟁이로서의 나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가 깍쟁이.. 2015. 12. 19.
심히 썩은 것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37) 심히 썩은 것 “만물(萬物)보다 거짓되고 심(甚)히 부패(腐敗)한 것은 마음이라 누가 능(能)히 이를 알리요마는 나 여호와는 심장(心腸)을 살피며 폐부(肺腑)를 시험(試驗)하고 각각(各各) 그 행위(行爲)와 그 행실(行實)대로 보응(報應)하나니”(예레미야 17:9-10).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냄새를 우리 옛 어른들은 ‘석 달 가뭄 끝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흙먼지를 적실 때 나는 냄새’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그보다 좋은 냄새가 어디 있을까 싶다. 가뭄이 석 달이나 지속되면 모든 것이 타들어간다. 온갖 곡식들은 벌겋게 죽어갈 것이고, 논바닥은 거북이 등짝처럼 갈라질 것이다. 일이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 더 타들어가는 것은 농부의 가슴이다. 거둘 것이 없으면.. 2015. 12. 18.
‘헬조선’이라고 하는 우리사회에서 출애굽기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의 종횡서해 ‘헬조선’이라고 하는 우리사회에서 출애굽기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출애굽 사건은 부활 사건과 더불어 성경의 핵심”이라고 본 저자는 고통을 “보시고”, 울부짖음을 “들으시고”, 근심을 “아시는” 하나님을 소개하면서 ‘애굽’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헬조선’이라고 하는 그런 세상의 축소판이라고 규정한다. “ ‘애굽’은 지금 우리 속에도 있고, 우리 세계 속에서 엄연히 존재한다. 인간이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곳에서 ‘애굽’은 발생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야말로 ‘애굽’의 모형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제시하는 행복의 신기루를 바라보고 걷는 동안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욕망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욕망은 언제나 자기중심적이기에 타자를 배려하지 않는다.. 2015. 12. 16.
이가봇의 어머니, 비극의 시대를 통찰하다(2)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39) 이가봇의 어머니, 비극의 시대를 통찰하다(2) 1. “이가봇의 어머니.” 결코 영화롭지 않은 호칭이다. 이가봇이라는 험악한 이름을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지어주는 어머니 심정은 얼마나 절박했을까? 남자들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그만큼 모든 것을 망쳐놓았던 그 비극적인 시절로 돌아가 보자. 사무엘상 4장은 “사무엘의 말이 온 이스라엘에 전파되니라”로 시작하는데, 그런 다음 사무엘은 7장 3절에서야 다시 등장한다. 그 사이에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다. “궤가 기럇여아림에 들어간 날부터 이십 년 동안 오래 있은지라 이스라엘 온 족속이 여호와를 사모하니라”(2절). 그래서 사무엘은 사람들을 미스바로 모이게 한다. 2. 그렇게 사무엘이 지도자로 등장하기 20년 전 일이다. 하나.. 2015. 12. 13.
그들이 너에게 돌아올망정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36) 그들이 너에게 돌아올망정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네가 만일(萬一) 돌아오면 내가 너를 다시 이끌어서 내 앞에 세울 것이며 네가 만일(萬一) 천(賤)한 것에서 귀(貴)한 것을 취(取)할 것 같으면 너는 내 입 같이 될 것이라 그들은 네게로 돌아오려니와 너는 그들에게로 돌아가지 말지니라”(예레미야 15:19). 같은 자리에 있다고,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마음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겉으로야 아무런 차이가 없다 하여도 마음도 같은 것은 아니다.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있다 해도 생각은 얼마든지 다를 수가 있다. 예레미야는 주님께서 맡기신 일을 감당하다가 겪는 어려움을 불평과 원망으로 쏟아놓았다. 그치지 않는 고통과 낫지 않는 상처를 두고서 주님은 흐르다.. 2015. 12. 11.
평화를 향한 생명 사랑의 노래신학 꽃자리의 종횡서해(19) 평화를 향한 생명 사랑의 노래신학 - 《나는 내 숨을 쉰다》 속의 시선과 만나다 - 시선에 관하여 한 사람 속에 수천의 층이 있듯이 한 권의 책은 저자의 내면세계의 무수한 층들을 담고 있다. 홍순관의 《나는 내 숨을 쉰다》 를 읽으면서 나는 이 책에 담긴 저자 홍순관의 시선들을 곳곳에서 보기 시작하였다. 나의 이 글은 이 책을 통하여 내가 만나게 된 홍순관의 ‘시선(gaze)’에 대한 글이다. 한 사람의 시선은 그 사람이 생각하고 꿈꾸는 세계, 타자에 대한 이해, 보다 나은 삶에 대한 열정, 그리고 신에 대한 이해를 담아낸다고 나는 본다. 나는 사람이 각기 지니고 있는 그 시선을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선이란 쓰여 진 언어나 말해지는 언어체계를 넘어서서 그 사람의 이 .. 2015. 12. 10.
누가 당신에게 누구냐고 물으면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8) 누가 당신에게 누구냐고 물으면 나는 돌파 속에서 나의 뜻과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모든 활동과 하나님 자신으로부터 자유롭게 됩니다. 돌파 속에서 나는 모든 피조물을 능가합니다. 돌파 속에서 나는 피조물도 하나님도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있던 그대로의 나, 있는 그대로의 나, 앞으로 영원히 있을 나입니다. 어느 젊은 여자가 수도원의 대문을 두드리며 엑카르트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문지기가 물었다. “누구라고 전해 드릴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 당신이 어째서 그걸 모른단 말이오?” “저는 소녀도 아니요, 아줌마도 아니요, 남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인도 아니고, 미망인도 아니고, 처녀도 아니며, 또 신사도 아니고, 하녀도 아니고, .. 2015.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