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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1157

자유시장에서 생각하는 자유 한희철의 두런두런(8) 자유시장에서 생각하는 자유 원주 시내 한복판에는 자유시장이 있습니다. 이른바 ‘A도로’라 불렸던 중앙로 한복판, 자유아파트 아래층에 자리를 잡고 있는 꽤 넓은 시장입니다. 단강에서 목회를 하며 이따금씩 자유시장을 찾았던 것은 시장 안에서 한 지인이 레코드가게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음악보다는 사람을, 사람보다는 만남을 좋아하는, 우리 젊은 목회자들이 편하게 ‘아저씨’라 부르는 분이었습니다. 토요일이면 인쇄소에 주보 원고를 맡기고 주보를 인쇄하는 동안 아저씨 가게에 들러 차 한 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지요. 자연스럽게 그 가게는 젊은 목회자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인가 그날도 레코드 가게로 가기 위해 막 자유시장 길로 접어들었는데,.. 2015. 4. 17.
씻을 수 없는 죄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8) 씻을 수 없는 죄 "주(主) 여호와 내가 말하노라 네가 잿물로 스스로 씻으며 수다(數多)한 비누를 쓸지라도 네 죄악(罪惡)이 오히려 내 앞에 그저 있으리니"(예레미야 2:22). “나의 죄를 씻기는 예수의 피 밖에 없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찬송가의 가사다. 부흥회나 기도회에서 그 중 즐겨 부르는 찬송으로 대개는 뜨겁게 박수를 치며 큰 목소리로 찬송을 부른다. 그렇게 간절하게 부르면 찬송가의 가사처럼 마치 우리의 죄가 씻어지는 것처럼. 이 찬송을 부를 때 우리가 갖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내가 지은 죄에 대하여 아프게 인정하는 마음이 있는 것일까? 나의 죄를 씻기 위해 내 대신 누군가가 당한 고통과 수치가 제대로 전해지고 있는 것일까? 어떤 죄를 저질렀더라도 죄.. 2015. 4. 14.
세월의 강 한희철의 두런두런(7) 세월의 강 겨울비 내리는 강가는 유난히 추웠다. 그만큼의 추위라면 눈이 맞았을 텐데도 내리는 건 비였다. 내리는 찬비야 우산으로 가렸지만 강물 거슬러 불어대는 칼날 바람은 사정없이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가장자리 얼어가는 강물이 톱날 같은 물살을 일으키며 거꾸로 밀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며 강 건너 묶여 있는 배를 기다렸지만 사공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 10여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치화 씨의 지난 시간을 알기 위해 교회의 젊은 집사님과 마을 이장과 함께 길을 나섰다. 이쪽 부론은 강원도, 겨울비 속 풍경화처럼 자리를 잡은 강 건너편은 충청북도, 치화 씨의 먼 친척이 살고 있다는 곳이다. 기구한 사연 속 열세 살 땐가 아버지의 죽음을 이유로 가족들이 흩어지게 되었을 때,.. 2015. 4. 6.
새파랗게 질려버려라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7) 새파랗게 질려버려라 “그러므로 내가 여전(如前)히 너희와 다투고 너희 후손(後孫)과도 다투리라 여호와의 말이니라 너희는 깃딤 섬들에 건너가 보며 게달에도 사람을 보내어 이 같은 일의 유무(有無)를 자세(仔細)히 살펴보라 어느 나라가 그 신(神)을 신(神) 아닌 것과 바꾼 일이 있느냐 그러나 나의 백성(百姓)은 그 영광(榮光)을 무익(無益)한 것과 바꾸었도다 너 하늘아 이 일을 인(因)하여 놀랄지어다 심(甚)히 떨지어다 두려워할지어다 여호와의 말이니라 내 백성(百姓)이 두 가지 악(惡)을 행(行)하였나니 곧 생수(生水)의 근원(根源)되는 나를 버린 것과 스스로 웅덩이를 판 것인데 그것은 물을 저축(貯蓄)지 못할 터진 웅덩이니라”(예레미야 2:9-13). 류연복 판화.. 2015. 4. 1.
