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63 시대의 교사가 그리운…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4) 시대의 교사가 그리운…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인가?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와 같이 물으면 낡은 세대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대신 누가 인기가 있지? 하는 쪽이 더 분명한 대답이 나오는 현실입니다. 대중의 인기가 성공의 척도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인기가 있다는 것은 당사자에게 좋은 일입니다. 그만큼 대중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 나쁠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역시 인기란 대중의 취향이 변하는 것만큼 그 수명이 짧습니다. 인기에 연연하다가 정작 자신의 진정한 본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대중의 입맛에 맞춰 성형 수술해버린 결과입니다. 인기를 한 몸에 모으다가 그 인기가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순간.. 2015. 5. 14. 글자 탓 한희철의 두런두런(9) 글자 탓 요 며칠은 예배당 주위의 풀 뽑는 일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예배당 마당 구석구석에 풀들이 제법 자라 올랐다. 잡초는 밤에도 잠을 안 잔다더니, 잠깐 잊고 있으면 어느새 욱 자라 있고는 한다. 저녁나절 괭이로 풀을 긁고 있는데 예배당 옆집에 사는 승혜가 책 하나를 끼고서 마당으로 들어섰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예쁜 여자 아이다. 옆구리에 끼고 온 책을 보니 이다. 다음날 배울 내용을 이해할 때까지 읽어가는 것이 선생님이 내준 숙제라고 했다. 지난번 받아쓰기 때 좋은 성적이 아니었던 승혜에겐 바른 생활 과목이 썩 내키는 과목은 아닌 듯싶었다. 승혜가 한 자 한 자 손으로 짚어가며 책을 읽는다. 그러나 곳곳에서 막힌다. 어둘 녘까지 승혜는 내가 풀을 뽑는 곳을 따라다니.. 2015. 5. 14. 교회 대형화와 브랜드화의 병리현상들 이진오의 건강한 작은 교회 이야기(14) 교회 대형화와 브랜드화의 병리현상들 한국교회 신학적/윤리적 타락의 그야말로 막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을 교회 성장주의 다시 말해 "대형화"에 따른 현상으로 이해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인식의 확산에는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여러 사건사고들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목회자 가족을 둘러싼 재정비리, 한국교회 연합 기관 대표회장 선거에서 불거진 금권선거 논란, 담임목사직 세습, 목회자에 의한 성범죄, 박사학위 논문 표절 문제, 정치적 이념적 편향의 극단적 표출 등 끊이지 않고 터지는 문제의 중심에 대형교회들이 자리 잡고 있다. 교회만 성장시키면 교리적 타락이든, 윤리적 부패든 모두 용서되고 용납되는 세속화가 횡횡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의 신학적 .. 2015. 5. 14. 무진기행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3) 무진기행 스물 세 살의 청년이 쓴 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김승옥의 《무진기행(霧津紀行)》은 지난 세월, 수많은 문학 지망생들에게 하나의 교과서처럼 되었습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세려된 문체는 60년대 문학의 우울함을 뚫고 자신을 비추는 투명한 거울이기도 했습니다. 무진은 이름 그대로 “안개 나루터”입니다. 김승옥의 글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훗날, 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되기도 한 이 작품은 김승옥이라는 작가가 통과하고 있던 정신적 방황과 급속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 2015. 5. 13. 쉼, 평화의 시작 김기석의 톺아보기(2) 쉼, 평화의 시작 활동보다는 존재가 먼저 “편안해 보이시네요.”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니까 잘 적응이 안 되는데요. 늘 뭔가에 쫓기듯 살아왔는데 이렇게 지내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손에서 할 일을 내려놓으니까 불안하지요?” “불안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낯설어요. 