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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걸쳐 입은 자유의 옷자락 신동숙의 글밭(165) 진실이 걸쳐 입은 자유의 옷자락 마음이 양팔 벌린 저울질로 춤을 춥니다 나와 너 사이에는 언제나 현실의 강물이 흐르고 머리와 가슴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사실과 환상의 거름망을 촘촘히 거쳐 진실과 거짓이 주섬주섬 각자의 옷을 갖추어 입고 서로 먼저 길 떠날 채비를 하는 귀로의 시간 그리고 언제나 한걸음 먼저 앞세우는 건 진실 쪽이기를 가슴을 뒤덮으려는 실리와 이기의 구름을 헤치고 나아가 진실이 손잡이를 돌려 여는 새로운 문, 참된 길 진실이 걸쳐 입은 그 가볍고 홀가분한 옷섶을 스치는 자유의 바람 냄새 나아가 마음이 가는대로 행해도 법에 걸림이 없다는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참된 유산 2020. 6. 10.
사랑과 무관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09) 사랑과 무관심 한 사람이 약국을 찾아와 말했다. “내 아들에게 먹일 비타민을 사고 싶은데요.” “비타민 A, B, C 중에서 어떤 것을 드릴까요?” 약사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아무 거라도 상관없어요. 제 아이는 아직 어려 글을 읽을 줄 모르거든요.” 사랑과 무관심은 그렇게 다르다. 비타민을 사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아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사랑이다. 2020. 6. 10.
사라진 울음소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08) 사라진 울음소리 또 하나의 땅 끝, 해남을 다녀왔다. 먼 길이지만 권사님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길이었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해남으로 내려가게 된 권사님이 있었다. 이사를 앞두고 기도를 하며, 시간을 내어 찾아뵙겠다고 인사를 한 터였다. 심방 이야기를 들은 원로 장로님 내외분이 동행을 했고, 권사님 한 분이 운전을 자청했다. 먼 길 끝에서 만나는 만남은 언제라도 반갑고 고맙다. 권사님이 새로 정착한 집을 방문하여 예배를 드리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흔히 말하는 ‘이력’(履歷)의 ‘履’가 신발, 한 사람이 신발을 신고 지내온 길이라는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권사님이 걸어온 이력을 듣는 시간이었다. 큰 아들로 태어나 자식이 없던 큰아버지 집에 양자로 들어가야.. 2020. 6. 9.
풀잎 오누이 신동숙의 글밭(160) 풀잎 오누이 어린 풀잎 무등을 태워주는 듬직한 오라버니 잎 어린 풀잎 치마폭으로 감싸주는 넉넉한 누이 잎 2020. 6. 8.
증오라는 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07) 증오라는 힘 때로는 증오도 힘이 된다. 좌절이나 체념보다는 훨씬 큰, 살아갈 힘이 된다. 하지만 증오는 길을 잃게 한다. 길을 잃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먼 길을 가야 한다. 대개는 길을 잃었다는 것도 모른 채, 그 감정에 갇혀 평생의 시간을 보내지만. 2020. 6. 8.
사람이 사는 마을이 그리워 신동숙의 글밭(159) 사람이 사는 마을이 그리워 깊은 산 속 울리는 산새소리에 좁은 마음 속으로 푸른 하늘이 열리고 순간 속을 흐르는 개울물소리에 사람의 말소리도 맑게 씻기어 흘러간다 바위에 걸터앉은 산나무에겐 하늘도 뿌리 내리는 땅이 되고 개울물에 잠긴 돌멩이에겐 흐르는 물이 한평생 머무는 집이 된다 사람이 사는 마을은 멀어서 바위처럼 단단한 가슴에도 한 줄기 그리운 산바람이 불어오고 산은 사람이 사는 마을이 그리워 개울물로 낮게 낮게 내려간다 2020. 6. 7.
선인장의 인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06) 선인장의 인사 목양실 책상 한 구석에는 선인장 화분이 놓여 있다. 예전에 권사님 한 분과 화원에 들른 적이 있는데, 그 때 권사님이 사준 화분이다. 권사님은 가게에 둘 양란을 하나 사면서 굳이 내게도 같은 화분을 선물하고 싶어 했다. 그런 권사님께 양란 대신 사달라고 한 것이 양란 옆에 있던 선인장이었다. 이내 꽃이 지고 마는 난보다는 가시투성이지만 오래 가는 선인장에 더 마음이 갔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생명력이 마음에 더 의미를 부여할 것 같았다. 바라볼 때마다 인고를 배울 수 있다면 싶기도 했다. 값 차이 때문이었던지 한동안 양란을 권하던 권사님도 내 생각을 받아주었다. 어느 날 보니 선인장이 새로운 줄기를 뻗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음이 났다. 선인.. 2020. 6. 7.
어느 누가 예외일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05) 어느 누가 예외일까 한 사람이 예배당 앞에서 성경책을 들고 서 있다. 누군가 예배당 앞에서 성경책을 들고 서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자연스러울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어색하다. 어색하기 그지없다. ‘어색’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뭔가 못마땅한, 무표정한 표정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예배당으로 가기 위해 했던 일을 안다. 최루탄을 쏘아 사람들을 흩음으로 길을 만들어야 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더 잘 알고 있다. 숨을 쉴 수 없다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한 생명이 무릎에 짓눌려 숨졌다. 죽은 이는 흑인 시민이었고, 죽인 이는 백인 경찰이었다. 분노하여 일어선 군중들의 분노를 공감하고 풀어야 할 자리에 있는 그였다. 갈등과 아픔을 보듬고 치유해야 할 책임자였다. 하지만 그는.. 2020. 6. 6.
때론 거친 숨으로, 그리고 언제나 평화로운 숨으로 신동숙의 글밭(158) 때론 거친 숨으로, 그리고 언제나 평화로운 숨으로 숨을 쉰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나의 숨을 스스로 쉴 수 있다는 것은 바람의 흐름처럼 어디까지나 자유로운 영역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숨쉬는 일에 타의적으로 침해를 받아 숨이 끊어진 타살로 이어진 일이 최근에 일어났습니다.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와 한국의 9살 남자 아이가 죽어가던 고통은 마음껏 숨을 쉴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눌려 숨이 끊어져 가던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입에서 새어 나오던 말은 "I can't breathe."였습니다. "나는 숨을 쉴 수 없다.", 계모의 학대로 9살 남자 아이의 몸이 갖힌 곳은 나중엔 더 작은 44cm·60cm의 여행 가방이었습니다. 아무도 아이.. 2020.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