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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사에 등장한 원조 ‘오빠 부대’ 지강유철의 음악정담(21) 음악사에 등장한 원조 ‘오빠 부대’ - 프란츠 리스트(1) - 음악가 평전을 쓸 기회가 생긴다면 저는 고민하지 않고 프란츠 리스트(1811-1868)를 선 선택하겠습니다. 리스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나 닮고 싶은 음악가가 아닙니다. 그를 좋아하지만 바흐처럼 존경하지는 않습니다. 구스타프 말러처럼 리스트가 제 취향인 건 맞지만 그는 좀처럼 저를 미치게 만들진 않습니다. 그러니 리스트는 제게 최고일 순 없습니다. 미치게 만들지 못하는 음악이라면 2프로 부족하다는 것이 제 생각이니 말입니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리스트는 외식에 가깝지 외국에 오래 체류할 때 너무도 먹고 싶은 김치나 쌀밥이나 짜장면 같은 주식(主食)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쓰고 싶은 음악가 평전은 제가 존경하고 사.. 2015. 5. 24.
여름, 물의 신화 태양의 소설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5) 여름, 물의 신화 태양의 소설 짧은 봄이었습니다. 그만큼 아쉬움의 그림자는 깁니다. 5월은 그렇게 새로운 계절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퇴장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름이 성큼 와버리는 기운에, 여전히 봄인 줄 알고 있던 꽃들도 혹시 놀라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여름은 아무래도 봄에 비해 때로 난폭할 때가 있습니다. 봄에 길들여진 마음으로는 난데없는 기습을 당하는 처지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도 그렇고 까맣게 하늘을 덮는 구름이 쏟아내는 장대비도 다소 우격다짐의 모양새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름은 우리를 밀폐된 곳에서부터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가장 개방적인 계절입니다. 닫혀 있던 문을 열지 않고서는 지낼 수 없는 시간을 겪게 합니다. 내성적.. 2015. 5. 22.
착한 노래가 듣고 싶다 김기석의 톺아보기(3) 착한 노래가 듣고 싶다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꽃 저꽃 저꽃 이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재미솔솔 이야기나라’ 수업이 진행되는 방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들의 낭랑한 노랫소리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풀꽃에까지 눈길을 주고, 기어이 예쁘다고 칭찬까지 하는 그 마음이 다사롭다. 반복되는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다. 아이들은 ‘이꽃 저꽃 저꽃 이꽃’ 하는 대목에 이를 때마다 곁에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았으리라. 참 좋다. 착한 노래가 착한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 이 시대의 가객 홍순관이 불렀던 노래도 귀에 쟁쟁하게 울려왔다. “왜 국에다 밥 말았어 싫단 말이야 싫단 말이야 이제부터 나한테 물어보고 국에 말아줘 꼭 그래야 돼.” 7살짜리 꼬마의 항변.. 2015. 5. 22.
예수의 심란한 마음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20) 예수의 심란한 마음 “인자가 영광스럽게 될 시간이 왔습니다. 지금 제 영혼이 몹시 산란합니다. 무슨 말씀을 드릴까요?”(요한복음 8:1-11) 안드레와 빌립이 헬라계 백인을 데려오자 예수께서는 놀라신다. 무슨 예감이 드셨는지 모르지만 “결단의 시간이 왔구나!” 하는 표정이다. 어차피 양자택일하는 것이 인생이기는 하나…. 자연에도 법칙이 있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는다.” 옳은 말씀이다. “그래 옳거니! 너희들 다 죽어 다오, 너희를 밑거름 삼아 내가 무럭무럭 자라나 백 배도 천 배도 결실을 낼 터이니.” 그런데 예수님의 삶은 이러한 자기 보존의 법칙을 무시한다. “이 세상에서 제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그것을 보전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 2015. 5. 22.
