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63 메르스 바이러스, 데카메론의 시간 천정근의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10) 메르스 바이러스, 데카메론의 시간 지금 창궐(?)중인 메르스 바이러스 유언비어 유포의 진원지는 단언컨대 언론이다. 언론이란 결국 기자들이 쓰는 글이다. 그러나 기자들이 작가는 아니다. 기자는 작가처럼 상상력으로 기사를 쓰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 둘의 경계가 분간이 안 될 때가 자주 있다. 문제는 상상력이 아니라 상상력의 건강성, 곧 독자들을 상상하게 만드는 기사가 지향하는 현실이 어떤 것이냐이다.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얼마만한 절망과 기원이 담겨야 하는 것인가? 절망 속에 기원을 담아야 한다면 그것은 어떤 상상력이어야 하는 것일까? 비단 메르스 바이러스뿐만이 아니다. 계속해서 우리 사회가 마치 재난 영화에 등장하는 현장의 수많은 캐릭터들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 2015. 6. 1. 걷잡을 수 없이 못된 애 이범진의 '덤벙덤벙한 야그'(15) '걷잡을 수 없이 못된 애' 길을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거리 오락실! 요즘은 집집마다 컴퓨터가 있으니 그럴 리 없겠지만, 약 30년 전만 해도 최고 인기였습니다. 한 판에 30원하다가 올라서 50원이었죠.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모여, 게임을 구경했고, 한 게임을 하기 위해선 30분 이상 줄을 서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게임이 나오기라도 하면 밤이 되는지도 몰랐지요. 그러니까…, 도벽이 생긴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제 나이 여덟 살 때, 오락은 하고 싶고, 돈은 없고. 월 4천 원 정도 하던 우유급식비를 삥땅쳐 모두 오락실에 쏟아 부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게임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한 시간도 채 넘기지 못했습니다. 500원을 가져가도 10분을 넘기지.. 2015. 5. 31. 두 명의 프란체스코와 백건우 지강유철의 음악정담(22) 두 명의 프란체스코와 백건우 - 프란츠 리스트(2)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던 지난해 7월 24일,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영혼의 소나타’란 제목으로 제주항 특설무대에서 추모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연주회 10여 일 전에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백건우는, ‘부다페스트 공연을 준비하다가 세월호 소식을 접한 뒤 할 말을 잃었고,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어 화가 났었다’고 느리게 말했습니다. 추모 콘서트 제안을 받았을 때 백건우는 자신의 연주회 일정을 변경했고, 파리-서울 왕복 항공료는 물론 출연료까지 포기했습니다. 곁에서 지켜 본 윤정희는 수십 년 연주 생활 중에서 남편이 레퍼토리 선정을 놓고 이번처럼 심혈을 기울인 적은 없었다고 거들었습니다. 백건우는 죽음, 상처, 치유란.. 2015. 5. 31. 생명의 법칙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21) 생명의 법칙 - 「농사잡기」, 1934년 9월 -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하루하루 바삐 뛰며 지내다보니 먹거리로 받은 고구마 한 무더기를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다. 구석에서 존재감 없이 있다가 버려지려고 열매로 영근 생명이 아닐 텐데, 어느 날 문득 대청소 중에 발견하고 살펴보니 꼴이 말이 아니다. 건조한 날씨에 빼빼 물기 마른 모습으로, 도려내어 먹기에는 고구마 싹들이 군데군데 너무나 많이 나와 있었다. 빠르게 내 머리를 스치고 간 생각, 그냥 버려? 자칫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향할 뻔한 고구마 열 덩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미안한 생각이 들어, 얼른 베란다 한 귀퉁이 큰 바구니에 담고 물을 부어 놓았다. 그러고는 또 하루씩 살아내느라 그 일조차 잊고 지내기를 열흘 쯤.. 2015. 5. 31. ‘그분의 정원’으로 통하는 문 한종호의 너른마당(22) ‘그분의 정원’으로 통하는 문 인간의 목숨은 언젠가 끝이 있습니다. 몸은 늙고 더는 기운이 없어 무너져 갑니다. 그 몸에 담아 둔 영혼은 그래서 몸에 더 이상은 머무를 수 없게 됩니다. 