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92 자격심사 한희철의 얘기마을(38) 자격심사 -교회 세워진 지 몇 년 됐죠?-3년 됐습니다.-지금 몇 명 모입니까?-20여명 모입니다.-첨엔 몇 명 모였나요?-20여명 모였습니다. 피식 웃었다. 자격 심사, 둘러앉은 심사위원들이 3년 동안 그대로인 수치를 두고 웃었다.나도 웃으며 그랬다. -작년 한 해 동안 세 분이 이사 가고, 세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모두들 다시 웃었다. 고개를 끄덕이며.그러면서-됐습니다. 나가세요.그렇게 자격심사가 끝났다. - (1990) 2020. 7. 28. 기도의 씨앗, 심기 전에 먼저 신동숙의 글밭(200) 기도의 씨앗, 심기 전에 먼저 장맛비가 쏟아지는 저녁답, 잠시 차를 세운다는 게 과일 가게 앞입니다. 환하게 실내등이 켜진 과일 가게 안을 둘러봅니다. 반쯤 익은 바나나가 비닐 포장에 투명하게 쌓여 있고, 붉은 사과는 계절을 초월해 있고, 일찍 나온 포도 송이에 잠시 망설여지고, 토마토는 저도 과일이라 합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과일이 노랗게 잘 익은 황도 복숭아입니다. 황도 복숭아를 좋아하는 아들의 얼굴이 동그랗게 떠오릅니다. 그리고 요즘은 떠오르는 얼굴이 그 옛날 맑은 밤하늘에 별처럼 별자리처럼 많아서 행복합니다. 과일에는 씨앗이 있듯이 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 모든 종교에는 종교 교리 속에 씨앗 같은 영성의 기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리와 기도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하나의 .. 2020. 7. 28. 평화 한희철의 얘기마을(38) 평화 동네 남자들이 은경이네를 위해 한나절 나무를 같이 했습니다. 한 짐씩 경운기에 실어 날랐습니다. 반장님이 아침부터 방송으로 알리더니 어느 새 한데 모여 나무를 한 것입니다. 은경이 아버지는 지난 가을 팔을 다쳤습니다. 어둔 길 탈곡을 마치고 경운기를 타고 돌아오다가 둔덕을 지날 때 기우뚱 중심을 잃으며 기울어졌는데, 그 순간 미끄러져 내리는 탈곡기를 막다가 팔을 다쳤던 것입니다. 덕분에 은경이네는 얼마 남지 않았던 나무가 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늘 이웃들이 마실 많이 오던 집이 썰렁한 냉방인지라 여느 해처럼 사람들이 모이질 못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은경이네를 위해 나무를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모두 나서니 마당엔 이내 나무로 가득했습니다. 이웃의 정이 고마운 은경이.. 2020. 7. 27. 낮아진 가슴 신동숙의 글밭(199) 낮아진 가슴 녹아서 일렁이는 마음의 물살은낮아진 가슴으로 흐른다 무심히 길을 걷다가 발아래 핀 한 송이 풀꽃을 본 순간 애틋해지는 건낮아진 가슴으로 사랑이 흐르는 일 제 아무리 어둔 가슴이라도어딘가에 품은 한 점 별빛을 본 순간 아득한 그리움이 출렁이는 건낮아진 가슴으로 사랑이 흐르는 일 내가 만난 가슴 중에서가장 낮아진 가슴은 무릎을 꿇고 앉아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우던예수의 손길에서 맴돈다 눈가에 고인눈물 한 방울이사랑으로 땅끝까지 흐른다 2020. 7. 27. 마음 젖는 기도 한희철의 얘기마을(37) 마음 젖는 기도 “삼시 세끼 밥만 먹으면 인간인 줄 아는 저희들에게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 가르쳐 주옵소서.” 김영옥 집사님의 기도에 울컥 마음이 젖다. - (1990) 2020. 7. 26. 나의 소로우 그리고 하나 신동숙의 글밭(198) 나의 소로우 그리고 하나 눈을 감으면 바로 눈 앞으로 펼쳐지는 유년의 풍경이 있어요. 제가 태어나서 유년기를 보낸 부산의 서대신동 산동네입니다. 지금은 신평으로 이전한 예전의 동아고등학교가 있던 자리 바로 뒷동네입니다. 제가 살던 집 옆으로는 아침밥만 먹으면 숟가락을 놓자마자 달려가던 작은 모래 놀이터가 있었는데, 무쇠로 만든 4인용 그네는 언제나 선택 1순위였어요. 흔들흔들 왔다갔다 어지러워지면 땅으로 내려와서 그 다음으로 미끄럼틀을 타고, 시소와 지구본까지 골고루 돌면서 한번씩 타곤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겨워지면 모래땅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빙글빙글 돌아가던 놀이 기구인 지구본의 이름이 제가 제일 처음 들었던 지구의 이름이예요. 누군가가 장난 삼아 세차게 돌리면 어지럽고 .. 2020. 7. 26. 백두산에 오르는 꿈 한희철의 얘기마을(36) 백두산에 오르는 꿈 친구와 함께 백두산에 오르는 꿈을 꾸었다. 꿈이었지만 가슴은 얼마나 뛰고 흥분되던지.오르다 말고 잠에서 깨어서도(아쉬워라!) 설레는 가슴은 한동안 계속되었다.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내 기똥찬 꿈 꿨으니 꿈을 사라 했다. 거 참 신나는 일이라고 친구도 덩달아 좋아한다.언제쯤일까.먼 길 빙 돌아서가 아니라 내 나라 내 땅을 지나 백두 천지에 이를 날은.설레는 오늘 꿈이, 꿈만으로도 설레고 고마운 오늘 꿈이 정말로 가능한 그 날은. - (1989) 2020. 7. 25. 평온한 둥지 신동숙의 글밭(197) 평온한 둥지 물 한 잔을 마시는 동안맨 처음 물이 떠나온 샘을 생각합니다 밥 한 그릇을 비우는 동안맨 처음 씨를 뿌리던 손을 생각합니다 들뜬 숨을 내려놓으며맨 처음 불어넣어 주신 숨을 생각합니다 샘과 손과 숨 이 모든 처음을 생각함은가슴으로 품는 일 처음을 품으며나의 앉은 몸은평온한 둥지가 됩니다 2020. 7. 24. 비수 하나씩은 품고 삽시다 한희철의 얘기마을(35) 비수 하나씩은 품고 삽시다 그래요, 비수 하나씩은 품고 삽시다.시퍼런 날을 남몰래 갈고 갈며뚝 뚝 눈물 떨궈 갈고 갈며가슴속 깊이 비수 하나씩은 품고 삽시다. 여린 것들을 사랑하기 위해단 한 번 쓰러짐을 위해든든한 물러섬을 위해. (1990) 2020. 7. 24. 이전 1 ··· 115 116 117 118 119 120 121 ··· 30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