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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누가 부자야?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23) 부자는 누가 부자야? “어린 친구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란 참으로 어렵구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습니다”(마가복음 10:17-30). 젊은이는 슬픔에 잠겨 근심하면서 떠나갔다. 풀이 죽어 떠나갔다.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겉으로는 전보다 더 경건해지고 신심이 돈독해지고 기도를 더 많이 하고자 힘쓰며 정직하고 의롭고 곧은 사람으로 처신하고자 애썼다. 성전에 가고 헌금을 많이 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사도 많이 하여 참으로 경건한 인물로 흠모 받았다. 하지만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기분은 떨치지 못하였다. 만사가 전과 다르고 다 허전하였다. 자기가 왜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는지, 왜 지금도 이처럼 마음이 무거운.. 2015. 7. 23.
인간이 꿀벌처럼만 산다면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9) 인간이 꿀벌처럼만 산다면 피조물 안에 있는 선(善), 피조물의 꿀 같은 달콤함은 모두 하나님 안에서 모아집니다. 친구시인 가운데 양봉을 하는 이가 있다. 그는 꿀벌의 생리를 잘 알 뿐만 아니라 꿀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꽃 피는 식물에 대해서도 잘 안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사람이 꿀벌처럼만 산다면 세상이 오늘날처럼 망가지지는 않을 겁니다.”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무슨 말이오?” “제가 늘 산 가까이 살면서 보는데, 도시 아줌마들이 봄에 산나물을 캐러 오면 아예 산나물 종자까지 작살을 내고 갑니다. 꿀벌을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꿀벌은 꽃에 앉아 꿀을 따면서도 꽃을 해치지 않거든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취하면서도 상대에게 유익을 끼치는.. 2015. 7. 23.
새벽(의) 날개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21) 새벽(의) 날개 “내가 새벽 날개를 치며 바다 끝에 가서 거주할지라도”(개역개정), “새벽(의) 날개 붙잡고 동녘에 가도, 바다 끝 서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아보아도”(공동번역), 여기 시편 139편 9절에 나오는 “새벽의 날개”란 무엇인가? 이것은 히브리어 맛소라 본문의 “칸페이 샤하르”의 직역이다. 찬송가 뒤 교독문에 인용되어 있는 본문이므로 예배 때 자주 만나게 된다. 일반적인 독자들의 경우 읽으면 읽을수록 모르겠는 것이 아마도 “새벽의 날개”라는 표현일 것이다. 날이 밝을 녘을 일컫는 신간의 한 대목에 새나 곤충이 날 때에는 펴는 신체의 한 부분을 연결시키는 것이 우리말 독자에게는 자연스럽지 못할 것이다. 시편 139편 8-10절의 내용은 하나님의 현존을 피하지.. 2015. 7. 23.
산모(産母)의 권리, 그 시대가 우리보다 나았다(1)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28) 산모(産母)의 권리, 그 시대가 우리보다 나았다(1) 1. 이번 이야기는 “레위기에 나타나는 모정천리”이다. 이 주제를 보고, 대다수 사람들은 의아해 할 것이다. 제사 매뉴얼 같은 레위기에서 모정, 즉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까?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레위기가 어머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그것을 확인할 것이다. 그런데 레위기가 어머니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레위기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레위기의 핵심은 “거룩한 하나님․거룩한 백성”이다. 그런데 도대체 “거룩”이라는 게 무엇일까? 2. 레위기의 내용을 살펴보자. 레위기는 크게 세 부분(1-7장(+8-10장), 11-15장(+16장), 17-26장(+.. 2015. 7. 23.
남자화장실 청소를 왜 여자가 하죠?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29) 남자화장실 청소를 왜 여자가 하죠? 독일 유학 중일 때였다. 그리 가깝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학 식당에서 우연히라도 만나게 되면 함께 식사하고, 커피와 이야기를 나누곤 하던 독일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 동양 아가씨들에 대해 묘한 판타지가 있어 매번 나를 다리로 하여 한국 여학생들과 접촉을 하려하던 상당히 전술적(?)인 친구이기도 했다. 하여간 이모저모 이 친구는 동양 아가씨와 결혼하고픈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과감히 한국어를 배우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꿈(?)을 이루기 위한 이 친구의 노력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용기로까지 발전했다. 물론 1년여 짧은 어학 기간 동안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없었겠지.. 2015. 7. 23.
