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63 마른잎 스치는 겨울 바람에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지만 내려 주시는 한 줄기 햇살에 몸도 마음도 가벼워만 집니다 - 겨울나무 (53) 2022. 1. 10. 「하루 한 생각」, 낯설지 않은 ‘마음’이 밀려온다 저자는 서문에서 「하루 한 생각」이 ‘누군가 지친 이에게 닿는 바람 한 줄기, 마음 시린 이에게 다가 선 한 줌의 볕’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표현이 적합할지 모르겠지만, 글이 참 맛있어 쉬이 책장을 넘기기 아쉬워 자연히 저자의 바람이 내게서 이루어진 독서의 시간이었다. 꽤나 지쳤던 내게 닿았던 ‘바람 한 줄기’가 바로 여기에 담겨 있고, 꽤나 마음 시린 일상을 이어가던 내게 다가 선 ‘한 줌의 볕’같은 맛있었던 시간, 책을 덮는 순간 그 시간을 떠나보내는 것 같은 아쉬움이 느껴진다. 어떤 책에선가, ‘삶은 관계’라는 것을 본 일이 있다. 꽤 공감했던 이유는 그간 내가 가진 고민과 고통은 ‘인간관계’이자, ‘소통’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 때문이었는지, 열한 번째 챕터, ‘길’이라는 제목의.. 2022. 1. 9. 형광등을 갈다 어둠이 다 내린 저녁, 오토바이를 타고 작실로 올랐다. 패인 길을 고친다고 얼마 전 자갈을 곳곳에 부려 쿵덕 쿵덕 작은 오토바이가 춤을 춘다. 게다가 한손엔 기다란 형광등 전구를 잡았으니, 어둠속 한 손으로 달리는 작실 길은 쉽지 않았다. 전날 우영기 속장님 집에서 속회예배를 드렸는데 보니 형광등 전구가 고장 나 그야말로 캄캄 동굴인지라 온통 더듬거려야 했다. 전날 형광등이 고장 났으면서도 농사일에 바빠 전구 사러 나갈 틈이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교회에 형광등 여유분이 있었다. 그토록 덜컹거렸으면서도 용케 전구는 괜찮았다. 전구를 바꿔 끼자 캄캄한 방안이 대낮처럼 밝혀졌다. 막 일마치고 돌아온 속장님이 밝아진 방이 신기한 듯 반가워한다. 어둔 곳에 불 하나 밝히는 당연함. 필요한 곳에 불 하나 켜는 소.. 2022. 1. 8. 우리의 소원은 통일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이여 오라“ 작실서 섬뜰로 내려오는 산모퉁이 길, 아침 일찍 커다란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책가방 등에 메고 준비물 손에 든 5학년 병직이입니다. 하루 첫 햇살 깨끗하게 내리고, 참나무 많은 산 꾀꼬리 소리 명랑한 이른 아침. 씩씩하게 노래를 부르며 병직이가 학교를 갑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 1991년 2022. 1. 7. 인생의 갈증, 그 해갈은 어디에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지만 며칠 못가서 어긋나곤 한다. 지난 해를 보내면서 세월의 흐름만큼 우리 자신이 성장했는지 묻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세월이 흐른 뒤에 그 시간의 파편을 주워 모아 자신의 모습을 다시금 가늠하게 마련인가 보다. 그런데, 인생을 살면서 ‘신앙’이라는 새로운 세계와 만나게 되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여러 가지 근본적인 질문들, 가령 “나는 누구인가”로부터 시작해서 “어떤 삶을 목표로 삼아야 되는가” 등등 간단치 않은 주제들과의 씨름을 보다 용이하게 해주는 것이 신앙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단 한마디로 “하나님을 만나는 일”이라고 설득하면 그로써 우리의 고뇌는 더 이상 의문의 여지없는 상태로 안정되는 것일.. 2022. 1. 6. 할아버지의 낮술 정작 모를 심던 날, 할아버지는 잔 수 잊고 낮술 드시곤 벌러덩 방안에 누워 버렸습니다. 