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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고독의 문지방 꽃자리의 종횡서해(11) 진정한 고독의 문지방 -《토머스 머튼의 영적 일기》- “우리에게 고독은 원죄로 분열된 사람들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욕정과 죽음으로 꾸며낸 존재의 인위적․가식적 단계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한다.”(408쪽) “내 자녀 요나여, 나를 본 적이 있는가? 자비, 깊고 깊은 자비, 나는 우주를 끝없이 용서해 왔다. 나는 죄를 모르기 때문이다.”(546쪽) 역시귀본逆時歸本의 실천 큰물에 떠 밀려 오는 부유물처럼 일상이 추레하고 번잡할 때 사람은 누구나 고요함을 희구한다. 침묵의 무게가 부족할 때 영혼은 걷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치곤 한다. 이드거니 앉아 삶을 관상하기에는 현대인의 삶은 너무 분주하다. 달리고 또 달리느라 숨은 턱에 차고,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는 눈길조차 줄 수 없다. 벚꽃.. 2015. 6. 11.
때로는 눈먼 이가 보는 이를 위로하였다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21) 때로는 눈먼 이가 보는 이를 위로하였다 “그가 당신의 눈을 뜨게 해 주었다니 당신은 그를 어떻게 생각하오?” “그분은 예언자입니다.” “우리가 알기로 그는 죄인이오.”(요한복음 9:1-38) 제목으로 쓴 글귀는 종교화가 루오의 화집 에 나오는 어느 그림의 제목이다. 요한복음 내용에 맞춘다면 “눈먼 이가 보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보여주었다”고 바꿈직하다. 참으로 성서는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 같다. “당신이 소경으로 태어난 사람인가?” “그렇습니다.” “할멈, 이게 당신 아들 틀림없어?” “그렇습니다만.” “소경으로 태어났다 이 말씀인가?” “소경으로 태어난 것만은 틀림없읍죠.” “영감, 당신 아들이 그러면 지금은 어떻게 말짱한 거야?” “글쎄요.. 2015. 6. 11.
페스트, 메르스, 그리고 희생양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24) 페스트, 메르스, 그리고 희생양 메르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 증후군)의 침입에 한국 사회가 휘청거리고 있다. 치사율 40%라는 공포의 수치가 사람들의 마음을 어둡고 차갑게 만들었다. 그래서 정부가 제 아무리 공기 중 감염은 희박하다고 강조를 하여도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바깥출입을 자제하고 있다. 이런 지경이니 평소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들이 한산해진다. 각종 쇼핑센터, 대형 할인마트, 백화점, 영화관, 음식점 등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졌고, 각종 학교의 휴교령으로 대중교통도 여유로워졌다. 다만 주택가 근방의 PC방들은 학교를 가지 않는 학생들로 성업 중이라고 한다. 모여 있지 말라고 내린 휴교령인데, 결국 아이들.. 2015. 6. 10.
공멸의 사회를 만들려 하는가 한종호의 너른마당(24) 공멸의 사회를 만들려 하는가 한국사회가 난마처럼 얽히고 있다. 메르스는 그야말로 블랙홀이다. 수습책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한국사회를 이끌고 있는 정치권이나 지식인 사회, 특히 종교계조차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공동체에서 더 이상 희망을 발견할 수 없다는 확신이 퍼져 나갈 때, 그것이야말로 위기 가운데 위기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위기 수습에 딱 부러지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총체적인 역량 파산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사태들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럽다. 이 나라가 얼마나 비리와 부정으로 가득 찬 지를 드러낸 성완종 사태도 그렇고, 갈등이 첨예한 정치적 현안과 관련해서 사회적 조정력이 얼마나 부실한지는 세월호 참사, 끝없이 공권력으로 밀.. 2015. 6. 9.
