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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산책로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6) 영혼의 산책로 덕수궁(德壽宮) 돌담길은 담을 허무는 길이다. 그 길을 지나는 이들의 마음에 담이 쌓이지 않는다. 있던 울타리마저 어느새 형체가 사라지고 마는 마술이 펼쳐지는 길목이다. 지구촌 어느 곳에 그런 돌담길이 과연 있을까 싶다. 그러면서도 그 허물어진 자리를 고스란히 들추어내지 않는다.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길을 걷게 한다. 인파(人波)에 섞여 있어도 휩쓸리지 않게 해주고, 홀로 있어도 고독하지 않게 해준다. 지나치면서도 그 자리에 머물게 하고, 머물러 있어도 여전히 걷게 한다. 궁궐과 세속을 지엄하게 갈라놓은 그 담벼락이 기이하게도 무정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다. 또는 높은 곳에서 아래를 꾸짖듯이 내려다보지도 않는다. 한때는 그 앞에서 머리 하나 제대로 들지 못했던 나.. 2015. 3. 16.
‘푸러리’ 이야기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12) ‘푸러리’ 이야기 - 1938년 7월 - ‘푸러리’는 김교신이 키우던 개 이름이다. 라는 사뭇 진지한 글 제목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개 ‘푸러리’! 하지만 ‘푸러리’는 이 글이 있게 한 핵심‘견’물이다. 빈틈없고 매사 엄격하던 김교신이 동물들에 대해 이렇게 속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미처 몰랐다. 그의 일기를 읽다보면 나라 걱정, 교회 근심, 가족 이야기와 더불어 기르던 가축들의 소소한 이야기도 종종 등장한다. 이 글을 쓰던 즈음의 일기에는 짧은 한 줄이라도 ‘푸러리’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었다. “나간 개가 오늘까지 소식이 없다.”(6월 22일자) “오늘까지도 소식이 없으면 ‘푸러리’ 돌아오는 것을 단념하는 수밖에 없다.”(6월 23일자) 그러나 ‘단념’.. 2015. 3. 15.
종교를 보는 다르나 같은 눈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12) 종교를 보는 다르나 같은 눈 지극히 개인적인 종교, 그리고 그를 보는 지극히 집단적인 시선들 이제 이 서슬 퍼런 ‘이념의 뭉치’는 개신교에 대한 비판에도 고스란히 이용되고 있다. 각 사람은 자신의 행위가 가져온 사회적 결과에 책임을 진다. 그리고 그 책임의 여부와 범위는 사회가 정한 법률과 관습에 따라 결정되면 그뿐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개인이 각 행위 결과에 대한 책임을 법률에 따라 지면 되는 것이다. 어느 종교 어느 단체이든 언제나 그렇듯이 왜곡된 일탈 현상은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생기게 되어있고, 그리고 거기에는 구조적이고 또 개인적 성향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일어난 문제의 요인을 명쾌히 분석하고 또 비난의 방향.. 2015. 3. 15.
전쟁통에 한가롭게 낚시를 즐긴 이승만 김삼웅의 광복 70주년 역사 키워드 70(12) 전쟁통에 한가롭게 낚시를 즐긴 이승만 김구와 김규식 등은 남북에 두 개의 정권이 수립되면 필연적으로 동족상잔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해서 남북협상을 통해 분단을 막고자 노력했으나 끝내 무위로 돌아가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북한군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40분을 기해 전면 남침을 자행했다. 소련제 T- 34형 탱크 240여 대, 야크 전투기와 IL폭격기 200여 대, 각종 중야포와 중박격포로 무장하고 있었다. 38선은 쉽게 무너지고 북한군은 물밀듯이 남하하여 26일 낮 12시경에는 야크기 2대가 서울 상공에 날아와 김포공항을 포격했다. 이승만 정부의 방비나 대처는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이승만은 25일 오전 10시 30분경에야 남침 .. 2015. 3. 14.