아 도 한희철의 두런두런(7) 아 도 - 동화 - 용소골에서 아도를 모르면 한마디로 간첩입니다. 이장님을 몰라보고, 용소골에서 태어나 용소골을 떠나지 않고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몰라볼지는 몰라도, 아도를 모르는 사람은 동네에 없습니다.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네 아이들 얼굴과 이름을 다는 몰라도 아도를 모르진 않습니다. 동네를 드나드는 버스 기사 아저씨들도 아도를 알 정도입니다. 아도는 가끔씩 먼 길을 걸어 동네 바깥으로 나갈 때가 있는데, 저녁 무렵 아도가 터덜터덜 걸어올 때면 버스 기사 아저씨들은 뒷모습만 보고도 아도인 줄 알고 버스를 세워 아도를 태워주곤 했으니까요. 물론 돈을 받지 않고 말이지요. 아도는 한 마디로 바보입니다. 아도라는 별명이 언제부터 왜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아도라는 별명을 .. 2015. 3. 25.
안쓰러운 하나님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6) 안쓰러운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臨)하니라 이르시되 가서 예루살렘 거민(居民)의 귀에 외쳐 말할지니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네 소년(少年) 때의 우의(友誼)와 네 결혼(結婚) 때의 사랑 곧 씨 뿌리지 못하는 땅, 광야(曠野)에서 어떻게 나를 좇았음을 내가 너를 위(爲)하여 기억(記憶)하노라 그 때에 이스라엘은 나 여호와의 성물(聖物) 곧 나의 소산(所産) 중(中) 처음 열매가 되었나니 그를 삼키는 자(者)면 다 벌(罰)을 받아 재앙(災殃)을 만났으리라 여호와의 말이니라”(예레미야 2:1-3). 떠나간 사람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오래 전 일이기도 하고 적잖은 아픔과 상처를 남긴 사람이기도 한데, 그러거나 말거나 떠난 사람을 변함없이 그리워.. 2015. 3. 18.
담배 먹고 꼴 베라 한희철의 두런두런(17) 담배 먹고 꼴 베라 작실 마을에 올라갔다가 밭에서 일하고 있는 김천복 할머니를 만났다. 연로하신데다 건강도 안 좋으신데 일을 하는 모습이, 일을 해야만 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땅콩을 심고 있던 할머니는 한 움큼 땅콩을 집어주신다. 이마에 맺힌 땀을 흙 묻은 손으로 썩 닦아내며 “어여 드셔!” 하신다. 마주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밭고랑처럼 주름이 깊도록 땅을 일궈 오신 할머니는 땅에 대해, 땅에 심는 곡식에 대해 훤히 알고 계시다. 설교 시간에 혼자 아는 체 떠들어대는 젊은 전도사에게 뭔가를 일러줄 것이 있다는 것이 할머니에겐 적잖은 기쁨이었을 것이다. 류연복 판화 이야기를 한참 나누고 있는데 어디선가 맑은 새소리가 들려왔다. 어릴 적 호루라기에 물을 넣고 불면 났던 소리.. 2015. 3. 12.
겨울나무 한희철의 두런두런(6) 겨울나무 - 동화 - 정말로 추웠던 그 밤, 난 내 앞에 있는 나무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그날 밤, 나는 꼭 얼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추워도, 추워도 그렇게 추운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밤중까진 그런 대로 견딜 만 했지만, 새벽이 되자 몸이 얼어붙기 시작했습니다. 가느다란 가지 끝에서 땅 속 실뿌리 끝까지 구석구석 온 몸을 흐르며 마실 물을 전해 주었던 작은 물줄기가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잎사귀 하나 걸치지 못한 온 몸이 그냥 추위 앞에 꽁꽁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늘 정겹던 밤하늘 별들도 그 날은 왜 그리 차갑고 멀던 지요. 그렇게 온 몸이 얼어붙기 시작하자, 가장 먼저 찾아온 건 놀랍게도 졸음이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와락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아.. 2015. 3. 6.
네가 무엇을 보느냐?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5) 네가 무엇을 보느냐? “여호와의 말씀이 또 내게 임(臨)하니라 이르시되 예레미야야 네가 무엇을 보느냐 대답(對答)하되 내가 살구나무 가지를 보나이다.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네가 잘 보았도다. 이는 내가 내 말을 지켜 그대로 이루려 함이니라”(예레미야 1:11-12). 예레미야를 부르신 주님께서 예레미야에게 물으신다. “네가 무엇을 보느냐?”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느냐고 물으신다. 우리는 보는 것을 통해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기도 한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 하지 않는가? 무엇을 보느냐 하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관심의 방향과 내용일 수가 있다. 그런 점에서 네가 무엇을 보느냐 물으신 것은 네 마음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를 물으신 것.. 2015.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