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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1160

눈빛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9) 눈빛 거리 풍경이 바뀌었다. 폭풍이 몰려온다는 소문을 듣고 서둘러 새들이 떠난, 동화 ‘소리새’ 속 새터 같다. 차량도 인적도 평소와는 확연히 다르고,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 속에도 생기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느낌을 말하자면 도시 전체가 잿빛 표정이 된 듯하다. 밖에 나가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게 무슨 변괴인가 싶어 나라도 마스크를 쓰지 말아야지 싶어 길을 나서지만, 오가는 사람들은 그런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지나간다. 교우라도 만나게 되면 펄쩍 뛰며 어찌 마스크를 쓰지 않았냐고, 마스크가 없냐고 걱정스레 묻는다. 예배에 참석하는 교우들도 마찬가지여서 거의 대부분의 교우가 마스크를 쓰고 오고, 지난 주일에는 마스크를 쓴 채로 예배를 드.. 2020. 2. 27.
단호함과 너그러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8) 단호함과 너그러움 단호함과 너그러움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 간의 일도 그렇거니와 목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너그러움만 앞세우면 길에서 벗어나기가 쉽고, 단호함만 앞세우면 생명을 잃기가 쉽다. 지난 주일만 해도 그랬다. 신천지에 속한 사람들의 지역교회 출입이 현실적인 염려로 전해졌고, 정릉교회도 나름대로의 처방을 강구했다. 여러 개 되는 출입문을 하나로 단일화 했고, 교우가 아닌 이들에게는 카드를 작성하게 했다. 카드에 적은 전화번호가 맞는지를 확인하고 예배에 참석하도록 했다. 이야기를 들은 2명은 카드를 작성하지 않은 채 돌아섰고, 10명은 카드를 쓰고 예배에 참석을 했다. 평소 같았으면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교회가 예배 시간에 사람을 .. 2020. 2. 26.
잃어버린 마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7) 잃어버린 마음 서재에서 책을 찾다가 낡은 서류봉투를 발견했다. 발견했다기보다는 책장에 놓여 있던 봉투를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가 기억나지 않아 열어보았더니 봉투 안에는 몇 가지 자료들이 들어있었다. 예전에 어머니가 전해주신 봉투였다. 1984년 감신대 학사 및 석사학위 수여식 순서지, 1987년 5월 2일 결혼식 청첩장, 1988년 단강교회 성전 및 목사관 봉헌예배 순서지, 단강초등학교 학생들이 백악관을 배경으로 찍은 미국방문 사진이 1면에 실린 2001년 5월 미주한국일보, 단강마을 이야기를 담은 책 에 관한 인터뷰가 실린 2012년 1월 13일자 한 일간지, 지난 시간 소중했던 일들에 대한 자료가 담겨 있었다. 어머니는 내게 중요하다 싶은 날에.. 2020. 2. 23.
왜 빈자리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6) 왜 빈자리를 “우리는 작은 교회인데 목사님께 말씀을 청해도 될까요?” 한 목사님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는 무조건 가겠다고 했고, 그래서 날짜를 정해 말씀을 나누러 영월을 다녀왔다. 예배당이 인상적일 만큼 예뻤다. 외진 시골마을에 아름답게 자리 잡은 예배당은 왠지 모를 위로로 다가왔다. 예배를 드리는 첫 시간, 목사님이 염려한 대로 모인 인원은 적었다. 그 점이 자꾸 마음에 걸렸는지, 찬양을 인도하면서도 강사를 소개하면서도 목사님은 아쉬움과 송구함을 거듭 표했다. 말씀을 나누는 시간, 이제 더 이상 그런 이야기는 하지도 말고, 생각도 하지 말자며 오래 된 경험 하나를 이야기했다. 단강에서 목회를 할 때였다. 긴 가뭄 끝에 비가 왔다. 하필 비가 온 때가 주일 새벽이었다. .. 2020. 2. 22.
남은 자의 몫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5) 남은 자의 몫 한 달에 한 번 찾아가 예배를 드리는 회사가 있다. 오래 전부터 이어오는 모임인데, 점심시간 회의실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 바쁜 시간을 쪼개 예배하는 모습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정릉에서 회사까지는 40여 분 시간이 걸린다. 도중에 길이 막히면 시간을 장담할 수가 없어 대개는 여유를 두고 길을 나선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을 하면 잠깐 들르는 곳이 있다.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보름산미술관’이다. ‘보름산미술관’은 이름만큼이나 정겹고 평온한 공간이다. 참나무 주변으로 찻집을 겸하고 있는 건물도 그렇고, 그보다는 손님을 맞는 주인장 내외가 그렇다. 두 달을 굶듯 건너뛰고 이번 달에는 들를 시간이 되었다. 미술관 앞으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 2020. 2. 21.
학예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4) 학예회 당연히 나를 포함할 말이지만, 이따금 목사나 정치인들의 언행을 보면 유치원 학예회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어찌 저런 생각을 할까, 누가 봐도 우스꽝스러울 일을 어찌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가 있을까 싶을 때가 있다.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들 스스로 유치한 존재이든가, 다른 사람들을 유치한 존재로 보든가. 2020. 2. 19.
순종, 순명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3) 순종, 순명 기독교인치고 순종이나 순명을 모르는 이가 얼마나 될까? 나를 부정하고 주의 뜻을 따르는 일, 거룩하고도 아름다운 일이다. 나를 부정하는 만큼 주님의 영역이 넓어진다. 순종과 순명을 맹종으로 가르치는 것은 나쁜 일이다. 하나님의 선한 백성들을 도구로 전락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순종과 순명을 익히 알면서도 정작 그것이 필요한 순간 외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고개 숙여 순종해야 할 때 뻣뻣한 목으로 거역을 한다면 말이다. 성경지식으로 순종이라는 말을 알거나 가슴의 훈장처럼 순명이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면, 그것은 하나의 그럴듯한 장식물일 뿐이다. 당연한 듯 빛나지만 생명이라고는 없는. 중요한 것은 매 순간 순종과 순명의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2020. 2. 18.
한바탕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2) 한바탕 한바탕 꿈을 꾸고 나면 그게 한 세상일 것이다.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지, 장자가 내 꿈에 나타난 것인지, 내가 장자 꿈을 빌린 것인지, 때로는 꽃길을 걷기도 하고, 때로는 낭떠러지에 떨어지기도 하고, 꿈에도 그리던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창을 든 이에게 쫓기기도 하고, 길몽도 있고 흉몽도 있지만 한바탕 꿈을 꾸고 나면 한 세상일 것이다. 가물가물 봄날 가듯 한 생이 갈 것이다. 2020. 2. 17.
잘 익은 소나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1) 잘 익은 소나무 소나무에 대해 물었던 것은 최소한의 지식을 얻기 위해서였다. 조경 일을 하는 홍 권사님께 한 두 마디만 들어도 소나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었던 것이다. 인우재 앞에는 소나무가 몇 그루 서 있는데, 산에서 씨가 떨어져 자란 작은 것을 캐다 심은 것이 시간이 지나며 제법 자란 오른 터였다. 나무가 잘 자란 것은 좋은데, 문제는 앞산을 가리는 것이었다. 인우재에선 마루에 앉아 앞산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쏠쏠한데, 산을 가로막고 있으니 답답했다. 나무를 다듬을 줄은 모르고 이참에 밑동을 잘라내야 하나 싶어 권사님의 의견을 물었던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권사님은 나무를 봐야지 대답을 하지 않겠느냐며 기꺼이 시간을 냈다. 권사님과 함께 인우.. 2020.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