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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04) 소확행 말에도 생명력이 있어 낯선 말이 어느새 익숙한 말로 자리를 잡는 경우가 있다. ‘소확행’이란 말이 그렇다. 소확행(小確幸)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처음 등장한 말이라고 한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소확행이라고 했다. 문방구에 들러 잉크와 공책을 샀다. 만년필에 넣을 파란색 잉크와 설교문을 적기에 적절한 노트를 사가지고 나올 때 문득 행복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그랬다. ‘이런 게 소확행이구나!’ 2020. 6. 5.
너를 친 자가 누구냐?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순례(22) BWV 244 Matthäus-Passion/마태수난곡 No. 23 너를 친 자가 누구냐? 마태수난곡 2부 42~44번마태복음 26:63b~68음악듣기 : https://youtu.be/igAoiTIk6Jk42(36)내러티브에반겔리스트63b. 대제사장이 이르되 63. Und der Hohepriester antwortete, und sprach zu ihm:대사 대제사장63. 너로 살아 계신 하나님께 맹세하게 하노니 네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인지 우리에게 말하라 63. Ich beschwöre dich bei dem lebendigen Gott, daß du uns sagtest, ob du seiest Christus, der Sohn Gottes.내.. 2020. 6. 4.
엎어 놓은 항아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03) 엎어 놓은 항아리 항아리 파는 가게를 찾은 사람이 항아리를 보며 불평을 한다. “아가리가 없네.” 이번엔 항아리 밑을 들춰보더니 또 불평을 한다 “밑도 빠졌군.” 항아리들은 비 맞지 말라고 엎어 놓은 상태였다. 불평하는 이는 한결같이 불평한다. 내가 옳다고 확신하여 자기 생각을 뒤집을 줄 모른다. 엎어 놓은 항아리처럼. 2020. 6. 4.
민들레 홀씨 날아서 신동숙의 글밭(157) 민들레 홀씨 날아서 민들레 홀씨 가벼웁게 날아서 골목길 보도블럭 틈새에 내려앉아 교회 예배당 새벽기도 드리러 가는 어스름 길 환하게 나를 위해 피어나는 고독한 민들레 민들레 홀씨 여유로이 날아서 명상의 집 소나무길 돌틈에 머물러 성당 아침미사 드리러 가는 고요한 길 환하게 너를 위해 피어나는 침묵의 민들레 민들레 홀씨 자유로이 날아서 오솔길 나무그늘 풀숲에 뿌리 내려 석남사 저녁예불 드리러 가는 맑은 길 환하게 우리를 위해 피어나는 사랑의 민들레 불고 싶은 대로 부는 바람을 따라서 자유와 진리의 푸른 바람을 따라서 그 어디서든 민들레 홀씨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하늘 우러러 저절로 피어나 환하게 웃음 짓는 평화로운 민들레 한 송이, 평화로운 이 땅의 말씀 2020. 6. 3.
조율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02) 조율 글을 통해 음악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도사님이 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 음악이 새롭게 다가온다. 오늘 아침에 대한 글도 그랬다. 나는 사라 오트라는 피아니스트를 모른다. 하지만 전도사님의 글을 읽고는 사라 요트가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었다. 눈여겨 지켜보며 귀담아 들었다. https://youtu.be/PM0HqmptYlY 전도사님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가 충분히 느껴졌다. 사라 오트는 자신이 협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솔리스트라고 다른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배경쯤으로 여기지 않았다. 지휘자와 다른 연주자들의 지휘와 연주에 집중했고, 자신은 그 중의 일부라는 사실을 겸손함과 따뜻함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저 젊고 재능 있는.. 2020. 6. 3.
그리움의 실바람 한 줄기 불어오면 신동숙의 글밭(156) 그리움의 실바람 한 줄기 불어오면 그리움의 실바람 한 줄기 불어오면 어디선가 날 그리는 마음 하나 있어 때마침 걸려 오는 전화에 가슴 속 다정한 벗의 그리움이 그리움의 실바람 한 줄기 불어오면 어디선가 날 부르는 마음 하나 있어 아무도 내게 오는 이 없어 가슴 속 먼 별 하나의 어둔 밤이 날 그리며 날 부르는 보이지 않는 마음 하나 있어 그 별 하나를 가슴으로 품으며 나는 그리움 나는 밤하늘이 된다 2020. 6. 2.
들키고 싶은 작은 돌처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01) 들키고 싶은 작은 돌처럼 방치되고 있던 예배당 앞 공터를 화단으로 만들며 가운데에 작은 길 하나를 만들었다. 꽃을 눈으로만 보지 말고 가까이 다가오시라는, 초청의 의미를 담은 짧은 길이었다. 화단을 만들던 날, 한 교우가 마무리 작업으로 담장 공사를 하고 있는 안식관에서 벽돌 두 장을 얻어왔다. 새로 만드는 길의 바닥을 벽돌로 깔면 어떻겠냐는 뜻이었다. 교회가 화단을 꾸미며 벽돌을 얻어다 쓰는 것도 어색하거니와 공터를 화단으로 만드는 자리, 벽돌로 길을 만드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터를 정리하며 나온 잔돌들이 한쪽에 쌓여 있었다. 공터이다 보니 잔돌들이 많았다. 잠깐 호미질만 해도 제법 많은 돌들이 나왔다. 생각하다가 잔돌들을 그냥 쓰기로 했다. 작은 돌들을 양.. 2020. 6. 2.
잃어버린 신발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00) 잃어버린 신발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펼친 순간, 거기에는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가장 멋진 선물이 들어 있었다. 축구화였다. 바닥에 볼록볼록 튀어나온 고무가 박힌, 그야말로 꿈같은 축구화였다. 공을 차면 공보다 신발이 더 높게 오르곤 하던 그 시절, 축구화는 흔치 않은 것이었다. 난 그날 밤 성탄 축하행사가 벌어지는 교회로 축구화를 신고 갔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성탄절 행사를 모두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축구화는 없었다. 신발장에 조심스레 올려두었던 축구화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속상한 엄마의 야단을, 신발을 사 주어 더 속상했을 누나가 말려 겨우 면할 수 있었다. 자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신이 났던 축구화, .. 2020. 6. 1.
뜻밖의 선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99) 뜻밖의 선물 ‘아, 예배드리고 싶다.’ ‘내가 예배에 고팠구나.’ 근 석 달 만에 드리는 수요저녁예배, 지는 해가 드리우는 저녁 그림자를 밟고 예배당 마당으로 들어서는 교우들의 모습에서 그런 마음이 읽혀진다. 코로나가 준 뜻밖의 선물 중에는 그런 것이 있다. 2020.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