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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 좋은 사랑 한희철의 얘기마을(40) 허울 좋은 사랑 “선한 목자는 양을 사랑하지. 양 한 마리를 잃어버리면 산을 넘고 강을 건너 그 양을 찾는단다.”어린이 예배 시간, 아내가 선한 목자와 양 이야기를 가지고 설교를 했다 한다. 말똥말똥 이야기를 듣던 주환이가 불쑥 묻기를 “그치만 나중에 잡아먹잖아요?” 했단다. 어린이 예배를 마치고 돌아온 아내가 그 이야기를 했고, 뜻밖의 이야기에 낄낄 웃었지만 솔직히 속은 불편했다. 아이들의 단순한 시선에 걸린 분명한 현실 비판. 허울 좋은 사랑의 거짓 명분도 있지. 암, 있고말고! - (1990) 2020. 7. 30.
"엄마, 내가 끝까지 지켜볼꺼야" 신동숙의 글밭(202) "엄마, 내가 끝까지 지켜볼꺼야" 오후에 갑자기 빗줄기가 거세지는가 싶더니 전화가 걸려옵니다. 합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아들입니다. 지난 겨울 방학부터 코로나19로 반년을 집에서 거의 은둔 생활을 해 오던 아들이, 그립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기 시작한 건 초여름인 6월 중순입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학교와 함께 푹 쉬었던 학원들과 학습에도 다시 시동을 걸기 시작한 것입니다. 요즘 들어 매일 아침이면 거울 앞에서 머리 모양과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마지막에 마스크를 쓰고서 등교 준비를 하는 아들의 낯선 모습이, 이제는 제법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이유는 비가 세차게 내리니, 집에 있는 복싱 가방을 가지고 중간 지점인 학교 앞으로 와 달라는 얘기입니다. 집에 들렀다가.. 2020. 7. 30.
마음속의 말 신동숙의 글밭(201) 마음속의 말 믿으라 말씀하시는마음속의 말은 내가 먼저 너를 믿는다 사랑하라 말씀하시는마음속의 말은 내가 먼저너를 사랑한다 먼저 믿지 않고선먼저 사랑하지 않고선 결코 건넬 수 없는 마음속의 말 말씀보다 먼저 있는 마음 2020. 7. 29.
우리 집에 왜 왔니? 한희철의 얘기마을(39) 우리 집에 왜 왔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가 뒤로 돌아 게시판에 머리를 대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욀 때 모두들 열심히, 그러나 조심스럽게 술래 쪽으로 나아갔다. 느리기도 하고 갑자기 빨라지기도 하는 술래의 술수에 그만 중심을 잃어버리고 잡혀 나가기도 한다. 그러기를 열댓 번, 술래 앞까지 무사히 나간 이가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는 동안, 그동안 잡아들인 사람들의 손을 내리쳐 끊으면 모두가 “와!”하며 집으로 도망을 친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꽃을 따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무슨 꽃을 따겠니, 따겠니, 따겠니?” 두 패로 나뉘어 기다랗게 손을 잡곤 파도 밀려갔다 밀려오듯, 춤추듯 어울린다. 따지듯 점점 .. 2020. 7. 29.
자격심사 한희철의 얘기마을(38) 자격심사 -교회 세워진 지 몇 년 됐죠?-3년 됐습니다.-지금 몇 명 모입니까?-20여명 모입니다.-첨엔 몇 명 모였나요?-20여명 모였습니다. 피식 웃었다. 자격 심사, 둘러앉은 심사위원들이 3년 동안 그대로인 수치를 두고 웃었다.나도 웃으며 그랬다. -작년 한 해 동안 세 분이 이사 가고, 세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모두들 다시 웃었다. 고개를 끄덕이며.그러면서-됐습니다. 나가세요.그렇게 자격심사가 끝났다. - (1990) 2020. 7. 28.
기도의 씨앗, 심기 전에 먼저 신동숙의 글밭(200) 기도의 씨앗, 심기 전에 먼저 장맛비가 쏟아지는 저녁답, 잠시 차를 세운다는 게 과일 가게 앞입니다. 환하게 실내등이 켜진 과일 가게 안을 둘러봅니다. 반쯤 익은 바나나가 비닐 포장에 투명하게 쌓여 있고, 붉은 사과는 계절을 초월해 있고, 일찍 나온 포도 송이에 잠시 망설여지고, 토마토는 저도 과일이라 합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과일이 노랗게 잘 익은 황도 복숭아입니다. 황도 복숭아를 좋아하는 아들의 얼굴이 동그랗게 떠오릅니다. 그리고 요즘은 떠오르는 얼굴이 그 옛날 맑은 밤하늘에 별처럼 별자리처럼 많아서 행복합니다. 과일에는 씨앗이 있듯이 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 모든 종교에는 종교 교리 속에 씨앗 같은 영성의 기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리와 기도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하나의 .. 2020. 7. 28.
평화 한희철의 얘기마을(38) 평화 동네 남자들이 은경이네를 위해 한나절 나무를 같이 했습니다. 한 짐씩 경운기에 실어 날랐습니다. 반장님이 아침부터 방송으로 알리더니 어느 새 한데 모여 나무를 한 것입니다. 은경이 아버지는 지난 가을 팔을 다쳤습니다. 어둔 길 탈곡을 마치고 경운기를 타고 돌아오다가 둔덕을 지날 때 기우뚱 중심을 잃으며 기울어졌는데, 그 순간 미끄러져 내리는 탈곡기를 막다가 팔을 다쳤던 것입니다. 덕분에 은경이네는 얼마 남지 않았던 나무가 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늘 이웃들이 마실 많이 오던 집이 썰렁한 냉방인지라 여느 해처럼 사람들이 모이질 못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은경이네를 위해 나무를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모두 나서니 마당엔 이내 나무로 가득했습니다. 이웃의 정이 고마운 은경이.. 2020. 7. 27.
낮아진 가슴 신동숙의 글밭(199) 낮아진 가슴 녹아서 일렁이는 마음의 물살은낮아진 가슴으로 흐른다 무심히 길을 걷다가 발아래 핀 한 송이 풀꽃을 본 순간 애틋해지는 건낮아진 가슴으로 사랑이 흐르는 일 제 아무리 어둔 가슴이라도어딘가에 품은 한 점 별빛을 본 순간 아득한 그리움이 출렁이는 건낮아진 가슴으로 사랑이 흐르는 일 내가 만난 가슴 중에서가장 낮아진 가슴은 무릎을 꿇고 앉아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우던예수의 손길에서 맴돈다 눈가에 고인눈물 한 방울이사랑으로 땅끝까지 흐른다 2020. 7. 27.
마음 젖는 기도 한희철의 얘기마을(37) 마음 젖는 기도 “삼시 세끼 밥만 먹으면 인간인 줄 아는 저희들에게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 가르쳐 주옵소서.” 김영옥 집사님의 기도에 울컥 마음이 젖다. - (1990) 2020.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