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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의 좌선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89) 청개구리의 좌선 청개구리가 선에 들었다. 작약 꽃 지고 남은 꽃받침, 그곳에 들어앉아 시간을 잊는다. 바람 거세게 불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들어앉아 세상을 잊을 나의 꽃받침은 어디일지. 2020. 5. 21.
2020년, 파란만장한 역사의 점철 그리고 성서의 시선 한종호의 너른마당(63) 2020년, 파란만장한 역사의 점철 그리고 성서의 시선 우리에게 2020년은 한일합병과 식민지로서의 전락이 이루어졌던 1910년에서 110년이요, 한반도 분단의 결과인 1950년 6·25 전쟁으로부터 70년,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운 1960년 4·19 혁명 60주년, 그리고 군사정권에 맞서 싸운 1980년 5·18 민주항쟁 40주년이다. 실로 파란만장한 역사의 점철이다. 영국의 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라고 규정하면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이라는 전쟁 체제의 연속에서 얼마나 많은 인간이 희생되었는가를 증언한다. 우리 역시 그런 극단의 시대를 통과하면서 근현대사를 이어왔고, 21세기는 그런 극단의 시대를 초극할 수 있는 역사를 갈망한다. 그러나.. 2020. 5. 20.
망각보다 무서운 기억의 편집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88) 망각보다 무서운 기억의 편집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았다. 자식들의 비석을 쓰다듬는 어머니들의 눈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난다 해도 그 눈물이 어찌 마를까. 어찌 뜨거움이 달라질 수 있을까. 어머니 가슴속에 묻은 자식들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간다 해도 여전히 꽃다운 청춘들이다. 사진/일요신문 그 시절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부끄럽다. 모르기도 했고, 모른 척 하기도 했다. 오히려 광주의 아픔을 헤아리게 된 것은 군 입대 후였다. 입대를 한 것이 신학공부 3학년을 마친 1981년 7월 1일, 5.18이 일어난 지 막 1년이 지날 때였다. 논산에서 훈련을 받은 뒤 자대 배치를 받은 곳이 광주 송정리 평동에 있는 포대였다. 그 해였.. 2020. 5. 20.
5.18에 걸려 온 극동방송 전파 선교비 재모집 전화 신동숙의 글밭(151) 5.18에 걸려 온 극동방송 전파 선교비 재모집 전화 5·18에 극동방송국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예전에 극동방송에 전파 선교비를 후원하셨는데, 다시 하실 생각이 없느냐고 전화기 너머에서 점잖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 편에선, 왜 하필 5·18에 전화를 하셨느냐며 못마땅한 듯 반문을 하였다. 두 자녀 이름으로 두 구좌를 후원했었다. 교회를 다니는 동안 극동방송 전파 선교비가 자동이체가 되었으니까 4년이 넘는 기간인 것 같다. 당시에 극동방송 측으로부터 선물이 배송된 적이 있다. 책 한 권이었는데 창업자이자 현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의 자서전이다. 그 안에 전두환 대통령이 김장환 목사의 집에 방문한 일화가 나온다. 김장환 목사는 스스로의 행동을 자랑삼아 들려준다. 대통령이 내 집에 .. 2020. 5. 19.
마음에 걸칠 안경 하나 있었으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87) 마음에 걸칠 안경 하나 있었으면 안경을 맞췄다. 어느 날부터인가 책을 읽다보면 글씨가 흐릿했다. 노트에 설교문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쓰면서도 받침이 맞나 싶을 때도 있었다. 마침 교우 중에 안경점을 하는 교우가 있어 찾아갔다. 일터에서 교우들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새롭다. 마침 손님이 없어 같이 기도를 하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들은 집사님이 우선 검사부터 하자고 한다. 자리에 앉아 정한 자리에 턱을 괴자 집사님이 내 눈을 기계로 살핀다. 그런 뒤에 집사님이 가리키는 숫자를 읽는다. 애써 잘 읽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이번에는 두툼한 철로 된 안경을 쓰게 하고는 렌즈를 바꿔 끼우며 다시 글자를 읽게 한다. 글자가 한결 또렷해진다. 다.. 2020. 5. 19.
영혼의 종소리 신동숙의 글밭(150) 영혼의 종소리 첫 번째 종소리는 네 살 때 울렸다 옆집 아저씨는 마을 뒷산에서 4시면 새벽 기도한다더라 기도가 뭐지아무도 없는 깜깜한 산에서 살아오면서간간히 들려오는 종소리 두 번째 종소리는 신약을 읽다가 울렸다 예수는 무리를 떠나 홀로 산으로 가시더라 뭐하러 가시나 아무도 없는 산에서 종소리는 빈 가슴에서 울린다 언제나 있는 것은 아무도 없는 빈 하늘이다 2020. 5. 18.
배운 게 있잖아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86) 배운 게 있잖아요 “저 경림이예요.” 뜻밖의 전화였지만, 전화를 건 이가 누구인지는 대번 알았다. 이름과 목소리 안에 내가 기억하는 한 사람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후가 되어 경림이는 둘째와 셋째를 데리고 인우재로 올라왔다. 함께 동행한 둘째딸은 초등학교 5학년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빙긋 웃음이 나왔다. 처음 보는 아이에게 말했다. “내가 처음 단강에 들어왔을 때, 엄마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단다.” 그렇다, 경림이는 단강에 들어와서 첫 번째로 만난 몇 안 되는 아이 중 하나였다. 열심히 교회에 나왔고, 고등학교 때 이미 교회학교 교사를 했었다. 유아교육을 공부한 뒤엔 자기도 고향 아이들을 돌보고 싶다며 단강교회에서 하는 ‘햇살놀이방’ 교사 일을 맡기도 했었다... 2020. 5. 18.
기도이자 설교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85) 기도이자 설교 “우리의 삶은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이자, 세상을 향한 설교입니다.”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기만의 소리를 향해 순례하는 사람이기 때문일까, 마틴 슐레스케의 에 나오는 한 구절은 그의 목소리처럼 다가온다. 군더더기를 버린 문장을 만나면 마음이 겸손해지거나 단출해진다. 우리의 삶이 곧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라는 말과 삶이 곧 세상을 향한 설교라는 말에 모두 공감을 한다. 기도와 설교가 일상과 구별된 자리와 시간에 특별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많은 순간 무의미하거나 비루해 보이는 우리의 삶이 곧 기도이자 설교라는 말은 그 말이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짧은 한 문장 안에서 일어나는 공명이 맑고 길다. 서로 다른 현이 깊은 화음.. 2020. 5. 17.
생각의 기쁨 신동숙의 글밭(149) 생각의 기쁨 모든 생명에게 친절하되 벗과 책은 가려서 사귀어라는 옛말이 언제나 길이 됩니다. 하지만 제 어린 시절에는 이러한 말씀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가고 종례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학급 문고를 만드신다며, 집에 있는 책 중에서 두 권만 가져 오라는 과제를 내주셨습니다. 제 어릴 적 살던 집에는 교과서 외에는 책이 없었습니다. 막막했습니다. 동대신동 시장 입구 모퉁이에 작은 서점이 떠올랐습니다. 그 앞을 지나다니며 투명한 유리창 안으로 슬쩍 보아 오긴 했어도, 들어가 본 적은 없던 작은 서점입니다. 서점에 들어섰을 때의 막막함은 빈탕한 하늘을 대하는 듯도 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가늠해야 하는 순간 같기도 했습니다. 책을 고르려면 뭔가 좋은 책을 고를만한 지침.. 2020.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