훌쩍 훌쩍, 눈물을 감추지도 않았습니다. 아무도 달랠 수도 말릴 수도 없었습니다. 모를 심기 훨씬 전부터 할아버진 공공연히 자랑을 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모 심는 날을 일요일로 잡았고, 일부러 기계 모를 마다하고 손 모를 택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일곱 자식들이 며느리며 사위며 손주들을 데리고 한날 모를 내러 오기로 했던 것입니다. 두 노인네만 사는 것이 늘 적적하고 심심했는데 모내기를 이유로 온 가족이 모이게 됐으니 그 기쁨이 웬만하고 그 기다림이 여간 했겠습니까. 기계 빌려 쑥쑥 모 잘 내는 이웃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그저 든든히 논둑을 고치고 모심기 알맞게 물을 담아 놓고선 느긋이 그날을 기다려 .. 2022. 1. 6. 예배시간을 피해 방아를 찧어온 승학이 엄마 교회 바로 앞에 방앗간이 있습니다. 단강이 얼마나 조용한지를 가르쳐 주는 것이 방앗간입니다. 평소엔 몰랐던 단강의 고요함을 방아 찧다 멈춘 방앗간이 가르쳐줍니다. 방아를 멈추는 순간 동굴 속 어둠 같은 고요가 시작됩니다. 익숙해진 덕에 많이는 무감해졌지만 그래도 방아 찧는 소리가 요란한 건 사실입니다. 얼마 전 승학이 엄마를 만났더니 미안하다, 합니다. 미안한 일이 딱히 떠오르질 않아 물었더니, 이틀 전인 주일날 예배시간에 방아를 찧었다는 겁니다. 가능한 피하려고 했는데 손님의 다급한 청에 어쩔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전혀 몰랐던 일입니다. 이야기한 지난 주일만 해도 별 불편함 없이, 아니 아무런 불편함 없이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승학이 엄마는 방아를 찧을 때마다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 2022. 1. 5. '다래끼'와 '곱돌' 그리고 '개구리' 눈썹 하나를 뽑아 돌멩이 사이에 넣어두면 되었다. 누군가 그걸 발로 차면 됐다. 그러면 돌을 걷어찬 이에게 옮는다고도 했다. 들은 말대로 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우리식으로는 발바닥에 ‘地平’(지평)이라 쓰는 것이었다. 다래끼가 왼쪽 눈에 나면 오른쪽 발바닥에, 오른쪽 눈이면 왼쪽 발바닥에 지평이라 썼다. 반드시 먹물로 써야 효험이 있다는 그 글씨를 다래끼가 생길 때마다 썼다. 묘하게도 그 방법을 가르쳐 준 분은 교회 목사님이었다. 그래서 더욱 신빙성을 얻은 그 방법은 다래끼엔 무슨 특효약쯤으로 알았다. 어릴 적 갖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는 '곱돌'이었다. 만질만질한 돌로서 맨바닥에 글씨를 쓰면 하얀 글씨가 써졌다. 곱돌 만드는 비책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곱돌과 비슷하게 생긴 차돌을 땅속에 구멍을 파고 넣.. 2022. 1. 4. 라벤더 차 한 잔의 평화를 선물로 주신 새해 마지막 숫자를 1로 쓰다가 2로 고쳐 쓰면서 같은 하늘을 숨쉬고 있는 같은 예수의 날을 헤아리는 이 땅에 모든 생명들의 건강을 빕니다 라벤더 차 한 잔의 평화를 빕니다 백신을 맞고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코로나 바이러스와도 몸속 세계의 평화 협정을 기도합니다 숨쉬는 모든 순간마다 하늘의 평화가 임하는 내게 주시는 어려움과 아픔이 이 또한 내 몸을 살릴 선물이 되는 은총을 누리는 사색의 등불로 밝히는 감사의 오솔길을 걸으며 오늘의 햇살처럼 내 눈길이 닿는 곳마다 차 한 잔의 평화가 흘러가기를 2022. 1. 3.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2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