전쟁통에 한가롭게 낚시를 즐긴 이승만 김삼웅의 광복 70주년 역사 키워드 70(12) 전쟁통에 한가롭게 낚시를 즐긴 이승만 김구와 김규식 등은 남북에 두 개의 정권이 수립되면 필연적으로 동족상잔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해서 남북협상을 통해 분단을 막고자 노력했으나 끝내 무위로 돌아가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북한군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40분을 기해 전면 남침을 자행했다. 소련제 T- 34형 탱크 240여 대, 야크 전투기와 IL폭격기 200여 대, 각종 중야포와 중박격포로 무장하고 있었다. 38선은 쉽게 무너지고 북한군은 물밀듯이 남하하여 26일 낮 12시경에는 야크기 2대가 서울 상공에 날아와 김포공항을 포격했다. 이승만 정부의 방비나 대처는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이승만은 25일 오전 10시 30분경에야 남침 .. 2015. 3. 13.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10)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하나님은 만물을 사랑하시되 피조물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으로 여겨 사랑하십니다. 몇 해 전이던가. 산과 들에 녹음이 우거질 무렵, 교우 가정에 초상이 났다. 나는 장례식 주례를 부탁받고 꽤 먼 거리였지만 교우 가정의 선산까지 따라갔다. 하관식을 마치고 작은 산등성이로 허위허위 올라가 둥근 봉분 만드는 걸 내려다보며 잠시 앉아 쉬고 있는데, 귀밑머리가 하얀 교우가 다가와 이파리가 딱 두 잎 달린 어린 단풍나무 한 그루를 쑥 내밀었다. 하관식을 하는 동안 산을 돌아다니다가 캤는데, 집에 가져가서 화분에 심어서 키워보라고! 그러면서 교우는, 이미 작고한 자기 모친에게 들었다며 어린 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 한 자락을 풀어놓았다... 2015. 3. 12.
나를 개 대가리로 아시오?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9) 나를 개 대가리로 아시오? 사울 왕실과 다윗 왕실 사이에 오랫동안 싸움이 계속되었다. 다윗 왕실은 갈수록 강해졌고, 사울 왕실은 갈수록 약해졌다. 사울의 뒤를 이어 이스보셋이 왕이 되긴 했지만 실권은 사울 밑에서 사령관을 지내던 아브넬 장관이 쥐고 있었다. 실권을 과시하려는 의도에서 아브넬 장관은 사울의 후궁이었던 리스바를 범하였다. 이스보셋이 자기 아버지의 후궁을 범한 아브넬을 꾸짖자 아브넬은 몹시 화를 내며 항의한다. “아브넬은 몹시 화를 냈다. 나를 개대가리로 아시오? 이 날까지 나는 당신의 선친 사울의 왕실과 그 동기간과 동지들에게 충성을 바쳐 당신을 다윗의 손에 넘기지 않고 있는데, 당신은 오늘 하찮은 여자 일로 나를 책잡으시오?”(공동번역, 사무엘하 3;8).. 2015. 3. 12.
담배 먹고 꼴 베라 한희철의 두런두런(17) 담배 먹고 꼴 베라 작실 마을에 올라갔다가 밭에서 일하고 있는 김천복 할머니를 만났다. 연로하신데다 건강도 안 좋으신데 일을 하는 모습이, 일을 해야만 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땅콩을 심고 있던 할머니는 한 움큼 땅콩을 집어주신다. 이마에 맺힌 땀을 흙 묻은 손으로 썩 닦아내며 “어여 드셔!” 하신다. 마주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밭고랑처럼 주름이 깊도록 땅을 일궈 오신 할머니는 땅에 대해, 땅에 심는 곡식에 대해 훤히 알고 계시다. 설교 시간에 혼자 아는 체 떠들어대는 젊은 전도사에게 뭔가를 일러줄 것이 있다는 것이 할머니에겐 적잖은 기쁨이었을 것이다. 류연복 판화 이야기를 한참 나누고 있는데 어디선가 맑은 새소리가 들려왔다. 어릴 적 호루라기에 물을 넣고 불면 났던 소리.. 2015. 3. 12.
깊은 영성의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맑은 물 꽃자리의 종횡서해(8) 깊은 영성의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맑은 물 -《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 서평 - 1. 대학을 마치고 감신대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동갑내기 동향인 김기석 목사를 만났다. 그의 큰 눈은 지금처럼 깊이 파였고 형형한 빛을 발산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군목의 소임을 위해 입대했기에 깊은 교분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그의 인상은 강력하여 소식이 끊긴 다음에도 그의 행적이 종종 궁금했다. 당시에 그는 남미로 유학을 가서 해방신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강골의 기질이 느껴졌기에 “그답다”는 생각을 했는데, 십 수 년이 지난 후에 그는 문학비평가가 되어 글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남미대신 자신의 서재를 택했고, 민중신학 대신 문학.. 2015.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