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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가 된 비르투오조 지강유철의 음악정담(25) 사제가 된 비르투오조 - 프란츠 리스트(4) - 리스트는 1865년부터 1886년에 타계할 때까지 검은 수단(soutane)을 입은 가톨릭 성직자로 살았습니다. 이 사실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신기하다” 또는 “뜻밖이다”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나 그의 생애에서 신기하고 뜻밖인 것은 성직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리스트는 어려서부터 모차르트에 비견될 만큼 피아노 신동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해 죽을 때까지 정상을 지켰던 음악가입니다. 그런데 리스트는 가톨릭 성직자가 되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신학교를 보내달라고 반복해 졸랐던 것은 16-17살의 사춘기 때 일이었으니 한 때의 치기로 볼 수 있습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를 흠모하여 .. 2015. 6. 23.
유대인의 장막절(2)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13) 유대인의 장막절(2) 구약에 나타난 장막절 모세는 그의 고별설교에서 매 7년 마지막 해, 곧 정기 면제년의 초막절에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을 모아 놓고 율법을 선포하라고 명하였다(신명기 31:1-13). 솔로몬의 성전이 봉헌된 후 성전에서 제일 처음 지킨 절기는 다름 아닌 장막절이었다. 이때 이스라엘 모든 족속의 족장들이 소집되었고 엄청난 규모의 축제가 벌어졌다. 다음으로 성경에 기록된 장막절로는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후 느헤미야 시대에 있었던 축제를 들 수 있다. 바벨론의 포로생활 끝에 고국 땅에 돌아온 느헤미야와 에스라는 유대인의 재건을 위해 전 국민적인 장막절 운동을 일으켰다. 느헤미야서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백성이 이에 나가서 나뭇가지를 취하여 혹은 지.. 2015. 6. 22.
단순, 용감한 신앙의 선택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24) 단순, 용감한 신앙의 선택- 전집 3권 『성서 개요』 다니엘 편 - 오랜만에 만나 나의 근황을 묻는 지인의 말에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답했다. 전업주부 7년 차에 기적 같이 선 강단이지만 학생들을 만나는 기쁨이 컸다고. 처음엔 욕심내지 않고 아이도 어리니 한 과목만, 그러다 두 과목이 되고, 고정적으로 월급이 나오는 연구교수도 되고…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이게 자연스런 수순이라고 생각했다고 말이다. 아, 이렇게 ‘승진’해가는 거구나! 열심히 살면,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전문성을 채워나가면, 아이의 눈을 맞추고 존재의 요구에 반응하느라 잠시 멈추었던 걸음이라도 차근차근 다시 내 꿈을 이루어갈 수 있구나. 직업안정성도 더불어 성취할 수 있는 거구나. 그런데 .. 2015. 6. 22.
내 앞에서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우상에 절하지 말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2) 내 앞에서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우상에 절하지 말라 다신교는 미개하고 나쁜 종교? 나는 한 분인 하나님을 믿는다. 다신론자(多神論者, polytheist)가 아니라 유일신론자(唯一神論者, monotheist)라는 얘기다. 유대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를 가리켜 3대 유일신 종교라고 부르는데 나는 그리스도인이고 개신교 목사이니 그게 당연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구약성서시대에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그때는 신이 여럿이라고 믿는 게 당연했고 유일신 믿는 것은 지극히 ‘비정상’이었다. 대개의 그리스도인들은, 가톨릭 교인이든 개신교인이든 신앙에 입문(入門)할 때는 유일신교와 다신교의 차이를 알고 유일신을 믿겠다고 결심하진 않는다. 교회에서는 ‘그리스도교는 유일신 하느님.. 2015. 6. 21.
그럴듯한 지팡이 지녔다 해도… 그럴듯한 지팡이 지녔다 해도… 바닥까지 말라버린 개울가에 주저앉아 울어본 적 없다면 고단한 길 끝에 만난 풀밭 위를 마음껏 뒹굴러 본 적 없다면 서로 몸을 기대 단잠을 자는 모습을 보며 웃어 본 적 없다면 류연복 판화 어둠을 가르는 별똥별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폭풍우 속 길 잃은 한 마리 양의 울음소리 듣지 못한다면 사나운 짐승과 싸우느라 생긴 상처 보이지 않는다면 목자 아니다 그럴듯한 지팡이 지녔다 해도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2015. 6. 21.