유대인의 장막절(1)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12) 유대인의 장막절(1) 우리 식구는 이스라엘 유학 시절의 대부분을 ‘길로’라는 동네에서 보냈다. ‘길로’는 예루살렘 남부, 해발 800미터의 구릉지대에 세워진 유대인 정착촌으로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이루고 있다. 특이한 것은 어느 집이든 네 평 정도의 정사각형 형태의 베란다가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살던 3층 아파트에도 베란다가 있었는데, 가끔 고기를 구워 먹기에 좋았다. 모든 아파트는 아래층이 위층보다 베란다 공간만큼 넓게 설계되어 있었다. 1층이 가장 넓고, 2층은 3층보다 베란다 공간만큼 넓고, 3층은 또 4층보다 베란다 공간만큼 넓게 건축되어 있었다. 베란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설계에 철저하게 적용된 것이다. 따라서 어느 아파트의 베란다이든 그곳에 누우면 탁.. 2015. 6. 9.
땡중 같은 자들이 하도 많아서…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7) 땡중 같은 자들이 하도 많아서… “당백전(當百箋)” 또는 줄여서 “당전(當箋)”은 대원군이 왕권의 강화를 상징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경복궁 중축의 재정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동전임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가치가 동전 하나 당, 백전에 맞먹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애초에는 대원군의 위세를 업고 꽤나 고가행세를 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많이 찍어내다 보니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되어 그 가치가 점차 바닥을 치게 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처음에는 보통 서민들이야 당백전 또는 당전 구경조차 해보지 못했다가, 나중에는 너나 할 것 없이 가지게 된 돈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당전은 급기야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시시한 돈으로 취급되었고, 사람들의 입에서는 고품격 “당전”이 아니.. 2015. 6. 9.
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3) 양진일의 공동체, 하나님 나라의 현실(22) 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3) 저는 앞글에서 건강한 부부는 잘 싸우는 부부라 했습니다. 싸우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싸우지 않는 것은 만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주일에만 만나는 성도 사이에는 웃음만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신사답게 만나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삶에 대해 간섭할 일도, 책임질 일도 없기에 사람 선한 미소로 서로를 마주 대할 수 있습니다. 갈등의 깊이는 관계의 깊이와 비례합니다. 가장 사랑하는 관계가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관계입니다. 서로의 삶에 대해 관심도 크고, 각자의 삶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크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삶은 아내에게 영향을 미치고, 아내의 삶도 남편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부모.. 2015. 6. 9.
정명훈 선생, 프란츠 리스트는 왜? 지강유철의 음악정담(23) 정명훈 선생, 프란츠 리스트는 왜? - 프란츠 리스트(3) - 프란츠 리스트의 생애와 작품은 많은 부분이 알려지지 않았거나 왜곡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을 덜 받은 부분은 작가로서의 리스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습니다. 물론 그는 19세기 중반의 유럽에서 비교 대상이 거의 없는 피아니스트였고, 로베르트 슈만, 베를리오즈, 바그너처럼 음악 평론을 본격적으로 하지도 않았습니다. 때문에 당시 유럽이 그의 글을 주목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의 글에 대한 21세기의 평가는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가 쓴 몇몇 글들은 지금 여기에서 읽어도 속이 후련하고 배울 바 또한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리스트가 남긴 저서, 에세이.. 2015. 6. 9.
김교신이 우치무라에게서 배운 것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22) 김교신이 우치무라에게서 배운 것 -「우치무라 간조론에 답하여」 1930년 - 흔히들 김교신의 스승이 ‘우치무라’라고 한다. 그 호명에 김교신도 깜짝 놀랐다. 물론 그가 우치무라의 성서연구 모임에 참석한 사실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평양신학교 기관지인 『신학지남』에 실린 우치무라 간조에 대한 글에서 ‘조선인 제자’로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 김교신은 기회를 빌어 자신이 우치무라를 어찌 생각하는지, 그로부터는 무엇을 배웠는지를 밝힌다. 김교신이 처음 기독교 복음을 접한 것은 1920년 4월 16일 동경 시 거리를 지나던 저녁 무렵이었다. 당시 동양선교회 성서학원에 재학 중이던 한 청년의 설교에 깊은 울림을 느꼈다. 하여 이틀 뒤 주일에 근처 교회를.. 2015.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