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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1160

사랑이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5) 사랑이란 새 한 마리가 날면 그림자가 따라간다. 아무도 모르게 날아가는 새도 모르게 그림자가 따라간다. 단숨에 산을 넘기도 하고, 오래도록 강물을 따라가기도 한다. 건물에 부딪치기도 하고 전깃줄이나 거미줄에 걸리기도 하고 하수구에 빠지기도 하지만 말없이 따라간다. 흐린 날엔 아예 사라져서 따라간다. 어디선가 새가 날개를 접으면 슬며시 하나가 된다. 어둠 속 새가 잠이 들면 혼자 잠들지 마라 새와 함께 잠에 든다. 사랑이란! 2019. 7. 20.
어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4) 어찌 지난 번 강화남지방 연합성회에 말씀을 전하러 갔을 때였다. 집회 중 한 젊은 목사님이 찾아와 인사를 했다. 낯이 아주 설지는 않은데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을까, 그가 이야기를 했다. “몇 년 전 이웃에 있는 교회에 말씀을 전하러 오셨을 때 집회에 참석을 했다가 은혜를 받고 가실 때 포도 한 상자를 전해드린 적이 있지요.” 사진/한남숙 이럴 수가! 나는 이웃교회에 말씀을 전하러 왔던 일도, 그가 정성껏 포도를 전한 일도 따로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강화도를 찾은 것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희미하게 고개를 드는 기억이라니. 분명 나는 포도를 받을 때만 해도 정말로 고맙게 받았을 것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자랑 삼아 .. 2019. 7. 19.
조선적(朝鮮籍)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3) 조선적(朝鮮籍) 파주 출판단지 안에 있는 도서관 에 다녀왔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열리는 ‘윤동주 시와 함께 하는 한일교류 한글 서예축제’를 보기 위해서였다. 홍순관 집사님의 작품과 일본 오카야마 조선학교 학생들의 서예 작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글씨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 무얼 알까만 홍 집사님의 한글 글씨 속엔 자유로움과 멋이 그럴 듯이 깃들어 있지 싶다. 언뜻언뜻 장일순도 보이고, 추사도 느껴진다. 어느덧 자연스러움에 가까워져 글씨가 곧 사물을 담아낸다. 글씨와 사물의 경계가 지워져 하나로 만나는 지점에 가깝다 싶다. 이번에 전시되고 있는 ‘나무’라는 글씨를 봐도 그랬다. 내 방에도 걸려 있는 ‘나무’라는 글씨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나무’다... 2019. 7. 17.
대척점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2) 대척점 정해진 성서일과를 따라 지난 주일에 나눴던 말씀은 누가복음서 10장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였다. 몇 가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 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신앙생활을 한 뒤로 오늘 이 본문에 관한 말씀을 우리는 몇 번이나 들었을까요? 수십 번, 수백 번 아닐까요? 그런데도 어찌 우리 삶은 이 말씀과의 거리를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교단에서 발행하고 있는 자료집 를 보니 위의 본문을 두고 ‘신앙인과 종교인’이라는 제목으로 자료를 담고 있었다. 어떤 지점에서는 생각이 비슷한가 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본문을 생각할 때면 같은 제목이 떠오르곤 했다. 신앙인과 종교인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단어가 갖는 의미로 보자.. 2019. 7. 17.
시(詩)와 밥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1) 시(詩)와 밥 원고를 쓰다가 문득 떠오른 한 가지 일이 있다. 이태 전쯤이었나, 독서캠프에 참석을 했을 때의 일이다. 장로님 한 분이 운전을 하며 동행을 해주셨다. 길은 멀어도 함께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모임 장소에 도착을 했을 때는 막 점심식사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누가 독서캠프 아니랄까 그런지 시 하나를 외워야만 밥을 준다는 것이었다. 수련회에 가서 성경구절을 외우지 못하면 밥을 안 주는 모습을 본 적은 있지만, 시를 외워야 밥을 먹는 모임은 처음이었다. 엄격함과는 거리가 먼 기쁨지기가 검사를 하는 것이어서 크게 부담이 될 것은 없었는데, 그래도 맘에 걸렸던 것이 장로님이었다. 장로님이 외우는 시가 따로 .. 2019. 7. 16.
버릴 수 없는 기억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0) 버릴 수 없는 기억 교우들 가정을 찾아가 예배를 드리는 대심방이 진행 중이다. 어제는 따로 시간을 내어 요양원에서 지내는 어른들을 찾아갔다. 한 때는 정릉교회에 출석을 했지만 이제는 연로하여 요양원에서 지내는 몇 몇 어른들이 있다. 연세로나 건강으로나 더 이상 그분들이 교회를 찾는 일은 어렵겠지만, 그럴수록 심방 중에 찾아뵙는 것은 도리다 싶었다. 북한산 인수봉 아래에 자리 잡은 요양원은 무엇보다 조용해서 좋았다. 공기도 맑게 느껴졌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서 만난 권사님은 착한 치매가 찾아온 분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나오신 권사님은 얌전히 의자에 앉아 무엇을 물어도 가만 웃으시며 짧은 대답만을 반복하실 뿐이었다. 권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가슴이 뭉클했던 것은 권사.. 2019. 7. 11.
귀한 방석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89) 귀한 방석 권사님 집을 찾아가는 골목길은 차 하나가 지나가기에도 좁아보였다. 도중에 차끼리 만나면 누군가는 진땀을 흘리며 후진을 해야 할 듯했다. 운전을 한 전도사님이 차를 세우는 동안 한쪽에 서서 기다리는데, “어서 오세요” 하며 다가오시는 분이 있다. 마중을 나온 권사님이었다. “제가 사는 집은 이래요.” 권사님은 그렇게 인사를 하며 집으로 들어섰지만, 권사님 성품을 닮아서인지 집안은 깨끗했고 단정했다. 미리 준비해 놓으신 상 주변으로 앉았다. 상 주변으로 방석까지를 가지런히 깔아 두셨다. 예배를 드리기 전 마주앉으신 권사님을 바라보며 가만 웃었던 것은 권사님이 나를 보며 빙긋 웃으셨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권사님이 한 마디를 하신다. “목사님이 앉으신 방석은 .. 2019. 7. 11.
눈여겨보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88) 눈여겨보면 동네 골목은 재미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심방 길에 동네 골목에서 만난, 전봇대에 붙어 있는 종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제목도 없이 네 줄이었는데 마치 운율을 맞추듯 첫 글자가 모두 ‘개’로 시작되었다. 개 주인은 개 때문에 개 망신 당하지 말고 개 똥 치우시오 단조롭고 시시해 보이지만 눈여겨보면 동네 골목에는 전봇대에도 시가 걸려 있다. 2019. 7. 11.
파격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87) 파격 조심스러운 선택이었다. 아무리 광고 시간이라 하여도 주일 예배시간에 일상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튼다는 것은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광장,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있는 한 사람 앞에서 한 소녀가 리코더를 연주하는 일로 영상은 시작이 된다. 검은 안경을 쓴 채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있는 이는 소녀의 연주를 받아 세상의 모든 음을 떠받치고도 남을 것 같은 저음으로 연주를 하고, 그러는 사이 평상복을 입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하나씩 자신의 악기를 들고 모여들어 연주에 참여를 한다. 그들이 연주하는 곡은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마침내 누가 합창단원인지 일반 시민인지 구별할 수 없는 수많은 이들이 합창에 동참을 한다.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광장에 둘러선 많은 사람들은 자.. 2019.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