요게벳, 어머니면서 어머니 아닌 삶을 살다(2)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23) 요게벳, 어머니면서 어머니 아닌 삶을 살다(2) 1. 모세를 낳은 그 부부는 그 아이를 차마 죽이지 못하고 석 달 동안 숨겨 키웠다. 성경은 “그가 잘 생긴 것을 보고 석 달 동안 그를 숨겼”다고 말한다(2절). 모세 부모가 모세를 차마 죽이지 못한 까닭은 그가 잘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 구절을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잘 생기지 않았다면, 모세를 나일 강에 버렸을 텐데, 인물이 좋아서 석 달 동안 집에서 몰래 키웠다는 의미로 해석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기서 “잘 생겼다”는 것은 히브리어로 “보기에 좋았다”는 것이다. 물론 잘 생긴 것으로 번역할 수도 있겠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어느 자식인들 예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지나치.. 2015. 6. 19.
어느 날의 기도 어느 날의 기도 말씀 준비를 마치고 준비한 말씀 앞에 앉으면 언제라도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천천히 아득히 말이지요. -죄송합니다, 감히 말씀의 준비를 ‘마쳤다’ 하다니요! 그래도 설렘이 아주 없지는 않아 마치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식구를 기다리는 엄마의 심정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뿌듯한 기다림이지요. 그게 전부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많은 순간 부실함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걸 먹고 탈이 나진 않을까,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것 아닐까, 노심초사 마음이 무거워지곤 합니다. 일러스트/고은비 주님, 주님의 말씀 앞에 무얼 더 보태고 뺄 수가 있겠습니까? 다만 정성으로 준비하게 하소서. 어느 해 저무는 저녁 지나가다 우연히 들른 작고 외진 마을 허기를 달래려 찾은 허름한 식당에서 생각지 못한 정갈한 음식 대하.. 2015. 6. 19.
“주님, 어찌하여 나병환자로 저를 찾아 오셨습니까?”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4) “주님, 어찌하여 나병환자로 저를 찾아 오셨습니까?” 영적인 것과 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남에게 나누어주지 않는 사람이 영적이었던 적은 결코 없습니다. 모름지기 사람은 영적인 것과 복을 자기를 위해서만 간직해서는 안 됩니다. 무릇 사람은 자기 몸과 영혼 안에 지닌 모든 것을 서로 나누고, 남이 자기에게 바라는 것이면 무 엇이든지 내주어야 합니다. 비바람이 몹시 심하게 부는 어느 날 밤, 남루한 차림의 거지가 성 프란체스코의 오두막으로 찾아왔다. “너무 배가 고프고 추우니, 먹을 것과 잠자리를 좀 마련해 주세요.” 프란체스코는 얼른 그 거지를 데리고 들어와서 불빛에 비춰 보니, 그 거지는 얼굴과 코가 문드러진 문둥이였다. 그는 서둘러 음식을 준.. 2015. 6. 18.
표절, 위태로운 타락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8) 표절, 위태로운 타락 신경숙 표절은 신경숙의 문학정신 실종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이 사태는 1. 허와 실을 교묘히 뒤섞어 직조해서 진실을 은폐하는 현실에 둔감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 2. 역사와의 치열한 긴장을 피하고 아편이 되어가는 문학, 교육, 정치의 타락, 3. 탐미주의가 돈이 된다면 극우의 손도 몰래 잡는 지식인들의 감추어진 전향을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문학의 소멸 앞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문학 비평가들의 가짜에 대한 전투개시는 단지 문학에만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어느새 권력이 되어버린 이름의 무게와 허위, 시장의 유혹, 정신적 투쟁의 궤멸 상태 등에 대한 새로운 전선 구축과 관련이 되어갈 것이며 그리 되어야 할 것입니다... 2015.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