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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송창식의 노래 지강유철의 음악정담(10) 나이든 송창식의 노래 2007년에 월간 이란 잡지에 ‘송창식이 클래식이다’란 글을 기고한 일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2년 동안 한국에 머물던 서경식 선생이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메조 소프라노인 아내를 위해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철학자 김상봉 선생이 사회를 보았는데 슈만의 연가곡 ‘여인의 생애와 사랑’이 주 레퍼토리로 꾸며진 무대였습니다. 연주회 형식을 갖췄지만 그 동안 고마웠던 지인들을 초청한 자리였습니다. 공연장 앞에서 차병직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김두식 교수와 한 차례 동석을 한 게 전부였는데 먼저 다가와 ‘송창식이 클래식이다’란 글을 잘 읽었다고 인사를 건네주더군요. 은퇴 후에 송창식 평전을 써보고 싶다는 이야기와 함께 말입니다. 차병직의 송창식과의 관계는 대학생.. 2015. 3. 3.
네가 무엇을 보느냐?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5) 네가 무엇을 보느냐? “여호와의 말씀이 또 내게 임(臨)하니라 이르시되 예레미야야 네가 무엇을 보느냐 대답(對答)하되 내가 살구나무 가지를 보나이다.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네가 잘 보았도다. 이는 내가 내 말을 지켜 그대로 이루려 함이니라”(예레미야 1:11-12). 예레미야를 부르신 주님께서 예레미야에게 물으신다. “네가 무엇을 보느냐?”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느냐고 물으신다. 우리는 보는 것을 통해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기도 한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 하지 않는가? 무엇을 보느냐 하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관심의 방향과 내용일 수가 있다. 그런 점에서 네가 무엇을 보느냐 물으신 것은 네 마음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를 물으신 것.. 2015. 3. 2.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8)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 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漢江)물 다시 흐르고 백두산(白頭山) 높았다 선열(先烈)하 이 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 날을 길이 빛내자” 독자는 서로 다른 견지(見地)에서 본문을 본다. 그가 어디에 서서 그 본문을 보는가에 따라 번역은 축소(縮小)이기도 하고, 확대(擴大)이기도 하고, 굴절(屈折)이기도 하다. 원문과 번역문에 사용된 낱말의 의미 분야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원문의 단어와 대응어의 단어가 의미론에서 완전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번역은 어떠해야 한다는 온갖 규정이 언어체험이 각기 다른 다양한 독자의 서로 다른 접근 앞에서는.. 2015. 3. 2.
한국교회와 샤머니즘(2)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10) 한국교회와 샤머니즘(2) 지금까지 좀 지루하게 무당을 중심으로 그들이 행하는 샤머니즘이라는 종교 행위의 핵심 구조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자, 그렇다면 지금은 우리의 본디 주제였던 한국교회와 샤머니즘과의 관계에 대해서 되짚어 볼 시간이다. 특히 부정적 의미로 종종 언급되던 한국교회의 샤머니즘화에 대하여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보자. 여기서 우리는 이미 기복이라는 열쇠말 하나를 찾아내고 있었다. “한국교회의 기복적 특징은 한국인들의 종교적 심성을 이루는 샤머니즘으로부터 연원한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편하게 내리는 결론일 것이다. 샤머니즘이 가지는 기복행위가 교회에 영향을 주어서 교회의 본질을 훼손해 버렸다는 어떻게 보면 면피성 진단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 2015. 3. 1.
강간당했다고 몰살해? 곽건용의 짭조름한 구약 이야기(8) 강간당했다고 몰살해? - 디나 강간과 세겜 몰살 사건 - 야곱이 밧단아람을 떠나 가나안 땅의 세겜 성에 무사히 이르러서 그 성 앞에다가 장막을 쳤다. 야곱은 장막을 친 그 밭을 세겜의 아버지인 하몰의 아들들에게서 은 백 냥을 주고 샀다. 야곱은 거기에서 제단을 쌓고 그 이름을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고 하였다. 레아와 야곱 사이에서 태어난 딸 디나가 그 지방 여자들을 보러 나갔다. 히위 사람 하몰에게는 세겜이라는 아들이 있는데 세겜은 그 지역의 통치자였다. 세겜이 디나를 보자 데리고 가서 욕을 보였다. 그는 야곱의 딸 디나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디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디나에게 사랑을 고백하였다. 세겜은 자기 아버지 하몰에게 말하였다. “이 처녀를 아내로 삼게 해주십시오.. 2015. 2. 27.
