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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살가운 친구 신동숙의 글밭(68) 고독은 살가운 친구 고독은 살가운 친구 자연과 책과 詩와 茶와 음악과 고요한 기도로 이끄는 고독은 고운 벗 바람이 불면 바람인 줄 알고 그리움이 출렁이면 그리움인 줄 아는 고독은 넉넉한 하늘 낮에는 푸른빛으로 꽃을 피우고 밤엔 별빛으로 어둔 가슴 따스하게 밝히는 고독은 어진 하늘 2020. 2. 1.
염치(廉恥)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89) 염치(廉恥) ‘염치’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 데에는 그럴 만한 일이 있었다. 지난 해 겨울 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다. 사순절을 맞으며 작은 책 한 권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사순절 묵상집과 대림절 묵상집 원고를 몇 번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아예 단행본으로 출판하고 싶다는 의견이었다. 글의 주제도 정해진 터였다. 지켜야 할 마음 20가지와 버려야 할 마음 20가지를 묵상하자고 했다. 제안을 받으며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짧은 일정이 마음에 걸렸다. 글을 쓸 기간도 넉넉하지 않은데다가 연말연시는 교회에 여러 가지 일들이 몰려 있는 때, 마음을 집중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보다 더 조심스러운 것이 있었는데 주 독자층을 젊은이들로 생.. 2020. 2. 1.
소욕지족 소병소뇌 (少欲知足 少病少惱) 신동숙의 글밭(67) 소욕지족 소병소뇌 (少欲知足 少病少惱) 운전을 할 때면 라디오 클래식이나 평화방송, CBS, EBS교육방송 중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돌려 가면서 듣고는 합니다. 요즘은 그 어느 것도 성에 차지가 않아서 법정스님의 육성문법이나 이야기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번갈아 가며 듣고 있는 중입니다. 거듭 되풀이해서 들어도 매번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말씀들입니다. 두 분의 공통점은 설교 안에 이야기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빠지지 않고 삶의 단순하고 소박한 진리가 들어 있습니다. 불경이든 성경이든 또는 옛 선현들의 지혜가 깃든 고전과 한시도 좋고, 주변의 그야말로 작고 소박한 소재들로 이야기를 풀어내시는 것이지요. 단지 경전 속 알멩이만을 전달하기 위해 적어도 목청을 돋우시지는 .. 2020. 1. 31.
작은 십자가를 보며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88) 작은 십자가를 보며 고마운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리라. 우리로서는 작은 것을 당연함으로 나누었을 뿐인데, 그 일을 고맙게 여겨 귀한 마음을 보내왔다. 상자 안에는 마음이 담긴 인사말과 함께 성구를 새긴 나무판과 십자가가 담겨 있었다. 두 가지 모두 직접 만든 것이었다. 성구가 새겨진 나무판은 교우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아가페실에 걸어두었고, 작은 십자가는 목양실 책장에 올려두었다. 평범한 십자가라 여겼는데, 오늘 새벽에 들어서며 보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무슨 나무였을까, 껍질을 벗긴 나무의 흰빛은 알몸처럼 다가왔다. 십자가의 고통 중 가장 큰 고통은 가시면류관을 쓰고, 못이 박히고, 창으로 찔리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무 위에 매달려 발가벗겨지는 것보다 더 .. 2020. 1. 31.
날 때부터 걸어서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87) 날 때부터 걸어서 설 명절을 맞아 흩어져 있던 식구들이 어머니 집에서 모였을 때, 어머니가 봉투 하나를 가지고 오셨다. 봉투 안에는 여러 장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사진 중에는 오래된 흑백사진들도 있었는데, 특히 예배당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에 눈이 갔다. 내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모두 보낸 고향교회의 옛 예배당과 새벽마다 종을 쳤던 종탑을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찍은 사진이었다. 당연히 사진 속 인물들에 관심이 갔는데, 옛 예배당 앞에서 찍은 두 장의 흑백사진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이제는 93세, 하지만 사진 속 한창 젊은 어머니는 두 장 모두 아기를 안고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어머니가 안고 있는 아기가 누구인지를 떠올려보니 한 명은 바로 위의 형이었고,.. 2020. 1. 30.
내 인생의 로또 신동숙의 글밭(66) 내 인생의 로또 설 명절을 지났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새해 덕담이 오고가는 연초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언젠가부터는 복을 둘러싼 인삿말도 '복을 지으세요.', '행복하세요.',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등 다양해진 모습입니다. 아마도 사람의 의식이 진화를 멈추지 않는 한 앞으로 더 창의적이고 멋진 덕담들이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복, 기복 신앙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저 역시도 이왕이면 좋은 삶이기를 바라니까요. 가족들도 건강하고, 좋은 일들만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이지만, 다행인 것은 '너희들로 하여금 감당치 못할 시험은 주시지 않는다.'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 2020. 1. 30.
밝은 눈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86) 밝은 눈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열광적 까지는 아니더라도 운동을 좋아하여 두어 중계는 지켜보았다. 젊은 선수들이 참 잘한다 싶었다. 주눅 들거나 오버하지 않고 자기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학범 감독의 리더십을 칭찬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승에 칭찬이 뒤따르는 것이야 인지상정이지만, 김감독에겐 특별한 리더십이 있다고 한다. 시골 아저씨를 닮은 외모에 경기 대부분의 시간을 의자에 앉아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어(박항서 감독과는 많이 달랐다) 언제 어떤 지시를 하나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선수들은 감독을 100퍼센트 이상 신뢰한다고 하니 그 비결이 무엇일지 궁금하곤 했다. 가능하면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하고, .. 2020. 1. 29.
하늘은 푸르도록 신동숙의 글밭(65) 하늘은 푸르도록 하늘은 푸르도록 언제나 오래 참고 바다는 푸르도록 언제나 온유하며 진리의 몸이 되신 푸른 눈물 한 방울 달빛의 믿음으로 시린 가슴 감싸주고 별빛의 소망으로 한 점 길이 되고 태양빛의 사랑으로 한 알의 생명이 되신 푸르도록 맑은 한 알의 눈물 푸르도록 밝은 한 알의 씨앗 (고린도전서 13장 - 사랑장 인용) 2020. 1. 28.
치명적 농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85) 치명적 농담 서재 구석에 꽂혀 있던 책이 있었다. 읽고 싶어 구입을 하고는 책을 펼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사 후 되는대로 꽂은 책의 위치도 하필이면 책꽂이 구석이어서 더욱 눈에 띄지 않고 있었다. 이라는 책이었다. 분량이 제법인 원고쓰기를 마치고 모처럼 갖는 한가한 시간, 우연히 눈에 띈 책을 발견하고는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얼마쯤 읽다보니 뭔가 이상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인 책이었는데, 어느 순간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내용이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내가 모르는 단어로 연결되어 그런가 싶어 눈여겨 읽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오자 아니면 탈자일까 싶어 문맥을 살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이게 뭐지 하다가 페이지를 확인했더니 이런, 페이.. 2020.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