다말, 모권(母權) 싸움에서 이기다(2)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19) 다말, 모권(母權) 싸움에서 이기다(2) 1. 어머니 다말. 다말이 원했던 것은 여러 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다말은 어머니가 되기를 가장 원했다. 다말처럼 어머니가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다말의 소원만은 아니었다. 남편인 엘도 원했을 것이고, 엘 사망 후에는 시아버지 유다와 주위 사람들도 다말이 아이를 출산해서 엘의 대를 잇게 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았다. 유다가 다말을 친정으로 되돌려 보냈기 때문에, 다말이 어머니가 되는 길은 더욱 멀어 보인다. 2. 하지만 다말은 어머니가 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성경기자도 다말을 포기하지 않는다. 성경기자는 다말이 어머니가 되는 과정을 상당히 상세하게 꼼꼼하게 서술한다.. 2015. 5. 22.
생활 속 경전 읽기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21) 생활 속 경전 읽기 경전(經典, canon) 어쩌면 우리는 이 이름을 무겁게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위엄 있는 책장에 속한 서물(書物)들 중에서도 가장 버겁고, 혹은 가장 훌륭한 치장 속에 출중한 권위를 만끽하고 있는 금박의 책들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 고개를 들어 과연 ‘경전이란 무엇인가?’에 생각을 집중해보면 잠시 아찔한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도 쉽게 부인하지는 못한다. 지금껏 지구라는 이름의 땅덩어리에 수없이 많은 전통과 문화, 그리고 종교들이 생멸 해왔고, 또 그만큼 많은 양의 경전들이 우리에게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전 자체에 대해 던지는 진지한 질문에는 너무 인색하지는 않았는가. 바로 이러한 경전 자체에 던지는 우리의.. 2015. 5. 21.
영적 치매와 과다한 설교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0) 영적 치매와 과다한 설교 하나님은 영혼이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은 영혼에게 많은 것을 받을 기회를 줍니다. 그렇게 해야만 몸소 많은 것을 줄 기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영혼을 넓힐 기회는 많지 않다. 지상 위에서의 우리 생은 영혼을 넓힐 유일한 기회이다. 하지만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영혼의 넓이보다 교회 건물의 넓이에 관심을 기울이고, 영혼의 확장보다 교세의 확장을 원한다. 사실상 교회 건물의 넓이와 교세의 확장은 영혼의 확장과 아무 관계가 없다. 오히려 교회 건물이 넓어질수록 그 영혼은 위축되고, 교세가 확장될수록 사람들의 영적 관심은 엷어지지 않던가. 근자에 한국교회 어느 교단에서 교단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졸한 다툼을 벌이는 것.. 2015. 5. 21.
차이는 존중해야 하고 차별은 거부해야 한다 한종호의 너른 마당(20) 차이는 존중해야 하고 차별은 거부해야 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본떠서 창조되었다.” 창세기에 나오는 인간 창조의 기준은 인류사회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인권선언이다. 모든 종교는 신과 인간 사이의 차이를 전제하고 이를 강조하는 교리를 가지고 있다. 기독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성서의 이러한 선언은, 신과 인간 사이의 본질적 차이만 부각시키는 여타의 종교적 주장과는 달리 인간의 존엄성이 신적 위상을 가지고 있음을 아울러 주목하고 있다. “하나님과 인간은 다르다. 그러나 인간의 본질에는 하나님의 형상, 그러니까 그 신적 이미지가 담겨 있다. 따라서 인간을 모독하고 짓밟고 차별하는 것은 하나님을 모독하고 짓밟고 차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바로 이러한 이.. 2015. 5. 18.
자신을 묶은 야훼, 그리고 너무나 약한 아브라함 곽건용의 짭조름한 구약 이야기(14) 자신을 묶은 야훼, 그리고 너무나 약한 아브라함 - 아브라함 이야기 2 - 1. 구약학자들은 창세기 15장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 장이 창세기에서 가장 오래 된 텍스트이기 때문이란다. 창세기는 다양한 저자들에 의해 여러 세대를 거쳐 작성됐는데 그 중에서 15장이 가장 오래 된 텍스트라는 거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짐승을 죽여서 그걸 둘로 쪼갠 다음 서로 마주 보게 놓고 언약을 맺은 게 원시적이라는 데 있다. 하지만 이 텍스트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오래됐기 때문은 아니고 하느님과 아브라함(이름이 바뀌기 전이니 ‘아브람’) 사이에 ‘언약’(covenant)이 맺어진 얘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언약'은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스도교에서는 “.. 2015.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