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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수염 두런두런(28) 옥수수 수염 - 동화 - 이제부턴 흙길입니다. 차가 덜컹거리며 흔들리기 시작하자 민구가 잠에서 깼습니다. 아침 일찍 서울을 떠날 때만 해도 오랜만의 나들이에 신이 나서 창에 코를 박고 밖을 구경하던 민구가 따뜻한 햇살에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잘 잤니? 이제 곧 할아버지 댁이다.” 운전하는 아빠 옆에 앉아 있던 엄마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아직 졸음기가 남아있는 민구는 큰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습니다. 기지개를 켜며 막 잠에서 깨어나는 것은 민구뿐이 아니었습니다. 나무마다 아기 손톱 같은 작은 이파리들이 조잘조잘 돋아나고 있었고, 논둑과 밭둑으로는 누군가 크레용을 칠한 것처럼 굵고 힘찬 초록색 선들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창문을 열자 확, 시원한 바람이 밀려.. 2015. 8. 18.
시스라의 어머니, 모든 어머니는 존중받아야한다(2)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31) 시스라의 어머니, 모든 어머니는 존중받아야한다(2) 1. “시스라의 어머니는 도대체 언제 등장하는가?” 조금만 기다려보라. 드보라와 바락이 시스라와 그 군대를 전멸시키고 야빈을 눌러서 결국 야빈과 그 세력을 진멸한다(사사기 4:24). 사사기 4장은 이렇게 끝난다. 그런데 이 사건이 얼마나 극적이었던지 옛 시인은 31절에 이르는 꽤 긴 서사시로 만들었다. 그것이 사사기 5장이다. 성경기자는 드보라가 노래하는 것으로 설정하는데, 드보라는 자신이 사사로 부름받기 이전, 즉 삼갈과 야엘 시대를 매우 곤궁한 시절로 정의한다. “이스라엘에는 마을 사람들이 그쳤으니 나 드보라가 일어나 이스라엘의 어머니가 되기까지 그쳤도다”(사사시 5:7). 하지만 성경기자가 “에훗 후에는 아낫의.. 2015. 8. 16.
유대인의 기도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14) 유대인의 기도 유대인들은 기도할 때 큰 보자기 모양의 숄을 머리에서 어깨까지 두른다. 잘 살펴보면 보자기 아래 끝 부분에 술이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술을 가리켜 히브리어로 ‘찌찌트’라 하며, 찌찌트가 달린 보자기 모양의 숄을 가리켜 ‘탈릿’(기도보)이라고 한다. 정통파 유대인의 경우 결혼한 남자만 사용할 수 있으나, 보수파나 개혁파에서는 성인식을 마친 모든 유대인 성인에게 사용을 허락한다. 여자의 경우 기도할 때 탈릿을 반드시 사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명문화시켜 금하지도 않는다. 정통파 유대인 여자들은 법으로 금하지는 않으나 탈릿 사용을 꺼리는 편이고, 그 외의 보수파나 개혁파에서는 여자용 탈릿을 따로 개발하여 사용하며 남자용에 비하여 그 모양이나 색상.. 2015. 8. 16.
모래로 바다를 막으신 하나님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17) 모래로 바다를 막으신 하나님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너희가 나를 두려워 아니하느냐 내 앞에서 떨지 아니하겠느냐 내가 모래를 두어 바다의 계한(界限)을 삼되 그것으로 영원(永遠)한 계한(界限)을 삼고 지나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파도(波濤)가 흉용(洶湧)하나 그것을 이기지 못하며 뛰노나 그것을 넘지 못하느니라”(예레미야 5:22). 오래 전 농촌에서 목회를 할 때, 이따금씩 마을 어르신들과 여행을 했다. 연배도 다르고 종교도 다르지만 마음으론 친구처럼 지내던 분들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조용한 바다를 찾은 적이 있었다. 같이 모래사장을 거닐던 중에 문득 마음이 뜨거워져서 그분들에게 모래와 바다 이야기를 했다. “보세요, 바다를 막고 있는 것은 모래지요!” 마을 분들.. 2015. 8. 15.
