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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차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69) 입장 차이 오래 전 리더스 다이제스트 유머 코너에서 읽은 글이 있다. 갈아 끼울 40와트짜리 전구를 사러 상점에 들러 점원에게 말했다. 벌써 몇 달 사이에 전구를 세 개나 갈았다고, 전구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그러자 점원이 불쾌하다는 듯이 이렇게 대꾸를 하는 것이었다. “천만에요. 그 전구가 우리 가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물건입니다!” 부디 세상과 교회가 나누는 대화가 이런 것이 아니기를! 2020. 4. 30.
뒤늦은 깨달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68) 뒤늦은 깨달음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막상 일을 겪을 때는 그 일이 어떤 일인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알지 못하다가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일들이 있다. 그런 점에서 삶이 우리를 가르치는 방법 중에는 ‘뒤늦은 깨달음’이라는 것이 있다. 일러주긴 일러주지만 뒤늦게 후회하면서 깨닫게 하는 것이다. 공부의 의미를 공부할 때는 몰랐다가 뒤늦게 깨닫기도 하고, 젊음의 의미를 젊었을 때는 몰랐다가 뒤늦게 알게 되고, 일의 의미를, 사랑의 의미를, 건강의 의미를, 부모님의 의미를, 가족의 의미를, 친구의 의미를, 이웃의 의미를, 삶의 의미를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깨닫는 경우들이 있다. “오 맙소사, 죽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한 번도 제대로 .. 2020. 4. 29.
아픔은 유난히도 빛나는 별 신동숙의 글밭(139) 아픔은 유난히도 빛나는 별-우체국 집배원 편- 하루를 살다가 더러 아플 때가 있습니다. 아픈 이유는 많겠지만, 맨 처음 이유는 언제나 똑같습니다. 아프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맨 처음의 이유입니다. 몸이 있고, 생각이 있고, 마음이 있고, 느낄 수 있다는, 아픔은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에 없다면 아픔도 없는 것인지, 아픔 너머의 세상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 있다는 이유로 아픔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며 온갖 셈으로 헤아리다 보면, 태어난 날로부터 오늘날까지 본전을 따져 보아도 밑지거나 억울해할 일은 아니라며 스스로를 추스를 수 있는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사람한테 위로를 받으려 하기보다는, 스스로 추스르는 일이 이제는 습관이 되었습니다. 어려선 알 수.. 2020. 4. 28.
개근충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67) 개근충 이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 있다. 고등학교 3년 개근 메달이었다. 따로 보관하고 있는 줄도 몰랐는데, 어딘가에 있다가 나타났다. 아, 내가 고등학교 때 3년 개근을 했었구나 싶었다. 그 일을 따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은 의왕이었고 고등학교는 수원에 있었다. 마침 수원에 새로 세워진 학교가 미션스쿨이어서 일부러 시험을 보고 선택한 학교였다. 기차를 타고 수원으로 가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갔다.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기차 통학, 타야 할 기차를 놓치면 지각이어서 기차역으로 내달리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지금도 밥을 빨리 먹는 데는 그 때 배인 습관과 무관하지 않다. 어느 핸가는 홍수가 났고, 차편이 끊겨 학교에 갈 수가 없는 날이 있었는데, .. 2020. 4. 27.
햇살이 반가운 골방 신동숙의 글밭(138) 햇살이 반가운 골방 아침 설거지를 마친 후 산책 준비를 하러 방으로 들었습니다. 작은 창으로 드는 한 줄기 햇살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해가 뜨는 아침에도 빛줄기가 들지 않는 구석진 방이 제 방입니다. 잠시 비추다 사라질 좁다란 햇살이라도 그저 반가운 골방이라서, 집밖에선 흔한 햇살이 골방에서는 환하게 피워서 안겨 주시는 꽃다발 같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을 20대에 읽은 후 지금껏 제 삶에 영향을 준 가르침이 있습니다. 아무리 좁은 골방에 쪽창이라도, 밖으로 보이는 한 조각의 하늘과 한 줄기의 햇살에도 고마워할 수 있는, 너른 마음을 어느 한 구석에 보석처럼 지니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색과 기도는 그 어디서든 감옥일지라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깨우침입니다. 침대 위로 내.. 2020. 4. 27.
별 하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66) 별 하나 인우재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오랜만의 일이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곳곳에 풀을 베고, 베어놓은 나무를 정리하다 보니 금방 하루해가 기울었다. 대강 때우려던 저녁이었는데, 병철 씨가 저녁 먹으러 오라고 전화를 했다. 마침 내리는 비, 우산을 쓰고 아랫작실로 내려갔다. 마을길을 걷는 것도 오랜만이다. 산에서 따온 두릅과 취나물, 상은 이미 그것만으로도 성찬이었다. 비도 오는데 어찌 걸어서 가느냐며 트럭을 몰고 나선 병철 씨 차를 타고 다시 인우재로 올랐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빗물 떨어지는 마루에 앉아 바라보니 앞산에 비구름이 가득하다. 누구의 집일까, 불빛 하나가 붉은 점처럼 빛났다. 사방 가득한 어둠속 유일한 불빛이었다. 비오는 마루에 걸터앉아 그 불빛 바라보.. 2020. 4. 26.
국수와 바람 신동숙의 글밭(137) 국수와 바람 국수를 먹다가 국물을 마시다가 콧잔등에 땀이 맺히고등더리에 땀이 배이려는데 등 뒤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 어려선 아빠 손에 든 부채가 사랑인 줄 알았는데 오늘은 저절로 부는 바람이 사랑인 걸 2020. 4. 26.
우리에게는 답이 없습니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65) 우리에게는 답이 없습니다 8주째 주일예배를 가정예배로 드렸다. 긴 시간이었다. 문을 닫아건 예배당은 적막강산과 다를 것이 없었다. 늘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신앙도 돌아보고, 교우도 돌아보고, 이웃도 돌아보고, 교회됨도 돌아보아야 했다. 5주째였던가, 영상예배를 드리며 대표기도를 맡은 장로님이 기도 중에 이렇게 고백했다. “우리에게는 답이 없습니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 짧은 한 마디 속에 우리의 현실과 우리의 한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말은 화살처럼 박혔고, 길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버릇처럼 드린 기도가 되었다. “우리에게는 답이 없습니다.” 2020. 4. 26.
사진 찍는, 꽃 한 송이 신동숙의 글밭(136) 사진 찍는, 꽃 한 송이 딸아이 뒤로 징검다리 건너다가 유채꽃이 환한 태화강 풍경이 어여뻐서 가던 걸음 멈추어 사진에 담았어요 뒤따라오던 청춘 남자가 여자에게 "니도 저렇게 찍어봐라." 들려오는 말소리에 넌지시 뒤돌아보니 조금 옛날 내가 머물던 그 자리에 어여쁜 여자가 꽃 한 송이로 피었어요 2020.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