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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날개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21) 새벽(의) 날개 “내가 새벽 날개를 치며 바다 끝에 가서 거주할지라도”(개역개정), “새벽(의) 날개 붙잡고 동녘에 가도, 바다 끝 서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아보아도”(공동번역), 여기 시편 139편 9절에 나오는 “새벽의 날개”란 무엇인가? 이것은 히브리어 맛소라 본문의 “칸페이 샤하르”의 직역이다. 찬송가 뒤 교독문에 인용되어 있는 본문이므로 예배 때 자주 만나게 된다. 일반적인 독자들의 경우 읽으면 읽을수록 모르겠는 것이 아마도 “새벽의 날개”라는 표현일 것이다. 날이 밝을 녘을 일컫는 신간의 한 대목에 새나 곤충이 날 때에는 펴는 신체의 한 부분을 연결시키는 것이 우리말 독자에게는 자연스럽지 못할 것이다. 시편 139편 8-10절의 내용은 하나님의 현존을 피하지.. 2015. 8. 5.
영혼의 둔감을 경계하며 기다릴 뿐 김기석의 톺아보기(11) 영혼의 둔감을 경계하며 기다릴 뿐 교회 종소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도 기독교를, 아니 기독교인들을 싫어했던 내가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다니. 그날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세상 밖으로 떠밀린 자의 고적감에 짓눌려 죽음을 생각하고 있던 내게 저녁 예배를 알리는 교회 종소리는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근원으로부터의 부름이었다. 아니 어쩌면 유수지에 얼비치고 있었던 석양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잔잔한 물결 위에 드리운 부드러운 햇살은 비현실적인 평안함을 내게 안겨 주었다. 그때 교회 종소리가 들려왔고, 마침 어머니가 내 곁을 지나가고 계셨다. 문득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내가 기독교와 맺은 인연의 시작이다. 나름대로 꽤 많은 월급을 받던.. 2015. 8. 5.
온유한 자가 차지하는 땅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29) 온유한 자가 차지하는 땅 - 전집 4권 『성서 연구』 「산상수훈」 편 2 - 결국엔 웃었다. 하지만 순간적이나마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 걸 보니 마음 한 구석에 ‘교만함’이 자리 잡고 있었나보다. 그래도 감정을 추스른 건 잘한 일이었다. 지난 학기말의 일이다. 처음 가본 작은 사학 공간은 그야말로 ‘어이없는 갑질’의 향연이었다. 대학 강사료가 워낙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갑’이었다. 그래도 아이들만 예쁘다면 나는 상관없었다. 어차피 ‘교수’의 역할이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자신의 전공 안에서 얻은 깨달음을, ‘프로페스(profess)’하는 직업이니까. 어느 강단이든, 어떤 대우를 받든, 나는 내 소리를 .. 2015. 8. 4.
엇갈리는 운명 다윗 이야기(5) 엇갈리는 운명– 야훼의 영이 사울에게서 다윗에게 옮겨가다 1. 사무엘이 사울의 후임자를 찾아 이새의 집에 갔을 때 그의 맘에 든 사람은 맏아들 엘리압이었다. 그는 엘리압을 보고 맘속으로 “야훼께서 기름 부어 세우시려는 사람이 정말 야훼 앞에 나와 섰구나.”라고 생각했단다(사무엘상 17:6). 하지만 그는 “너는 그의 준수한 겉모습과 큰 키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 그는 내가 세운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처럼 그렇게 판단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겉모습만을 따라 판단하지만 나 야훼는 중심[심장]을 본다.”(7절)라는 야훼의 말을 듣고 꼬리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기독교인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 ‘하느님은 겉모습이 아닌 중심을 보신다.’는 생각이 여기서 비롯됐다. 그러고 .. 2015. 8. 2.
친일, 한국교회와 세속적 권력 한종호의 너른마당(28) 친일, 한국교회와 세속적 권력 8월 해방의 달이면서 올해는 해방 70주년이다. 민족에게 고통을 가했던 자들이 다시 권좌에 오르고, 외세에 빌붙어 민족에게 피를 흘리게 했던 자들이 득세하는 현실은 해방정국을 들끓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그들은 이 나라의 주류 세력이 되었다.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를 놓고, 친일잔재세력들과 민중들은 대립했으나 미군정의 지원과 친일잔재세력의 기득권이 결합하여 대세를 쥐게 되면서 사태는 민족사의 요구대로 되어가지 않았다. 이러한 친일세력 청산과 관련해서 한국교회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다. 아니, 분명치 않다기보다 “친일인명사전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거나 “등재된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세상의 권세 위에 하나님의 권세가 있다는 것.. 2015. 8. 2.
