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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4) 스미다 식물을 가꾸는 이들에게는 자연스럽기도 하고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새롭게 보였다. 목양실 안에 있는 몇 몇 화분 중에는 난도 있는데, 어느 날 보니 난 화분이 물을 담은 양동이 안에 들어가 있었다. 사무실의 장집사님이 한 일이다 싶은데, 난 화분에 물을 주는 대신 화분을 물에 담금으로 물이 스미도록 한 것이지 싶었다. 난 화분에 물을 부어주는 것과 물이 스미도록 하는 것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나는 모른다. 하지만 단번에 쏟아 붓는 것보다는 조금씩 스미도록 하는 것이 난에 필요해서 그리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 난 뿐일까? 믿음도, 은혜도, 함께 나누는 마음도 마찬가지 아닐까? 단번에 넘쳐나도록 쏟아 붓는 것보다는 시간을 잊고 알게 모르게 스미는 .. 2020. 2. 8.
아침에 과일 신동숙의 글밭(73) 아침에 과일 과일 깎는 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빨간 사과, 묵직한 배, 주황색 귤이 아침해를 닮았습니다. 가끔 냉장고에 두부나 계란이 떨어지면 어쩌나 싶은데, 돌아보면 저희 집엔 사철 내내 과일이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과일은 바쁜 아침 부족한 끼니를 채워 주기도 하고요.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의 배를 채워 주기도 하지요. 혼자 점심을 깜빡 잊기도 하는 날엔 아침에 먹다 남긴 과일 몇 조각이 반갑습니다. 여섯 살 아들 입에서 넋두리인 듯 새어 나오던 말이 있습니다. 울 엄마는 돈 있으면, 은행 가고, 과일 사고. 가끔은 이런 상상도 한답니다. 사람의 몸이 과실과 채소만 먹고도 든든히 살아갈 수 있다면,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첫 번째 음식이 과일이었다면 하고요. 꽃이 우리의 마음을 .. 2020. 2. 7.
깊은 두레박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3) 깊은 두레박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하루의 일과는 일정하게 시작이 되고 진행이 된다. 4시 45분 기상, 5시 30분 새벽예배, 한 시간 쯤 후에 책상에 앉는다. 새벽잠을 물리고 책상에 앉는 시간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아침식사까지 삼가면 조용한 시간이 꽤 길게 이어진다. 2020년 들어서며 아침마다 갖는 시간이 있다. 김기석 목사님이 쓴 묵상집을 읽는다. 일용할 양식을 대하듯, 그날그날의 묵상을 따라간다. ‘365일 날숨과 들숨’이라는 부제가 적절하게 여겨진다. 참으로 두레박의 줄이 길다. 두레박의 줄이 이리도 기니 깊은 물을 길어 올린다. 맑고 시원한 물이다. 어두운 샘에서 물을 길어 환한 데 쏟아 붓는 두레박(루미), 탁하고 미지근한 물과는 다르다. 함께 길을 걷듯 천천히.. 2020. 2. 6.
가로등을 밝히는 것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2) 가로등을 밝히는 것은 정릉교회 마당으로 들어서는 초입에는 콘크리트 기둥이 서 있다. 국민대와 길음역 사이의 대로변에서 빠져나와 청수장으로 올라가는 길, 또 한 번 가지가 갈라지듯 자칫하면 놓치기 쉬운 롯데리아를 끼고 우회전을 한 뒤 좁은 길을 따라 올라오다 만나게 되는 예배당으로 들어서는 초입, 전봇대 바로 옆 벽돌을 쌓아 만든 허름한 기둥이 서 있다. 하필이면 교회로 들어서며 제일 먼저 만나는 되는 것이 허름한 기둥일까 생각을 하다가, 기둥 위에 등을 세우기로 했다. 기둥을 헐거나 기둥을 단장하는 대신 택한 선택이었다. 비나 눈이 와도 괜찮은 등을 찾아 기둥 위에 세웠더니 보기가 그럴듯하다. 허름한 기둥 위에 등을 얹자 기둥은 그럴듯한 가로등 받침대가 되었다. 어둠이 내.. 2020. 2. 5.
