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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거룩해야 말씀이 거룩하게 들린다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19) 귀가 거룩해야 말씀이 거룩하게 들린다 “만군(萬軍)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포도(葡萄)를 땀 같이 그들이 이스라엘의 남은 자(者)를 말갛게 주우리라 너는 포도(葡萄) 따는 자(者)처럼 네 손을 광주리에 자주자주 놀리라 하시나니 내가 누구에게 말하며 누구에게 경책(警責)하여 듣게 할꼬 보라 그 귀가 할례(割禮)를 받지 못하였으므로 듣지 못하는도다 보라 여호와의 말씀을 그들이 자기(自己)에게 욕(辱)으로 여기고 이를 즐겨 아니하니”(예레미야 6:9~10) 오래 전에 번역된 성경을 일부러 찾아 읽는 것은 그것을 번역할 당시, 즉 오래 전 하나님을 믿었던 이들은 성경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궁금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의도하지 않는다 하여도 성경에 담겨 있는 단어, .. 2015. 8. 26.
가난한 노래의 씨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29) 가난한 노래의 씨 육사(陸史)의 본명은 “원록”입니다. 그의 필명이 성을 포함하여 “이육사”가 된 까닭은 1925년 중국에서 항일 독립단체인 의 일원으로 국내에 잠입, 활약하다가 체포되어 대구 형무소에 구금되었을 때 수감번호가 264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929년 출옥 후, 중국 북경대학에서 공부하고 난 뒤 1933년 국, 십년 뒤인 1943년 다시 서울에서 체포되어 이듬해 북경감옥에서 옥사하기까지 그는 “육사”라는 필명으로 시작(詩作) 활동을 하게 됩니다. 그런 삶의 경로를 보면, 그의 시에 과연 무엇이 담겨 있을까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의 필명이 육사, 즉 “대륙의 역사”라는 뜻을 가진 이답게 그의 시는 광활한 대륙의 기상과 민족적 혼의 웅대함이 깃들어 .. 2015. 8. 24.
나오미, 노년에 진정한 어머니가 되다(1)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32) 나오미, 노년에 진정한 어머니가 되다(1) 1. 사사들이 다스리던 시절,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은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기근을 피해서 모압으로 갔다. 그는 모압에서 죽으려고 간 게 아니다. 살려고 갔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가족을 이끌고 이국땅 모압으로 간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면서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죽었다. 먼 이국에서 눈을 감는 그 심정이 어떠했을까?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온 그곳이 자신의 무덤이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사랑하는 아내를 이국땅에 두고, 또 장가도 못 보낸 두 아들을 남겨놓고 떠나는 가장의 심정이 어땠을까? 어쩌면 그들을 데리고 모압으로 온 것을 후회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렇게 .. 2015. 8. 24.
기괴하고 놀라운 일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18) 기괴하고 놀라운 일 “이 땅에 기괴(奇怪)하고 놀라운 일이 있도다 선지자(先知者)들은 거짓을 예언(豫言)하며 제사장(祭司長)들은 자기(自己) 권력(權力)으로 다스리며 내 백성(百姓)은 그것을 좋게 여기니 그 결국(結局)에는 너희가 어찌 하려느냐”(예레미야 5:30~31). 오래 전의 일이다. 시골에서 목회를 할 때 내가 속한 지방에서는 해마다 여름이 되면 ‘지방연합성회’라는 것을 열었다. 지방 내에 있는 모든 교회의 교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말씀을 듣는 시간이었다. 그 때마다 외부에서 강사 한 명씩을 초대하였다. 어느 핸가 집회 중 사회를 맡은 적이 있다. 강사는 설교를 시작하며 뜬금없이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례비가 얼마인데(입이 벌어질 액수를 서슴.. 2015. 8. 23.
