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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강아지똥>은 한국 자주 독립의 국보입니다 신동숙의 글밭(142) 권정생 은 한국 자주 독립의 국보입니다 독립, 나라가 스스로 서는 일, 한국은 8·15 해방으로 독립을 맞이하여,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으나 스스로 서지 못하였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애통하게 여긴 바, 스스로 독립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945년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미국이 일본을 굴복시키기 위해 히로시마에 원자탄을 투하한 것이 한국의 해방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 후로 77년 생인 저의 개인 성장기에 비추어 보아도 한국은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후, 흔들리고 넘어지면서도 스스로 바로 서기 위하여 부단이 걸어오고 있는 지금도 순례의 길 위에 있습니다. 제가 살던 부산, 옆집에는 장난감이 많았습니다. 그곳에서 처음 본 동화책 전집의 색색깔 그림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 2020. 5. 5.
공공장소 흡연 범칙금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4) 공공장소 흡연 범칙금 이야기는 마음속에 시간 속에 묻혀 있던 많은 기억들을 불러낸다. 운전 중 교통경찰에게 걸리면 면허증 뒤에 오천 원을 함께 건네던, 그러면 서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되던,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였다. 막상 이야기가 시작되자 별별 경험담들이 이어졌다. 같은 시절을 보냈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 깔깔거리며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어 나도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단강에서 목회를 할 때였다. 원주에서 단강으로 들어오는 길 중의 하나는 양안치 고개를 넘는 것이었다. 지금은 터널이 뚫리고 길이 시원하게 뻗었지만, 당시만 해도 구불구불 뱀 지나간 자리 같았다. 막 고개를 넘어서서 내리막길을 탔을 때 내 차를 가로막은 것이 느릿느.. 2020. 5. 5.
어려운 숙제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3) 어려운 숙제 동그랗게 몽우리 진 작약 꽃봉오리에 붉은 빛이 감돈다. 사방의 나뭇잎과 풀이 그러하듯 작약의 이파리도 초록색, 줄기도 초록색, 꽃받침조각도 초록색인데, 벙긋 부푼 꽃봉오리에 비치는 것은 붉은빛이다. 작약은 온통 초록의 바다 어디에서 저 빛깔을 만나 불러낸 것일까. 어디에서 저 빛깔을 찾아 꽁꽁 제 안에 품고 있는 것일까. 작약은 자신을 바라보는 내게 어려운 숙제를 준다. 세상 누구도 모를 뜨거운 마음일랑 어디에서 찾아 어떻게 품는 것인지를 물으니 말이다. 2020. 5. 4.
한 영혼을 얻기 위해서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2) 한 영혼을 얻기 위해서는 인우재 기도실을 청소하던 중, 기도용 의자에 눈이 갔다. 무릎을 꿇고 앉을 때 엉덩이 아래에 괴면 몸의 무게를 지탱해주는 작은 의자 표면이 먼지로 지저분했다. 의자를 닦기 위해 우물가를 찾은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먼지를 닦다가 의자 아랫부분을 보게 되었는데, 이게 웬일, 의자의 아랫부분 곳곳이 흙으로 채워져 있었다. 어찌 의자 아랫부분이 흙으로 채워져 있을 수가 있을까, 위에서 흙이 떨어졌다면 의자 위에 남아 있을 터, 의자 밑 부분을 채우고 있는 흙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금방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막대기를 가지고 와서 흙을 빼내려다 보니 흙 속에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작은 애벌레였다. 칸마다 서너 마리씩의 애벌레가 흙.. 2020. 5. 3.
박꽃과 다석(多夕) 신동숙의 글밭(141) 박꽃과 다석(多夕) 강변에 유채꽃이 피는 무렵, 올해는 마당에 박모종 셋을 띄엄띄엄 심었습니다. 지난해 돌담 아래에 심은 박모종 둘은 그 뿌리가 녹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심지도 않았는데 씨앗으로 번진 꽈리와 깻잎이 보다 더 웃자라면서 박모종이 녹아버리는 바람에, 지난해에는 박꽃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딸의 안타까운 얘기를 곁에서 들어오시던 친정엄마가 장날에 부지런히 박모종을 구해다 심으신 것입니다. 쓸쓸함이 속으로부터 밀물처럼 이는 저녁답이면, 순하고 하얀 박꽃만한 다정한 벗도 없습니다. 저녁밥 지을 무렵이면, 하루도 어김없이 꽃을 피우는 박꽃의 우정은 신실함입니다. 박모종 둘을 나란히 심어 놓으면 어느 하나의 줄기가 굵어지고 실해지면서 돌담 위로 번져갑니다. 돌담 위로 번져가.. 2020. 5. 1.