봄햇살 같아서 신동숙의 글밭(71) 봄햇살 같아서 당신의 눈길이 어둔 가슴을 팔 없이 안아주시는 봄햇살 같아서 당신의 말씀이 메마른 땅을 말없이 적셔주시는 봄비 같아서 당신의 있음이 없는 하늘을 투명히 있게 하는 맑은 봄하늘 같아서 2020. 2. 5.
아름다운 마음 한다발 신동숙의 글밭(72) 아름다운 마음 한다발 '새벽 다섯 시 무렵의 숲은 온통 새들의 노래로 찬란한 꽃밭이다. 공기 그 자체가 새소리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안개와 이슬에 젖은 나무들의 새벽 잠을 깨우려는 듯, 이 골짝 저 골짝에서 온갖 새들이 목청껏 노래를 한다. 그들은 살아 있는 기쁨을 온몸과 마음으로 발산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시각 인간의 도시도 서서히 깨어날 것이다. 시골에서 밤새껏 싣고 간 꽃이나 과일이나 채소를 장바닥에 내려놓기가 바쁘게 도시의 부지런한 사람들이 먼저 반길 것이다. 첫 버스를 타고 시장으로 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이른 아침 길을 쓸고 있는 청소부들은 비록 생계는 어렵지만 모두가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개 농촌 출신이므로 일찍 일어나는데 길이 들었다. 늦잠 자는.. 2020. 2. 3.
노란 손수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1) 노란 손수건 헌신이 자발적이어야 하듯 분노도 자발적이어야 한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조장 위에 분노가 서면 안 된다. 그것은 분노의 정당함을 떠나 남의 조정을 받는 것일 뿐이다. 우한에서 비롯됐다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은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보다도 더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감염자가 다녀간 곳과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이 있는 곳은 한 순간에 절해고도(絶海孤島)가 된다. 누구도 다가가서는 안 되는 곳, 서둘러 문을 닫고 피해야 하는 곳으로 변한다. 현대판 나병과 다를 것이 없지 싶다. 목에 방울을 달고 다님으로 성한 이들을 피하게 해야 했던. 우한에 살던 교민들로서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세상으로 통하는 모든 길이 막히고, 병의 진원지에 꼼짝없이 갇히게 되고 말았느.. 2020. 2. 3.
평온 신동숙의 글밭(70) 평온 들숨 만큼만 채우고 날숨 만큼만 비우면 몸과 마음이 머물러 평온한 자리 내 곁을 맴도시던 하나님 앉으실 푸른 하늘숨 모은 하얀 구름 방석 2020. 2. 3.
나도 모르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0) 나도 모르게 군인들이 끌고 간다. 모시고 가는 것과는 다르다. 재미 삼아 내리치는 채찍에도 뚝 뚝 살점은 떨어져 나간다. 피투성이 몰골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흥미로운 눈요기일 뿐이다. 자주색 옷으로 갈아입히고 면류관을 씌운다. 희롱이다. 희롱은 당하는 자가 가장 먼저, 분명하게 느낀다. 갈대로 머리를 치며 침을 뱉는다. 속옷을 나눈다. 찢기엔 아까웠던 호지 않은 옷, 제비뽑기를 위해 속옷을 벗기는 순간은 발가벗겨지는 순간이다. 나를 가릴 것은 더 이상 아무 것도 없다. 양손과 발목에 박히는 못은 연한 살을 단숨에 꿰뚫고 들어와 뼈를 으스러뜨린다. 순간 나는 떨어지지 말아야 할 물건이 된다. 죄인들의 두목이라는 듯 두 강도 사이에 매단다. 악한 이들의 의도는 얼마나 교활하.. 2020.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