소멸하는 것을 통해 불멸을 보다 김기석의 톺아보기(14) 소멸하는 것을 통해 불멸을 보다 땅이 있는 한, 뿌리는 때와 거두는 때,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이 그치지 아니할 것이다. (창세기 8:22) 1. 시간 여행자인 인간은 순환하는 계절의 리듬을 타고 산다. 그 속에는 패턴이 없는 무질서에서 패턴을 만들어내신 큰 생명의 숨결이 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규칙적인 패턴에 따라 번갈아 찾아오는 낮과 밤, 여름과 겨울에 몸과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그 리듬을 타고 살 때 삶은 흥겹고, 그 리듬을 거스를 때 삶은 힘겹다. 지금은 우주의 리듬과 문명의 리듬이 충돌하는 시대이다. 몸이 고단하고 심성이 거칠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시를 쓸까? 시간 여행길에 만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붙들기 .. 2015. 8. 21.
종교의 파렴치한 친일행각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32) 종교의 파렴치한 친일행각 2015년. 일본 제국주의의 강제병합으로부터 벗어난 지 70주년 되는 해이다. 이 날을 우리는 광복절이라 부른다. ‘빛을 다시 찾았다’는 이 멋진 메타포는 해방의 감격을 표현하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 다만 이 멋스런 표현이 요즘 세대에게는 조금 낯설고 먼 이야기처럼 들릴지는 않을까 교육적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차라리 ‘해방절’이라 이름 지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일각에서는 우리가 애초부터 주권이 없었고 노예였다가 풀린 것이 아니라, 반만년 유구한 역사 속에서 아주 잠시 일본제국주의에 주권을 빼앗겼다가 다시 찾아온 것이기에 ‘해방’이란 용어는 적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그도 역시 틀린 말은 아니게 들.. 2015. 8. 21.
그럼에도 삶에 대해 ‘예’ 하려 하네 이진경의 ‘지금은 사랑할 시간’(2) 그럼에도 삶에 대해 ‘예’ 하려 하네 “보통 사람들은 66년을 건강하게 산대요. 뉴스 통계에서 들었어요. 그거 듣고, 와, 다들 오래 건강하게 사는구나, 했어요. 저는 한 20년이었거든요.” 첫 만남이 있기 전, 도엽과의 통화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건강한 기간이 66년이라는 것도, 그가 20년 정도 건강했다는 것도 그날 처음 들었다. 하지만 그 20년도 온전히 건강한 날수를 채운 것은 아니었다. 13살 때 오른쪽 눈에 양성 종양이 생겼으니 말이다. 한 사람의 병력이 약력처럼 보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가 거쳐 온 병의 역사를 보면. 도엽이는 생후 100일 때 망막모세포종으로 오른쪽 안구를 적출했다. 수.. 2015. 8. 21.
율법의 완성, 은혜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30) 율법의 완성, 은혜 - 전집 4권 『성서 연구』 「율법의 완성」 - “이 바리새인 같으니라고!” 만일 이런 말을 들었다면 대부분의 기독교 신자는 매우 불쾌할 것이다. 바리새인에 대해 선입견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바리새인은 예수께서 공생애 기간 내내 꾸짖으셨던 사람들이 아니던가! 무엇보다 신약 복음서에 나타난 바리새인들은 사랑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냉정한 율법주의자로 묘사되었기에, 기독 신자들은 일단 ‘심정적으로’ 바리새인들을 싫어한다. 더 극단적인 경우는 반(反)하나님적이고 불신앙적이며 위선자, 안하무인에 거짓신앙인과 동의어로까지 생각하면서 반감과 혐오를 표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바리새파는 이스라엘 공동체가 가졌던 대안.. 2015. 8. 19.
산의 비밀스러운 영토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28) 산의 비밀스러운 영토 산을 오르는 것은 산이 품고 사는 사연들을 만나는 일이 됩니다. 산의 높이와 크기, 그리고 가파른 정도만을 우선 눈여겨보았다가, 그때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던 비밀스러운 영토로 들어서는 순간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주인 몰래 잠입하여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벌이는 은밀한 정찰이 아니라, 예의를 갖추어 정중한 자세로 상대와 새로운 교제를 시작하는 경건한 시도에 속합니다. 사실 평지에서 무심히 바라보는 산은 하늘과 능선이 맞닿아 있는 경계선으로 그 윤곽을 드러낼 뿐입니다. 때로는 계절이 허락하는 다채로운 모습으로, 일상에서는 예상치 못한 면모를 불현듯 확인시키기도 합니다. 물론 그로써 우리는 산의 전체적인 인상을 대강이나마 포착하게 되는 것이지만, 그 .. 2015.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