콩 고르는 하나님 두런두런(24) 콩 고르는 하나님 오래 전 농촌에서 목회를 할 때의 일입니다. 며칠째 비가 내리던 오후, 겸사겸사 방앗간 아래에 살고 있는 할머니 집사님 집을 찾아갔습니다. 편한 걸음 편한 마음이었지요. 특별한 이유 없이 차 한 잔을 나누는, 그런 시간을 좋아했습니다. “계세요, 계세요?” 아무도 없는 듯 집안이 조용하여 몇 번을 불렀을 때에야 부엌문이 열렸고, 부엌에 있던 집사님이 환히 웃으며 맞아주었습니다. 귀가 어두운 집사님은 날이 흐려 집안이 어둑한데도 불을 따로 켜지 않은 채 부엌 창문께 바닥에 앉아 무슨 일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콩을 고르던 중이었습니다. 가을에 콩을 털고 콩대를 한쪽 구석에 쌓아 두었는데 겨울을 지나며 보니 콩대 아래 떨어진 콩이 보였습니다. 콩을 본 집사님은 다시 한 번 .. 2015. 7. 31.
산모(産母)의 권리, 그 시대가 우리보다 나았다(2)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29) 산모(産母)의 권리, 그 시대가 우리보다 나았다(2) 1. 레위기 12장은 산모에 대한 규정이다. 산모는 아이를 출산하면서 부정해진다. 정확하게 말하면, 부정하다고 규정되는 것이다. “여인이 임신하여 남자를 낳으면 그는 이레 동안 부정하리니 곧 월경할 때와 같이 부정할 것이며”(레위기 12:2).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여자가 생리를 하면 그것은 부정하다고 하는데(레위기 15:19-24), 에스겔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죄를 범한 것을 “이스라엘 족속이 그들의 고국 땅에 거주할 때에 그들의 행위로 그 땅을 더럽혔나니 나 보기에 그 행위가 월경 중에 있는 여인의 부정함과 같았으니라”(에스겔 36:17).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그들이 땅 위에 피를 쏟았”기 때문이다.. 2015. 7. 31.
어느 날 새벽 두런두런(25) 어느 날 새벽 새벽예배를 마치고 제단에 올라 기도 카드를 넘기다 만난 한 교우의 기도제목 “추위를 잘 지내는 이웃이 되세요.” 기도를 적은 날짜를 보니 지난해 연말 이웃들이 춥지 않게 겨울을 나기를 집사님의 기도는 그렇게 시작이 되었는데 맨 아래 적은 마지막 기도 “직장을 잃어서 실직자이오니 꼭 일자리를 주세요.” 갑자기 숨이 턱 막혀 고꾸라지는 것 같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다시 한 번 읽는데 생선가시 목에 걸리 듯 마음이 찔려오고 깨진 유리조각 손가락마다 박히는 듯 다음 카드로 넘기지 못한다. 멍하니 앉아 있다 고스란히 제단 위에 펼쳐 놓는다. 나로서는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눅눅한 이불 말리듯 젖은 빨래 말리듯 다만 그 분 앞에 펼쳐놓는 것 외엔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2015. 7. 30.
대지에서 솟아나는 영성의 향기 김기석의 톺아보기(10) 대지에서 솟아나는 영성의 향기 -장 피에르 카르티에, 라셀 카르티에의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모든 것이 기적입니다. 우리는 바로 그 기적 안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원은 지금 이 순간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종교입니다. 어쨌거나 나는 신이 생명이며, 그것이 바로 풀들을 밀어 올리고 나무들을 자라게 하는 생명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자각하고 경험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 영속적인 기적에, 그 생명력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신을 모독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39-40쪽) 경계인의 운명 자기의식을 가진 인간은 늘 이곳과 저곳 사이를 떠돈다.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현실이 자기 동일성에 대한 내적 확신을 뒤흔들기 .. 2015.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