누가 골리앗을 죽였을까? 다윗 이야기(4) 누가 골리앗을 죽였을까?– 영웅 신화의 탄생 - 1. ‘여는 글’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우리가 다윗에 대해 아는 모든 것은 구약성서에서 왔다. 이 정도로 유명하고 영향력 큰 인물이라면 구약성서 말고도 기록이 남아 있을 법 한데 그렇지 않다. 구약성서 이야기의 역사성에 대해 회의적인 학자들이 다윗 이야기의 역사성에 특히 회의적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상세한 기록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 지나가듯이 어느 정도는 언급돼야 하지 않느냐는 거다. 반면 구약성서 이야기의 역사성에 회의적인 학자들 중에 오히려 다윗을 역사적 인물로 보는 학자도 있다. 조얼 베이든(Joel Baden)이 그런 사람이다(Joel Baden, The Historical David: The Real Life of an Inven.. 2015. 7. 21.
숨은 신? 숨은 신! 숨은 신!!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11) 숨은 신? 숨은 신! 숨은 신!! 내가 건강하고 평안했을 때 하느님은 어느 때나 어느 곳에서도 내 곁에 계셨다. 그러나 정말로 그의 도움이 나에게 절실했을 때 그분은 웬일인지 철저히 침묵하셨다. 그럴지라도 나의 지성으로 그가 아니 계신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의 부재가 아니라 그의 항구여일한 존재하심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존재가 엄위하심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는 그의 철저한 침묵과 외면 가운데 진행되는 비생명의 현실이 늘 있어왔다. 단지 내가 아직 살만하고 여유를 부릴 만 했으므로 나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그의 존재하시는 방식과 그를 믿는 방식에 있어서 중대한 착오와 착각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제 나에게 그러한 .. 2015. 7. 21.
태양의 계절, 생명성숙의 기회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23) 태양의 계절, 생명성숙의 기회 여름의 태양이 작열하지 않는다면 생명은 성숙의 기회를 잃게 됩니다. 물론 너무 뜨겁게 대지를 달구어 버린다면 만물이 기진맥진해버릴 수 있습니다. 그 절묘한 균형을 잡는 일은 그러나 우리에게 속한 능력과 권한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어, 태양의 자비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그렇기에 고대 인류에게 태양은 신적 존재가 되었던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다. 원시적 생존을 좌우하는 것은 날씨입니다. 날씨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은 그 날의 운명을 결정하는 씨앗이기도 합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과 해가 쨍쨍 비치는 날에 할 수 있는 일은 달라집니다. 빙하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 해도, 추운 동토에서 견뎌낼 수 있는 인간은 없습니다. 그.. 2015. 7. 20.
도(道)는 ‘평범하고 밝다’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27) 도(道)는 ‘평범하고 밝다’ - 전집 3권 『성서 개요』 「열왕기하」 편 - 오시지 말라고 그렇게 부탁을 드렸는데, 강단에 올라가 보니 ‘계시다.’ 어느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청중 가운데 앉아 계신 특강을 편히 여길까. 늘 사적 공간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로만 지내왔던 사이였는데, 하필 작은어머님께서 다니시는 교회에 초대된 까닭에 일정이 ‘노출’되어 버렸다. 어쩌랴. 애정표현이신 것을... 심호흡을 하고 그냥 준비한 대로 강의를 진행했다. “여러분은 사람을 둘로 나누라고 한다면 어떻게 나누시겠어요?” 서로 첫 대면, 청중들과의 거리를 좁히려 내가 던진 질문에 재미있는 이분법이 여기저기서 등장했다. 남자와 여자,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갑과.. 2015.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