‘닮지 못한’ 세대를 탄식하다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10) ‘닮지 못한’ 세대를 탄식하다 - 1936년 12월 - 그러고 보면 유교적 가치와 문화적 관성이 꽤나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 같다. 명백한 현대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나조차, 어린 시절 학교에서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숙제를 할 때면 뜻도 모르고 ‘불초 여식’ 운운했었던 기억이 난다. 불초(不肖), 닮지 못함! ‘자식이 자신을 낮추어 표현하는 말’이라고만 알고 썼던 이 단어의 본 뜻은 ‘닮지 못했다’는 말이다. 아니, 부모보다 더 나은 자식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이고, 부모의 어떤 부분은 닮으면 안 될 면도 있을 텐데, 유교 사회의 어른들은 그렇게나 자기들의 모습에 자신이 있었나? 물론 부모가 자녀를 향해 강요한 바는 아닐 지라도, 자녀들 입에서 ‘닮지 못한’ 것을 .. 2015. 2. 27.
은혜 받은 자, 그 존재의 이유 꽃자리의 종횡서해(5) 은혜 받은 자, 그 존재의 이유 앨버트 칸의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1889년 바르셀로나의 한 고서점, 열세 살의 파블로 카잘스가 먼지와 곰팡이로 뒤덮인 악보들 사이에서 기적과도 같은 발견을 한다. 빛바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필사본, 바흐 사후 한 번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사멸된 이 곡은 천재 첼리스트의 손에 운명처럼 쥐어지고 그가 25세 되던 해에 비로소 공식적으로 연주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것이 이 책을 읽기 전, 천재적인 첼리스트라는 것 외에 내가 파블로 카잘스에 대해 알고 있는 단 하나의 에피소드였다. 이나마도 그를 소개하는 TV의 어느 문화 교양 프로그램에서 얻어들은 것이었다. 잊혀졌던 바흐의 필사본, 사멸된 곡의 부활, 먼지 더미 속의.. 2015. 2. 27.
눈을 떠라! 김영봉의 성서 묵상, 영성의 길(2) 눈을 떠라! 예수께서 게네사렛 호숫가에 서 계셨다. 그 때에 무리가 예수께 밀려와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다. 예수께서 보시니, 배 두 척이 호숫가에 대어 있고, 어부들은 배에서 내려서, 그물을 씻고 있었다. 예수께서 그 배 가운데 하나인 시몬의 배에 올라서, 그에게 배를 뭍에서 조금 떼어 놓으라고 하신 다음에, 배에 앉으시어 무리를 가르치셨다. 예수께서 말씀을 그치시고, 시몬에게 말씀하셨다.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려서, 고기를 잡아라.” 시몬이 대답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밤새도록 애를 썼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그런 다음에, 그대로 하니, 많은 고기 떼가 걸려들어서, 그물이 찢어질 지경이었다. 그래.. 2015. 2. 26.
마음의 파수꾼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9) 마음의 파수꾼 “영혼은 자신이 육체에 생명을 주는 곳에 있기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곳에 있기를 더 좋아한다”(아우구스티누스). 우리의 길잡이 엑카르트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이 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런 비유를 든다. 한 이교도 학자가 기하학에 몰두하여 자기의 온 힘을 거기에 쏟았다. 어느 날 그는 난롯가에서 뭔가를 계산을 하면서 자기가 관심하는 학문을 탐구하고 있었다. 그때 그 학자를 알지 못하는 어떤 사람이 갑자기 달려들어 칼을 뽑아 들고는 소리쳤다. “네 이름이 무엇이든 즉시 말하라. 그렇지 않으면 너를 죽이겠다.” 그 학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학문에 깊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 병사의 모습을 보지 못했고, 그 병사의 음성도 듣지 못했다.. 2015. 2. 26.