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503 새순 내게 있는 모든 의지를 떨구십니다 봄날의 꽃잎처럼 사방 흩어 놓으십니다 이 땅에 내 것이라 할 것 없는 나는 가난한 나무처럼 제 자리에 머물러 가만히 눈 감고 안으로 푸르게 깊어질 뿐입니다 2021. 4. 15. 없는 책 돈냄새가 없는 책 추천사가 없는 책 전쟁 후 서울에서 태어나 이 땅을 살아오는 동안 반평생의 구비길을 넘고 넘으며 글에서 없는 냄새를 풍길 수 있다니 글을 읽으면서 있음을 찾으려다가 이 땅에서 나를 세운 흔적이라고는 마땅히 없고 또 없어서 눈물을 지우고서 바라보는 제주의 푸른 바다와 하늘처럼 출렁이며 때론 잠잠한 맑은 글에 비추어 되돌아볼 것은 없는 나 자신 뿐이었다 , 최창남 2021. 4. 14. 꽃잎비 꽃잎이 꽃잎을 감싸며 꽃잎이 꽃잎을 안으며 작고 순한 이름들이 꽃잎비로 내린다 가장 작은 목소리로 가장 순한 몸짓으로 서로를 감싸며 서로를 안으며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산을 감싸며 한 잎의 시가 되고 들을 안으며 한 잎의 노래가 된다 2021. 4. 8. 둘레길 둘레둘레 민둘레 둘레길에 민둘레 민둘레가 피어서 둘레둘레 둘레길 2021. 4. 1. 꽃춤 꽃이 춤을 춘다 하늘 하늘 하늘 꽃이 웃음 짓는다 하늘 하늘 하늘 2021. 3. 31. 민들레 곁에 민들레 곁에 가까이 앉으며 노란꽃 언저리에 떠돌던 숨을 얹는다 봄바람 같은 봄햇살 같은 꽃잎마다 결결이 숨결을 고르다가 숨이 멈추어 쉼이 되는 순간 웃음이 난다 민들레처럼 2021. 3. 30. 나도 하늘처럼 밤하늘 불을 끄실 때 내 방에 불을 켠다 새벽하늘 불을 켜실 때 내 방에 불을 끈다 어둔 밤이면 전깃불에 눈이 멀고 환한 낮이면 보이는 세상에 눈이 멀고 언제쯤이면 나도 하늘처럼 밤이면 탐욕의 불을 끄고서 어둠 한 점 지운 별처럼 두 눈이 반짝일까 새벽이면 마음에 등불을 켜고서 하늘 한 점 뚫은 해처럼 두 눈이 밝아질까 2021. 3. 25. 물 인심 물 한 잔 드릴까요? 하고 얼른 물으면 바빠요! 하며 냉큼 달아나신다 택배 기사님도 배달 기사님도 집배원 아저씨도 물 한 모금 삼킬 틈없는 나무 꼬챙이 같이 삐쩍 마른 뒷모습에 넉넉한 물 인심이 가슴 우물에 먹먹히 고인다 2021. 3. 1. 무의 새 무한한 날갯짓으로 몸무게를 지우며 무심한 마음으로 하늘을 안으며 새가 난다 하늘품에 든다 2021. 2. 25.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