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1160 언제간수밌나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18) 언제간수밌나요 ‘목사님교회언제간수밌나요’ 한 교우가 문자를 보내왔다. 문자 내용을 보고 처음엔 이게 무슨 뜻일까 싶었다. 하지만 이내 짐작되는 게 있었다. 이런 뜻이었을 것이다. ‘목사님, 교회는 언제나 갈 수 있나요?’ 울컥 괜히 목이 멘다. 2020. 3. 7. 이만희를 바라보는 '서글픔' 한희철의 히루 한 생각(417) 이만희를 바라보는 '서글픔' 서글펐다. 여러 감정이 뒤엉키며 한꺼번에 지나가서 그 말이 가장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내내 슬펐고 허전했고 그래서 서글펐다. 구십이 된 노인네가 마스크를 쓰고 나와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늘어놓을 때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절을 거듭 할 때에나, 절을 하는 손에 가득 잡힌 주름을 볼 때에나, 사과를 하는 중에도 여전히 아랫사람 대하듯 훈계를 하거나 호통을 칠 때에나, 귀띔을 해주는 여자가 뭔가를 조정하고 있어 그에게 의존하고 있는 이는 꼭두각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지날 때나 마음엔 서글픔이 가득했다. 말도 안 되는 한 사람 이야기에 그 많은 사람들이, 그 많은 젊은이들이 무릎을 꿇고 환호성을 지르며 귀를 기울였다는 사실이.. 2020. 3. 6. 내어놓아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16) 내어놓아라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어둠 속에서 손을 모을 때, 가느다란 한 줄기 빛처럼 지나가는 세미한 음성. "내어놓아라." 무슨 말일까 되짚어보니 내려놓아라가 아닌 내어놓아라. 힘들고 어려울 때면 내려놓을 줄만 알아 수고하고 무거운 짐 내려놓는 일 쉽고도 당연했는데, 세미하게 다가온 음성일랑 내어놓아라. 네 손에 들고 있는 눈 밖에 난 것만 내려놓지 말고 안에 감추고 있는 것, 애써 모른 척 하는 것 내어놓으라고. 그게 자유로워지는 길이라고. 2020. 3. 5. 공성이불거(功成以不居)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15) 공성이불거(功成以不居) 하지도 않은 일을 자기가 한 것인 양 자랑 삼아 드러내면 영락없는 하수다. 눈이 수북이 내린 날, 이른 아침에 보니 누군가 마당을 깨끗하게 쓸었다. 주인대감이 마루에 서서 “누가 쓸었을꼬?” 묻자 냉큼 빗자루가 대답을 한다. “제가 쓸었어요.” 대답을 듣고는 다시 물었다. “정말 네가 쓸었느냐?” “예, 정말 제가 쓸었어요.” 그러자 대감은 다시 한 번 물었다. “정말 네가 쓸었다고?” 그제야 빗자루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실은, 박 서방이 쓸었어요.” 눈을 쓴 박서방은 지게를 지고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간 참이었다. 좋은 일을 하되 자기가 한 것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도 또 다른 하수다. ‘기자불립 과자불행’(企者不立 跨者不行)이라 했.. 2020. 3. 4. 얼굴을 보니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14) 얼굴을 보니 “목사님, 보고 싶었습니다. 얼굴을 보니 살 것 같네요.” 주일예배를 가정예배로 드리기로 한 날, 예배실황을 인터넷으로 중계하기 위해 교회로 나와 함께 예배를 드린 교우가 예배를 마쳤을 때 다가와 인사를 한다. ‘얼굴을 보니 살 것 같네요.’ 교우들이 지금의 이 상황을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가 그 한 마디 속에 충분히 담겨 있지 싶었다. 힘든 감정을 참으며 어렵게 예배를 드렸는데, 다시 코끝이 시큰했다. 2020. 3. 3. 이름을 지우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13) 이름을 지우다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신천지의 태도는 혹은 신천지를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가, 이런 상황 속에서 누군가 의미 있는 발언이나 선택을 한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에 페북에 올라온 글들을 살펴보았다. 고맙고 든든한 눈길이 가는 내용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들도 적지가 않았다. 그들은 일방적으로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말들을 쏟아놓고 있었다. 지독한 경멸을 담은 글에 맞장구를 치면서 댓글을 달아 비아냥거리는 사람들, 희번덕거리는 웃음에 광기가 떠오르는 경우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온통 나라를 걱정하고 전염병을 걱정하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2020. 3. 2. 유쾌함과 울적함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12) 유쾌함과 울적함 이런 무력감을 느끼는 것도 드문 일이지 싶다. 무엇보다도 한 인간으로서 무력감을 느낀다. 지나가는 시간들이 마치 불 꺼진 음습한 지하실의 시간 같다. 연일 영역을 넓히는 바이러스는 지역도 영역도 가리지 않고 퍼져간다. 그가 지나간 자리마다 두려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과학과 지식의 진보는 인간의 존재가 대단한 것처럼 으스댔지만, 실은 너무나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앞에 허둥지둥 쩔쩔 매며 두려워하는, 허약하고 미약한 존재였던 것이다. 목사로서도 무력감을 느낀다. 지난 주일에는 많은 교우들이 예배에 참석하지 못했다. 충분히 짐작했던 일이지만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신천지교인들이 참석할지도 모른다는.. 2020. 3. 1. 그때는 죄송했어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11) 그때는 죄송했어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장소에서 한 지인을 만났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내 마음을 무척이나 아프게 했던 사람이었다. 그때의 아픔과 실망은 입때 사라지지 않아 여전히 마음속에 물웅덩이처럼 남아 있다. 불쑥 앞으로 다가온 사람, 이 사람이 왜 여기에 있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를 마주하였을 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했다. 반가운 얼굴로 말이다. 혼란스러웠다. 정말로 그는 아무 일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만큼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지난 일을 마음에 두고 있냐고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맞는다면 그는 너그럽고 내가 속 좁은 옹졸한 사람이 되는 것일까, 어색함을 감추며 인사를 하는 짧은 순간에도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덕분에 마음에 새긴다. .. 2020. 2. 29. 마음속에 사는 씨앗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10) 마음속에 사는 씨앗 내가 아는 어떤 이는 시를 쓴다. 세상과 자연과 사물을 유심히 바라본다. 세상이 다 아는 단어와 언어인데도 그들의 마음을 거치면 전혀 다른 언어가 된다. 모국어가 사라지기도 하고, 모두가 모국어가 되기도 한다. 시인의 눈길이 닿으면 세상과 자연과 사물은 비로소 숨을 쉰다. 처음처럼 숨을 쉰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작곡을 한다. 오선지에 악보를 그린다. 가사가 옷을 입는다. 세상에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옷인 양, 어색할 것이 없는 옷이다. 그렇게 옷을 입으면 노랫말은 기지개를 켠다. 맘껏 기지개를 켜며 세상에 갓 태어나는 아기가 된다. 시인과 곡을 붙이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씨앗이 가득하다. 세상 거칠고 메마를수록 씨앗은 간절함으로 단단해진다. 2020. 2. 28. 이전 1 ··· 65 66 67 68 69 70 71 ··· 1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