달과 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1) 달과 별 토담집 인우재에서 보내는 밤은 특별하다. 사방이 고요한데, 어디선가 소쩍새가 울고 이름 모를 짐승의 소리도 들린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막 부엌에서 나오는 순간, 서쪽 하늘에 걸린 불빛 두 개가 눈에 들어온다. 어둠이 번진 밤하늘에 누군가 작은 등을 밝힌 듯한데, 초승달과 별이었다. 가만 서서 달과 별을 바라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큰딸 소리가 아주 어렸을 적이었다. 둘이서 서울을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원주행 버스를 탔을 때는 땅거미가 깔리며 어둠이 내릴 때였다. 창가 쪽에 앉아 어둔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던 소리가 내게 물었다. “아빠. 해는 환한데 있으니까 혼자 있어도 괜찮지만, 달은 캄캄한 데 혼자 있으면 무서울까봐 별.. 2020. 4. 30.
기도실 문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0) 기도실 문살 세월이 지나면 곰삭는 것 중에는 문살도 있다. 인우재 기도실 문살이 그랬다. 아랫말 무너진 돌담의 돌을 흙과 쌓아올린 기도실에는 동쪽과 서쪽에 작은 창이 두 개 있다. 동네 어느 집인가를 헐며 나온 것을 기도실 창으로 삼았다. 햇살이 비치면 고스란히 문살이 드러나는데, 예쁜 문양으로 서로 대칭을 이루던 것이 노인네 이 빠지듯 곳곳이 빠지기 시작했다. 문살은 헐거워지고 창호지는 삭아서 결국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떨어진 문살을 보면 장인의 솜씨를 느끼게 된다. 무슨 연장을 사용한 것인지 작은 나무토막 양쪽 끝을 날카롭게 벼려 자기보다 큰 문살들과 어울리도록 만들었다. 큰 문살들이 휘는 곳에는 ‘V’자 형태로 움푹 파인 부분이 있어 서로가 자기 자리에 꼭 .. 2020. 4. 30.
침묵하신 예수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순례(21) BWV 244 Matthäus-Passion/마태수난곡 No. 22 침묵하신 예수 마태수난곡 2부 39~41번마태복음 26:60~63a음악듣기 : https://youtu.be/m_grDwFhy4039(33)내러티브에반겔리스트60.거짓 증인이 많이 왔으나 얻지 못하더니 후에 두 사람이 와서 61.이르되 60. Und wiewohl viel falsche Zeugen herzutraten, funden sie doch keins. Zuletzt traten herzu zween falsche Zeugen, und sprachen :대사 두 증인이중창이 사람의 말이 내가 하나님의 성전을 헐고 사흘 동안에 지을 수 있다 하더라 61. Er hat gesagt:.. 2020. 4. 30.
언양 석남사, 마음의 결을 빗는 산책길 신동숙의 글밭(140) 언양 석남사, 마음의 결을 빗는 산책길 옆 마을에 사는 벗님이 우리 마을에 왔습니다. 그냥 같이 길을 걸으려고 온 것입니다. 걷다가 배가 고프면 눈에 띄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되고, 또 걷다가 쉬고 싶으면 조용한 찻집에 앉아서 차를 마셔도 되는, 걸어도 걷지 않아도 좋을 다정한 산책길입니다. 예정했던 태화강변길은 오늘따라 늦봄과 초여름 사이의 햇살이 더워 몸에 땀이 배일 거 같아서, 걷기로 정한 곳이 언양 석남사로 가는 숲길입니다. 누구 하나 숨 가쁘게 걷지 않아도 되는 길. 서로의 말소리가 들릴 만큼의 빈 하늘을 사이에 두고 얼마든지 자유로이 걸어도 좋을 넉넉한 산책길입니다. 소나무의 새순이 싱그러운 산길, 아침 골목길에 본 냉이꽃이 우리보다 먼저 와 기다리는 산길, 여기서도 .. 2020.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