살아생전 몸이 태어나 자라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영혼도 함께 자라나고 변모하지만 몸에 끝이 오면 영혼은 다른 차원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그 이후 그 영혼이 계속 성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몸과 더불어 자란 만큼만 성장해서 그 영원한 운명을 살아가게 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예수께서 하신 말씀에 의지하자면, 그 다음에는 지금의 몸이 아닌 다른 몸을 입고 살아갈 테니 역시 영혼도 새로운 차원의 성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시간은 .. 2015. 5. 29. 민들레 한희철의 두런두런(10) 민들레 - 동화 - “얘들아, 오늘은 엄마가 너희들에게 중요한 얘기를 들려줄게.” 엄마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낮고 차분합니다. “뭔데요, 엄마?” 엄마 가슴에 나란히 박혀 재잘거리던 씨앗들이 엄마 말에 모두들 조용해졌습니다. “머잖아 너희들은 엄마 곁을 떠나야 해. 제각각 말이야.” “엄마 곁을 떠나야 한다고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씨앗들이 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래. 너희들은 떠나야 해. 떠날 때가 되었어. 보아라. 너희 몸은 어느새 까맣게 익었고, 너희들의 몸엔 하얀 날개가 돋았잖니?” 엄마 곁을 떠나야 한다는 말에 모두들 놀란 얼굴이 되었습니다. “싫어요, 엄마. 우린 언제나 엄마랑 함께 살 거예요.” “우리들끼리도 헤어져야 한다니 너무 무서워요.” “엄마 곁을 떠나.. 2015. 5. 28. 십브라와 부아, 목숨 걸고 아이들을 지키다(1)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20) 십브라와 부아, 목숨 걸고 아이들을 지키다(1) 1. 어머니들의 어머니. 오늘은 아이를 낳은 어머니들보다 더 어머니다운 그런 여인들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 출애굽기는 이다. 한글 개역성경은 “야곱과 함께 각각 자기 가족을 데리고 애굽에 이른 이스라엘 아들들의 이름은 이러하니”(출애굽기 1:1)로 번역하는데, 히브리어 문장은 “이것들이 이름들이다”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열두 아들 이름을 열거하는데, 이 이름의 책 출애굽기에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야곱과 그의 아들들의 이름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나오는 이름은 무엇인가? 3. “바로”(11절)는 이름이 아니고 왕을 가리키는 직함이다. 그리고 “모세”라는 이름은 2장 10절에 가서야 나온다. 성경기자는 모세.. 2015. 5. 28.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궁극의 위로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1)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궁극의 위로 피조물의 위로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것에는 무언가가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위로는 순수하고 잡스러운 것이 섞여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완벽하고 완전합니다. 지난 겨울에는, 교우 중에 한 분이 참척의 아픔을 겪었다. ‘참척’이란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은 일을 말하는 것. 나는 교우를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교우 딸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 영안실로 향했다. 교우의 딸은 막 대학원을 졸업한 장래가 촉망되는 공학도였다. 나는 그가 장기에 퍼진 암으로 죽기 전에 몇 차례 대면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직 앳된 얼굴에 영혼의 해맑음이 어려 있었다. 병원 지하의 썰렁한 영안실, 교우는 얼마나 울었는지 얼.. 2015. 5. 28. 종교학-신학-교학 어떻게 만날까?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22) 종교학-신학-교학 어떻게 만날까? 철지난 과제? “종교학-신학-교학 어떻게 만날까?”는 사실 낡은 물음이요 철지난 과제이기도 하다. 1870년 영국 왕립연구소에서 막스 뮐러(Friedrich Max Müller, 1823~1900)가 새로운 정신과학으로서 종교학(science of religion)을 선언할 때 이미 저 물음은 뜨거운 이슈였고, 그때가 이미 백 년도 더 된 옛날이다. 뮐러의 선언적 작업 이후 많은 초기 종교학자들이 독립학문으로서 종교학의 자립을 위해 모학문이랄 수 있는 신학, 교학과의 자리매김과 역할 분담을 위해 가열하게 경쟁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 결과 지금 종교학은 종교를 연구하는 경험학문으로 나름대로 학문적 입장을 정리했고, 신학이나 교학에.. 2015. 5. 28. 이전 1 ··· 259 260 261 262 263 264 265 ··· 2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