마룻바닥에 엎드려 책도 보고, 멍하니 천장도 올려다보고, 졸리면 낮잠도 자고….” “수양회를 준비하는 분들이 ‘주제를 뭘로 할까요?’하고 묻길래, ‘쉼, 평화의 시작’이라고 말하니까 좀 당황스러워하더군요. 수양회를 잘 하려면 뭔가 이벤트를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는데, 담임목사라는 이가 이번 수양회는 교인들을 좀 심심하게 내버려두라고 하니까 고개를 갸웃거려요. 하지만 사람은 심심함에 처할 줄도.. 2015. 5. 13. 우리 죄가 이리 큽니다 한종호의 너른 마당(20) 우리 죄가 이리 큽니다 하나님, 만물이 푸르른 계절이 왔습니다. 겨우내 숨죽여 지냈다고 여긴 생명이 알고 보니 지금의 순간을 준비하는 나름의 고투를 겪어 온 것을 새삼 알겠습니다. 그건 어딘가로 도피하거나 또는 기력이 쇠해져서 안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긴 인내와 간구 속에서 이루어진 사건임을 고백할 수 있습니다. 꽃들이 피고 개구리의 모습이 보이고, 새들이 지저귀는 산하가 아름답습니다. 나무들이 하늘을 수놓는 화단이 되고 사람들은 그걸 바라보며 즐거워합니다. 실로 하나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이 이토록 절경입니다. 그건 애초에 에덴동산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깨닫게 해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리 저리 얼룩진 이 세상도 이렇듯 하나님께서 생명의 기쁨을 따로 마련해놓으셨는데.. 2015. 5. 13. 아무리 그래도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니… 곽건용의 짭조름한 구약 이야기(13) 아무리 그래도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니… - 아브라함 이야기 1 - 1. 목사와 버스 운전사가 천국에 갔는데 운전사는 대궐 같은 집을 배정받았고 목사는 초라한 집을 배정받았단다. 목사가 베드로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베드로 왈, “당신이 설교할 때 청중은 졸았지만 운전사가 운전할 땐 하도 위험하게 운전해서 승객들이 ‘주여, 여기서 살려주신다면 교회에 잘 나가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 너는 사람들을 졸게 만들었고 저 친구는 기도하게 만들었으니 큰집에 살 자격이 있는 거다.” 연설이 됐든 설교가 됐든 글이 됐든 지루하지 않아야 하는 건 매 한 가지다. 존 웨슬리는 설교시간에 한 사람이라도 졸면 설교를 중단했다지 않나. 이런 얘기로 글을 시작하는 건 이 글 내용이 그리스도인.. 2015. 5. 12. 종교와 근본주의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20) 종교와 근본주의 사람들은 왜 종교를 택할까? 다들 행복하자고 하는 일일 텐데, 때로는 종교 때문에 더 심각한 갈등과 분열이 생겨나기도 한다. 다들 생각이 있고 뜻도 있어 ‘무언가’를 주장하는 것일 텐데, 그런 주장 행위 때문에 적잖은 아픔과 균열, 그리고 분쟁이 생겨난다. 때론 그것이 구호나 추상적 이념 논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으로 나아가 실질적 피해가 생겨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또 근본주의가 문제라는 서늘한 비판이 회중의 입에 오르내린다. 왜 그럴까? 행복하자고 택한 종교인데. 왜 그 때문에 괴롭고 힘든 상황이 펼쳐지는 것일까? 도대체 종교가 무엇이기에! 이처럼 종교는 커다란 벽이 되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들 인간에게 종교는 어떤 것이.. 2015. 5. 11. 부처님의 미소와 예수님의 얼굴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19) 부처님의 미소와 예수님의 얼굴 “그들이 눈을 들어 살피니 아무도 없고 예수 그분만 보였다”(마태복음 17:1-9). 어느 해인가 결혼 주례를 위해 경주땅을 난생 처음 밟게 된 필자는 토함산 석굴암의 부처님 상을 보러 갔다. 의연한 본존상이 짓는 그윽한 미소에서 필자는 이제껏 세계 어느 곳에서 본 형상보다 위엄 있고 경건한 인간상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인류가 돌에 새긴 가장 위대한 작품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석굴암의 아미타불을 들게 되었다. 사람은 볼품이 있어야 한다. ‘미모는 말없는 추천장’이라는 속담도 있다. 늠름한 풍채에 멋진 외모는 여인의 눈길만 끄는 것이 아니라 남자의 선망도 일으킨다. 아리따운 여인을 바라보는 모든 남성의 눈빛에는 “아, 드디어 나타났구나!”.. 2015. 5. 10. 이전 1 ··· 262 263 264 265 266 267 268 ··· 2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