해방과 분단 70년, 친일과 주류 한종호의 너른마당(29) 해방과 분단 70년, 친일과 주류 20세기의 전반기는 민족의 주권이 박탈당한 상황에서 제국주의 통치에 대한 여러 가지 저항이 있었고, 그것은 이후 해방된 조국에서 중요한 정치세력의 저력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미국의 군정에 의한 자주적 국가건설이 가로막히고, 친일잔재세력의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까닭으로 해방된 나라는 식민지 유산의 연속이라는 기형적 역사전개의 현실에 처하게 되었다. 민족에게 고통을 가했던 자들이 다시 권좌에 오르고, 외세에 빌붙어 민족에게 피를 흘리게 했던 자들이 득세하는 현실에서 해방정국은 들끓었다.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를 놓고, 친일잔재세력들과 민중들은 대립했으나 미군정의 지원과 친일잔재세력의 기득권이 결합하여 대세를 쥐게 되면서 사태는 민족사의 요구대로.. 2015. 8. 12.
예수라는 원천에 이르고 싶다 김기석의 톺아보기(12) 예수라는 원천에 이르고 싶다 1. 매미 울음소리가 한참이던 그해 여름, 나는 수영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했다. 들판 저편, 논배미 곁에 있던 샘을 무시로 뛰어들던 동네 형들의 동작은 날렵했다. 발판을 굴러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며 물에 뛰어드는 그 멋진 비상을 둑에 앉아 감상만 해야 했던 나는 아무도 나와 놀아주지 않는 어느 여름 날 수영학습을 감행했다. 집 앞 논배미 옆에 있던 둠벙에 뛰어든 것이다. 양팔을 바람개비처럼 돌리기만 하면 몸이 앞으로 나갈 줄 알았는데, 어라, 그게 아니었다. 내 몸은 납을 달아맨 추처럼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제 죽는구나’ 생각하며 정신이 아뜩해지는 순간, 어떤 강력한 손길이 내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밭에서 농약을 치고 있던 형이.. 2015. 8. 12.
“나는 25살, 비니를 쓴 김도엽입니다” 이진경의 ‘지금은 사랑할 시간’(1) “나는 25살, 비니를 쓴 김도엽입니다” 도엽이를 처음 소개받은 것은 4월 6일 한 선배를 통해서였다. 선배의 교회 지인이 대학병원 의사인데, 그곳에 안구암을 앓고 있는 청년이 있다는 것이었다. 청년의 몸 상태는 현재 좋지 않은 편이라 했다. 달리 말하면, 의학적으로는 가망이 없다는 것이었다.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이 청년은 책을 남기고 싶어 한다고 했다. 선배는, 내가 그 일을 해줄 수 있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망설여졌다. 3년 전 폐암 말기 환자와 전국 자전거 여행을 동행하며 책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책이 출간되기 2주 전, 주인공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내가 쓴 책의 주인공이, 그것도 수개월간 함께하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인터뷰를 .. 2015. 8. 12.
생애 단 한번, 부르고 싶은 노래하나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27) 생애 단 한번, 부르고 싶은 노래하나 매미소리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방불케 합니다. 여름의 절정에 대한 자연의 찬가(讚歌)이기도 합니다. 도시는 이때쯤이면 탈출이 부추겨지는 곳이 됩니다.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와버리고 말았는가는 새삼스럽게 깨우쳐지기 때문입니다. 여름은 그래서 탈출이라는 방식으로 귀환을 이루어냅니다. 벗어나면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본래 있던 곳으로 가는 겁니다. 그가 태어난 곳이 도시라도 그건 상관없습니다. 흙과 물과 태양과 별, 그리고 바람과 나무숲의 정기를 타고 태어나지 않은 이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저 목적지 없이 터덜터덜 걸어가 보는 일도 잊어버리고, 무엇에도 쫓기지 않고 무언가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시간도 사라.. 2015. 8. 12.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두런두런(25)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지난 여름 독서캠프를 통해 만난 분 중에 나태주 시인이 있습니다. ‘풀꽃’이란 시로 널리 알려진 시인이지요. 시골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하신 분답게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시골 할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나는 그분을 처음 뵙는데, 그 분은 나를 알고 있었습니다. 한 신문에 쓰고 있는 칼럼을 눈여겨 읽어오고 있다 했는데, 금방 친숙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나태주 시인이 쓴 시 중에 최근에 알게 된 시가 있습니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을 만큼 중병을 앓고 있을 때,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썼다는 시였습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라는 제목의 시였는데, 아내를 위해 하나님께 하소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 2015.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